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 증거금 62조 오늘 반환, 어디로 갈까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1.03.1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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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을 위해 상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NH투자증권10일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을 위해 상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NH투자증권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에 사용됐던 증거금이 고객들의 증권계좌로 반환된다.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63조6198억원)을 기록한 만큼 반환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증거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12일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에 사용됐던 증거금이 증권계좌로 청약 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과 함께 반환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공모 청약 규모가 약 1조5000억원에 달했던 것을 감안할 때 약 62조원 가량이 증권계좌로 반환된다.



환불 받은 증거금은 투자자가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다. 해당 증권계좌를 통해 직접 주식을 사거나 그대로 다른 계좌로 이체할 수도 있다. 60조원이 넘는 자금이 증시로 투입된다면 최근 주춤한 개인 매수세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증거금이 직접투자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모주와 일반 주식 투자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는 기본적으로 단기 수익을 목적, 일반적인 주식 투자와는 다르다"며 "실제 증거금이 남아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IPO 대어 청약 이후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은 급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카카오게임즈 (17,500원 ▼410 -2.29%) 일반공모 청약 이후 63조원대이었던 투자자예탁금은 일주일만에 56조원대로 급감했다. 같은 해 10월 빅히트 (168,800원 ▼4,100 -2.37%) 청약 이후에도 55조원이었던 투자자예탁금은 3거래일만에 52조원으로 줄었다.

증거금을 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마케팅도 사라졌다. 지난해 빅히트 청약 당시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달랐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주요 주관사들은 청약 이후 증거금을 잡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내건 마케팅을 진행했다.


NH투자증권은 빅히트 청약에 참여했던 투자자가 증거금을 펀드와 파생결합증권 등 투자상품에 재예치할 경우 최대 10만원을 지급하는 파격 이벤트까지 진행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거금을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며 "직접투자를 하는 고객들은 결국 자신의 본 계좌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균등배정 방식으로 공모주 투자만을 위한 '깡통계좌'가 늘어난 것도 증거금을 붙잡기 힘든 이유다. 올해부터는 최소 청약 수량(10주)을 만족하는 투자자들은 균등배정 대상을 분류된다. 최대한 많은 계좌로 최소 청약을 하는게 유리해졌다.

비례배정 방식 때와 달리 증거금 이체 부담도 없다보니 남아있을 유인도 없어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최소 청약 증거금인 32만5000원만 넣어도 최소 1주는 배정받을 수 있다. 비례배정이라면 최소 4000만원은 넣어야 1주를 받을 수 있다.

한 PB(프라이빗뱅커) 관계자는 "계좌 부풀리기는 공모주 투자에 있어 일상적인 투자 전략이긴 했지만, 균등배정 방식이 도입된 이후 더욱 늘었다"며 "가족 명의를 활용해 계좌를 12개까지 늘려 분산 청약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주요 증권사의 신규 계좌건수는 연초 이후 약 140만건 급증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청약 목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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