매출 1위 유한양행, 이젠 R&D 투자도 1등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1.03.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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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위 유한양행, 이젠 R&D 투자도 1등


유한양행의 R&D(연구·개발) 투자가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어섰다. 제약업계 최고 수준이다. 업계 1위 실적이 공격적 R&D 투자확대의 실탄이 됐다. R&D와 실적 동반 약진의 선순환 구조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지난해 R&D 투자규모는 약 222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61% 급증한 규모다.



유한양행으로서는 첫 2000억 돌파이자 업계에서 2019년 한미약품에 이은 두 번째 2000억원대 투자다.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중도 13.7%로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넘겼다. 2015년 이 비중은 6.4%였다. 5년 만에 두 배가 됐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은 매출은 물론 R&D에서도 업계 최고로 도약했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매출은 1조6198억원. 사상 최대였다. 정통 제약사들 중 유한양행 매출 규모는 부동의 1위였다. 하지만, R&D 투자만큼은 '신약명가'로 통한 한미약품에 미치지 못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의 핵심 미래 경쟁력인 신약 연구개발영역에서도 최고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의 올해 R&D 투자도 큰 폭 성장을 예견한다. 지속적 R&D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회사 곳간에 현금이 쌓이고 있어서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42억원으로 전년보다 572%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전년보다 28.8% 늘어난 3534억원이었다. 신약 연구개발 역량을 확대해 갈 '실탄'이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실적이 R&D 투자확대를 이끌고 다시 R&D가 신약 성과로 실적에 기여하는 선순환구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약사로서 가장 이상적인 구조다.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상징적이다. 2015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이 의약품은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으며 2년 만에 탄생한 31호 국산 신약이 됐다. 렉라자는 이보다 앞선 2018년 미국 얀센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되기도 했다.

렉라자는 식약처 조건부 허가를 발판으로 올해 처방이 시작되면 국내에서 회사 실적에 기여하게 된다. 렉라자 외에도 베링거잉겔하임에 기술수출한 비알코올성지방간 치료제 등도 임상에 진입하게 되면 추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받을 수 있다.

홍가혜 KB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은 마일스톤 수익을 제외하고도 향후 3년간 연평균 8.9%의 안정적 매출 성장이 전망된다"며 "올해부터 약품, 생활용품, 원료의약품 사업 전반의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은) 현재 30개 정도다. 이는 지난 2019년 9개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외부와 공동 연구 과제를 시작하면서 파이프라인이 크게 늘었다.

외부 기업에 대한 벤처 투자도 늘리고 있다. 유한양행은 국내 바이오벤처 35곳에 투자하고 있다. 이중 5건의 투자에 대해 4조원 가량의 기술수출 실적을 올렸다. 자체 개발에만 집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투자를 독려했던 경영진의 의지가 비로소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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