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11일 1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직원·라이더에게 주식·현금으로 보상한다는 소식을 두고 라이더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일회성 보상이 아닌 본질적인 근로조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이날 김 의장이 1000억원 규모의 DH 주식을 출연해 직원과 라이더에게 주식 증여 및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급 시점은 다음 달로 세부 이행안을 마련 중이다.
기준에 미달하는 라이더에는 격려금이 현금 지급된다. 최근 1년 동안 월 400건 이상 반년 넘게 배달한 이들에게 1인당 100만원씩을 준다. 대상인원은 1390명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오른쪽), 설보미 부부 / 사진=우아한형제들
지난달 18일 김 의장이 전 재산 절반 기부 소식을 알렸을 때도 라이더 측에서는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라이더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엉뚱하게 '이미지 관리'에 쓴다는 투였다. 하지만 이번 주식 증여로 배민 라이더들은 김 의장에게 신뢰를 표했다.
라이더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100만원이 비록 누구에게는 크고, 작지만 힘든 시기에 기부를 통한 뜻깊은 선물같다"며 "어려운 시기에 나라보다 더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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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배달하면서 이렇게 뿌듯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요기요, 쿠팡 지우고 배민만 주문 받겠다", "'쿠태식'(쿠팡이츠 피크타임 고액 콜)이 와도 쿠팡 안 탄다", "나라면 5000억원 기부, 1000억원 보너스 절대 못 할 듯"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가맹주 불만, 라이더유니온 "주식 보상보다 업무환경 안전하게 만들어라"
라이더유니온 조합원과 배민라이더들이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배달의민족(배민)이 시행중인 번쩍배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일회성 보상이 아닌 노동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오전 라이더유니온은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노동환경 개선"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우아한형제들이 지금의 기업가치를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라이더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일부 라이더들에게 주식으로 보상해주는 것보다 일한 대가에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고 안전한 업무환경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은 기자회견을 통해 배민이 지난 1월 도입한 번쩍배달로 라이더의 사고위험이 늘고 수입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배민라이더스 124명 설문 조사에 따르면 83%는 번쩍배달로 수입이 줄고, 44%는 노동시간 늘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