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역대급 상장, 이베이·티몬엔 약일까 독일까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1.03.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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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뉴욕 월스트리트 심장부에 휘날리는 태극기. 쿠팡의 상장을 앞두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건물에 쿠팡의 로고와 함께 태극기가 게양돼있다. 2021.03.10 / 사진제공=쿠팡10일(현지시간) 뉴욕 월스트리트 심장부에 휘날리는 태극기. 쿠팡의 상장을 앞두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건물에 쿠팡의 로고와 함께 태극기가 게양돼있다. 2021.03.10 / 사진제공=쿠팡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국내 e커머스 업체들도 덩달아 축제 분위기다. 쿠팡이 예상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국내 e커머스들도 가치를 재평가받을 것으로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하지만 쿠팡의 막대한 자금조달로 인해 시장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쿠팡 독주 체제가 서서히 굳혀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며 국내 증시 대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쿠팡은 공모가(35달러)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600억 달러(약 69조원)에 달했다. 상장 첫 거래에서 40.7% 오른 49.25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성공적으로 뉴욕증시에 데뷔했다.



높은 쿠팡 몸값에 '화들짝'…'우리도?'
쿠팡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자 국내 e커머스 사이에선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국내 e커머스 중 연간 거래액 약 22조원으로 시장점유율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쿠팡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면, 우리도 인정받을 수 있단 생각에서다. 업계 추산 지난해 e커머스 시장점유율은 △네이버쇼핑(17%) △쿠팡(13%) △이베이코리아(12%) △11번가(6%) △롯데ON(온)(4~5%) △SSG닷컴(2~3%) 수준이다.

쿠팡의 역대급 상장, 이베이·티몬엔 약일까 독일까


특히 매각을 시도하는 이베이코리아와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는 티몬에서 기대감이 커진다.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오는 18일 예비 입찰을 앞두고 이베이코리아 매각 희망가로 5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에도 매각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계는 5조원에 달하는 높은 몸값이 매각이 성사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는 시각이 이베이코리아 내부에서 나온다. 쿠팡이 시총 69조원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이베이코리아도 몸값 5조원이 싸다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연간 거래액이 20조원에 달하고, 시장점유율이 쿠팡과 유사한 수준인데다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다른 e커머스들과 달리 15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쿠팡보다 못한 게 뭐냐"거나 "업계 중 유일한 흑자를 내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줄 아냐"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티몬도 마찬가지다. 티몬은 지난해 미래에셋대우를 기업공개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달 305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함께 '소셜커머스 3사'로 시작한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이 호재로 작용할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앞서 롯데는 티몬의 인수를 검토하다 포기한 바 있는데, 당시 티몬의 예상 몸값은 약 1조원 후반대에 불과했다. 티몬에선 이 같은 흐름대로면 티몬도 2조원을 훌쩍 넘는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외에 2018년 '5년내 상장 계획'을 밝힌 11번가, 미국 뉴욕증시 등에 상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켓컬리 등에서도 유사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쿠팡 몸값, 타 e커머스들 도태 전제"
하지만 e커머스들의 기대감이 그야말로 '백일몽'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다른 e커머스의 도태와 쿠팡의 독주를 가정한 것이란 설명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쿠팡이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한국 e커머스 시장에서 절대적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이며 이는 경쟁사들의 도태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11번가, 이베이코리아, 티몬, 위메프 등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 매출이 90% 이상 증가하는 사이 11번가 등 다른 e커머스의 거래액은 10% 가량만 증가했다. 특히 쿠팡이 IPO로 구주매출 3000만주를 제외한 신주발행 1억주를 통해 35억 달러(약 4조원)을 조달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같은 쿠팡의 독주가 더 심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쿠팡으로 인해 한국 e커머스 시장 자체가 인정받고,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지더라도 이는 다른 e커머스에 호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박 연구위원은 "전체 시장이 커지면 수혜를 받는 다른 유통업태와 달리, e커머스는 그렇지 않다"며 "예컨대 대형마트 시장 자체가 커지면 소비자들은 집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를 찾기 때문에 모든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e커머스는 한 회사로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쿠팡과 다른 e커머스의 기업가치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등 다른 e커머스들은 자체 물류망 등 유형 자산이 거의 없고, 성장도 거의 제자리 걸음이라 쿠팡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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