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영권 승계 위해 워렌 버핏까지 동원" vs 이재용 측 "납득 안 돼"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1.03.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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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삼성물산 합병 의혹 사건 재판 5개월 만에 절차 재개

이재용 부회장./ 사진=이기범 기자이재용 부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 합병 의혹' 재판이 5개월 만에 재개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조직적으로 계획된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라며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을 주범으로 찍었다.



이에 맞서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 합병을 경영권 승계작업과 연결짓는 것은 "의혹"에 불과하다며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박사랑 권성수)는 11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 11명의 두 번째 공판준비 절차를 진행했다. 당초 1월로 예정돼 있었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연기됐다. 이 부회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1시간 분량의 PT(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이 사건은 이 부회장과 그를 보좌하는 미래전략실이 이 전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벌인 불법합병, 회계부정 사건"이라고 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진 상황에서 다급히 경영권을 승계하는 동시에, 상속세를 최소화하면서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다 벌어진 사건이 이번 삼성물산 합병 의혹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프로젝트G'라는 이름을 붙이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그룹 전체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조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가 있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적혔다.


특히 검찰은 미전실이 골드만삭스, 워렌 버핏 등 해외세력까지 끌어들이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점을 지적하면서 "이 전 부회장이 삼성생명 분할과 지분 매각 관련 거래를 협의하기 위해 워런 버핏(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직접 만났다"며 "관련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변호인단은 "언뜻 생각해도 납득되지 않는 사실들이 있다"며 검찰이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에서 주장하는 합병비율 조작은 "공소장, 공소사실에 하나도 포함되지 못했고 단지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 나온다"며 검찰이 사실입증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 제일모직 가치가 올라가고 옛 삼성물산 가치가 떨어질수록 이 부회장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 부회장의 제일모직 지분은 23.23%인 반면 옛 삼성물산 지분은 0%였다. 제일모직 가치가 올라갈수록 이 부회장이 신 삼성물산 지분이 많아지고, 삼성물산이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큰 손'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발표 전부터 6개월 동안 제일모직 주식 46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 제일모직이 인위적으로 고평가돼 있었다는 검찰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일모직이 고평가돼 있었다면 국민연금이 그 시점에 주식을 대량 매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다.

또 변호인단은 삼성물산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해 경영권 승계라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불법이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령 위반 또는 배임·횡령 등으로 인한 계열사 피해가 없었다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었다고 쳐도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 없다는 취지다.

이어 변호인단은 "시장에도 주주들에게도 지배구조 관련해 은폐하려고 한 게 없다. 숨기려고 해서 숨겨지는 게 아니"라며 "모두가 인식하는 상황에서 합병을 시장에 밝혔는데 시장에 대한 기망이라고 볼 수 있냐"고 했다. 미전실을 중심으로 삼성 내부에서 비밀스럽게 경영권 승계를 추진했다는 검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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