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 초대박인데…반기지 못하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1.03.12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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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31,000원 ▼2,500 -1.07%)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연일 판매 신기록을 세우며 양산 체제에 돌입했지만 모든 사람이 이를 반기기만 하는 건 아니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30~50%가량 적어 근로자의 '일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합의를 이뤘지만 '전기차 시대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숙제를 다시금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11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10일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생산라인에 배치할 인원수(맨아워·Man Hour)에 합의했다. 현대차는 노사 합의에 따라 울산1공장에 배치된 일부 근로자를 다른 생산라인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오닉5, 조립 근로자에겐 '일자리 위협'…전 세계는 이미 구조조정 중
[서울=뉴시스]현대자동차는 23일 온라인으로 '아이오닉 5 세계 최초 공개' 행사를 진행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에 세계 최고 수준의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최초로 적용하고 고객들이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차량의 인테리어 부품과 하드웨어 기기, 상품 콘텐츠 등을 구성할 수 있는 고객 경험 전략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를 반영해 전용 전기차만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2021.02.23.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현대자동차는 23일 온라인으로 '아이오닉 5 세계 최초 공개' 행사를 진행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에 세계 최고 수준의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최초로 적용하고 고객들이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차량의 인테리어 부품과 하드웨어 기기, 상품 콘텐츠 등을 구성할 수 있는 고객 경험 전략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를 반영해 전용 전기차만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2021.02.23. [email protected]


사실 현대차 조립 근로자에게는 아이오닉5 대박이 반갑지만은 않다. 이들 일자리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에는 대략 3만개의 부품이 들어가지만 전기차는 엔진, 변속기 등 기존 구동계 부품이 대거 빠지기 때문에 필요 부품이 절반 수준이다.

부품이 적어지고 공정이 간단해지기 때문에 전기차 조립에 필요한 근로자 수도 줄어든다. 실제 근로자들의 이런 위기감 때문에 지난 1월 말에도 일부 조합원들은 아이오닉5 테스트 차량 생산 라인을 멈춰 세우기도 했다.

노조의 위기감이 근거 없는 건 아니다. 독일 폭스바겐은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차 개발계획에 따라 2023년까지 8000명을 감원할 방침이다. 아우디 역시 2025년까지 생산인력 9000명을 줄일 예정이다.


BMW그룹도 다음해까지 독일에서만 최대 6000명, 미국 GM도 전 세계에서 1만4000명의 감원계획을 추진 중이다.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을 납품했던 협력업체 사이에도 위기감이 팽배하다. 완성차 산업은 7차 협력업체까지 있을 정도로 고용 창출효과와 산업간 연계가 매우 크다. 쌍용차가 법정관리 위기에 처했지만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부품 협력업체, 정비업계도 '불안'…"전기차 일자리 문제도 정부가 대책을 논의해야"
[울산=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일환으로 30일 오전 울산광역시 북구 현대자동차 5공장을 방문, 미래차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0.10.30.  since1999@newsis.com[울산=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일환으로 30일 오전 울산광역시 북구 현대자동차 5공장을 방문, 미래차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0.10.30. [email protected]
협력업체의 '체질 개선'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종 납품 업체에 특화돼있는 제품만 만들기 때문에 연구개발에 투자할 재원을 만들기도 어렵고 시간도 부족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가 최대한 늦게 오길 바라는 게 협력업체들의 솔직한 마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를 떠받치던 정비업계에도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 수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제외하고는 크게 고장이 발생할만한 부품이 없다. 엔진·미션 오일도 없어 차량 관리가 쉽다. 배터리가 고장이 난다 하더라도 정비사들의 기계공학 지식으로는 수리가 불가능하다.

독일 교통자문위원회(NPM)는 전기차 보급으로 오는 2030년 자동차 산업 관련 80만개 일자리 중 절반가량이 사라질 것으로 봤다. 부품 수가 적은 특성때문에 그만큼 정비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생산인력을 감축하는 건 경직된 노사관계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다. 대신 관련 신규채용 규모를 줄여 근로자 수의 자연감소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전기차 시대가 오는 건 시기의 문제일뿐 막을 수 없는 큰 흐름"이라며 "내연기관차 생산인력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간접적으로 감원하는 게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양산 원년인 올해부터 정부가 보급에만 신경쓸 게 아니라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자리는 기업만 나서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종사자 업종 전환 및 교육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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