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업 기술이 미래 유망기술인 이유

머니투데이 박철웅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 2021.03.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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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웅 이사장 / 사진제공=농업기술실용화재단박철웅 이사장 / 사진제공=농업기술실용화재단


세계 최대의 건축물 중 하나인 피라미드를 만들 때 돌을 깎고 옮기고 다시 쌓는 '기술'은 매우 어렵고 힘든 기술력이었을 것이다. 또 피라미드의 규모가 커지면서 시간, 자원, 기술 등의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것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측량, 건축을 위한 기하학, 수학 등이 발전했고 인류문명 최초의 '과학'이 등장하게 됐다.

과학의 영역은 자연세계에 숨겨져 있는 질서를 찾아내어 이론화하고 체계화하는 활동과 지식을 말한다. 반면 기술의 영역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주변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활용하면서 축척한 경험과 물질적 산물이다. 따라서 과학은 사물을 정의하고 규정하여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기술이 적용되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를 과학이 해결하면서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해 왔다.



고대세계에 인류 문명의 꽂을 피운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의 경우에는 과학과 기술이 공존하여 발전하였으며, 로마는 과학과 기술의 심도있고 조화로운 발전을 토대로 세계 중심 문화로 부상할 수 있었다. 반면 과학의 발전 없이 기술만 존재했던 중세 서구 사회는 신학이외의 학문이 억제되면서 자연과학의 발전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산업혁명을 통해 과학과 기술의 유기적 관계가 형성되었다. 또한 국가가 주도적으로 대학을 통한 과학연구를 장려하고, 이를 산업체가 적극 응용하도록 함으로써 세계 최강의 산업화를 이루어 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원하는 기술은 무엇일까? 세계 최고의 기술, 독보적인 기술, 혁신적인 기술 등 다양한 수식어를 포함하는 기술은 많겠지만 '돈버는 기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농생명 분야의 기술이 미래에 각광받는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세계경제의 흐름과 방향성은 ESG 경영으로 변화하고 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내세운 ESG 경영은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단순히 환경을 보호한다는 친(親)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의 가치를 경영활동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재무적 지표 외에도 기업의 경영활동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역할과 책임을 평가하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국민연금도 2022년까지 ESG 등을 반영한 자산을 전체 자산의 50%가량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둘째, 2021년은 현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인 '한국판 뉴딜'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판 뉴딜은 정부가 2025까지 성과를 창출할 계획인데 크게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로 나뉘며 그린뉴딜의 구체적인 사업에는 그린바이오 산업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외 경제흐름의 키워드인 환경과 그린뉴딜을 다루는 핵심기관도 과학과 기술의 영역으로 구분되어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농생명과학의 허브는 농촌진흥청이다. 1조원 상당의 예산과 1000여명의 연구자들이 농업기초과학, 식량과학, 원예과학, 축산과학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성과는 우리나라 전체 국유특허 7541건 중 4,100건으로 54.4%(2019년 기준)에 해당한다.

아울러 기술의 영역에서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지난해 기술이전 실적은 1704건으로 국내 최고수준의 성과를 달성했고, 단순히 기술이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전업체가 사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전주기 맞춤형 지원체계로 지원했다.

그 결과 사업화 성공률도 선진국인 미국 수준을 상회하는 43%에 이르면서 돈버는 농업을 실현시키고 있다. 우리나라가 21세기 세계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기술발전도 중요하지만, 과학의 영역과 기술의 영역 간의 조화로운 균형 발전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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