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술 줄줄이 코스닥행…에트리홀딩스 ‘투자의 룰’ 달랐다

머니투데이 대전=류준영 기자 2021.03.1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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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립 10주년 맞은 에트리홀딩스 윤상경 대표 "연구분야별 특화된 투자사 세우자"

윤상경 에트리홀딩스 대표/사진=류준영 기자윤상경 에트리홀딩스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기술 완성도만 내세워서는 절대 답이 안나옵니다.”

윤상경 에트리홀딩스 대표/사진=ETRI윤상경 에트리홀딩스 대표/사진=ETRI
국내 공공부문 기술 사업화 및 관련 투자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윤상경 에트리홀딩스 대표는 ‘서랍 속 잠자는 기술’이 나오는 이유를 이렇게 꼬집었다. 현재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별로 10명 남짓한 TLO(기술이전전담조직)에서 기술이전설명회를 열어 ‘이런 기술·특허가 있다’며 툭 던지는 식의 방식으론 연구소 벽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술을 이전할 기업에 흡수역량이 있는지, 해당 기술을 개발·이전한 과학자가 사업화 단계별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외부기관의 후속투자는 어떻게 연결해줄 것인지 3박자가 다 맞아야 공공기술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에서 윤 대표를 만났다. 그는 삼성전기 신사업추진그룹장,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특허기술사업화 총괄전무 등을 역임했고 중소기업 컨설팅업체인 아이에셋을 창업해 기술창업 기획자로 활동하는 등 폭넓은 경험을 보유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100% 출자한 기술 사업화 전문투자회사 에트리홀딩스가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 가운데 처음 출범한 기술지주회사다. 에트리홀딩스의 그간 투자와 노력이 ‘코스닥 상장’이란 결실로 맺어졌다. 이를테면 ETRI로부터 바이오칩 리더기 기술을ㄴ 이전받은 수젠텍, 유전체(DNA)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이전받은 신테카바이오가 2019년 5월과 12월 각각 코스닥에 상장했다.



2014년과 2015년 투자한 연구소기업 마인즈랩(인공지능 고객센터)과 진시스템(분자진단장비)도 조만간 코스닥에 입성할 예정이다. 또 ETRI의 지난해 기술료 및 관련 수익은 620억원에 달했다. 우리나라 전체 출연연의 절반(50%)을 차지하는 규모다.

윤 대표는 이런 성과에 대해 기존 벤처캐피탈의 재무적 투자를 벗어나 전략적 투자자 관점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10년 뒤 매출과 기업가치를 따져보고 투자합니다. 지속적인 성장지원을 통해 매출 100억원을 거두는 기업을 100곳 만들면 우리는 1조원의 투자성과를 획득한다는 공공기술 투자 포트폴리오를 지향하고 있어요.”

공공기술 줄줄이 코스닥행…에트리홀딩스 ‘투자의 룰’ 달랐다
그가 말하는 투자 성공비결은 먼저 신기술을 개발한 연구부서와 함께 중소·중견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선별·매칭하는 것이다. 또 추가로 지원할 범위가 엔진 레벨인지, 알고리즘이나 데이터베이스(DB) 관리인지를 기업, 연구자, 홀딩스와 함께 논의한 뒤 상용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를 결정한다.


윤 대표는 출연연의 공공기술 사업화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먼저 체계적인 기술사업화 조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출연연의 기술수준이 턱없이 낮아 성적이 안나오는 게 아닙니다. ETRI 중소기업사업화본부만 보더라도 거기서 일하는 인력(160명)이 다른 곳에 10배 이상 됩니다. 기술은 좋은데 TLO의 규모·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보니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술로 수십억 원밖에 못하는 거죠.”

또 연구분야별로 특화된 투자사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바이오·헬스는 미래 먹거리인 데다 기업에서 가져다 쓸 만한 우수한 공공기술들이 많이 축적돼 있어요. 큰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는데 생명공학연구원, 화학연구원 등에 전문 투자사가 없다는 게 더 이상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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