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누구? 진짜 손녀는 어디?…'구미 3세 여아 사망' 의문점 5가지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3.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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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


지난달 경북 구미시 한 빌라에서 방치돼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친모가 당초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A씨(49)로 밝혀진 가운데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진 상태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숨진 아이의 친모는 양육했던 B씨(22)가 아닌 외할머니 A씨라는 사실이 유전자 검사 결과로 확인됐다. 친모로 알려졌던 B씨는 아이의 언니였다.



숨진 아이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을 두고 수많은 소문이 나도는 등 의문점이 많은 상황이다.

① A씨 "숨진 아이, 손녀 맞다"…DNA검사 틀릴 가능성 있나
'친모'로 확인된 A씨는 지난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호송됐다.



그는 취재진 질문에 "난 아이를 낳은 적 없다", "딸이 낳은 아이가 맞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DNA 검사 결과가 잘못 나온 것으로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A씨 주장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모근과 구강상피세포 등을 이용하는 DNA 검사는 정확도가 99.9%로 알려져 있다. 또 경찰은 믿기 힘든 결과에 4차례나 검사를 의뢰했으며, 모두 검사결과가 일치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외도로 낳은 딸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진짜 손녀와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A씨와 B씨 모녀는 임신과 출산 시기가 비슷했으며 둘 다 딸을 낳은 것으로 파악됐다.




② 친아빠는 누구?
숨진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B씨 전 남편과 당초 아이의 외할아버지로 알려졌던 A씨 남편은 유전자 검사에서 모두 친자 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의 출산 경위와 자신의 아이를 손녀로 둔갑시킨 이유 등을 조사하는 한편 숨진 아이의 친부도 찾고 있다.

또 지난 11일 A씨 내연남의 신병을 확보해 국과수에 DNA검사를 의뢰했으며, 이 남성의 검사 결과는 12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③ B씨, 자기 딸 아니라는 사실 전혀 몰랐다?
B씨가 지난달 12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B씨가 지난달 12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앞서 B씨는 지난해 8월 재혼한 남편과의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인근 빌라로 이사갔다. 그는 아이가 죽을 줄 알면서도 빌라에 혼자 두고 떠났으며, 지난 1월까지 양육·아동수당을 꼬박꼬박 챙기며 6개월간 최소 120만원을 부당 수급했다.

B씨는 경찰에 "전 남편과 오래 전 헤어졌고, 혼자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빌라에 남겨두고 떠났다"며 "전 남편과의 아이라서 보기 싫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숨진 아이를 자신의 딸로 알고 키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B씨에게 "숨진 아이가 당신의 딸이 아니고 친정어머니 A씨의 딸이다"라며 DNA 검사 결과를 알려줬지만 B씨는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씨 주장도 신빙성이 낮다. 아기를 출산한 직후 바꿔치기됐다면 착각할 가능성이 있지만, 며칠이 지난 상태였다면 산모가 자신의 아기를 몰라보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B씨가 숨진 아이를 자신이 낳았다고 굳게 믿고 있는지, 아니면 알리고 싶지 않은 A씨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④ 진짜 손녀는 어디에?
A씨가 출산한 아이는 B씨가 양육하다가 방치돼 숨졌고, A씨 손녀이자 B씨가 출산한 아이의 행방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현재 이 아이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살인 등 또 다른 강력 범죄 가능성을 제기했다. A씨가 출산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자신이 낳은 아이를 손녀로 둔갑시키면서 진짜 손녀가 감쪽같이 사라져서다.

경찰은 아이를 바꿔치기하는 과정에서 A씨와 B씨의 공모 여부를 살피는 한편, B씨가 출산한 아이의 소재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출생기록 등이 남아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가 범행을 털어놓기 전에는 이 아이의 행방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⑤ A씨는 어떻게 임신 사실을 숨겼을까?
A씨가 아이를 낳은 뒤 진짜 손녀와 바꿔치기한 것이 맞다면, A씨가 임신한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숨겼는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남편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 배가 불러오면 자연히 드러나게 될 텐데, 아무도 A씨의 출산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1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스1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1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스1
한편 경찰은 지난 11일 A씨에게 딸이 낳은 아이를 빼돌려 방치한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B씨에게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 혐의를 그대로 적용해 10일 기소했다. 숨진 아이가 B씨 친딸은 아니지만, 당시 보호자 위치에서 방치해 굶어 숨지게 한 점을 고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내연남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면 보다 명확해 질 것"이라며 "앞으로 B씨가 낳은 딸의 행방을 비롯해 아이를 바꿔치기한 경위 등을 밝히기 위해 수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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