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쿠팡의 미국行 티켓이 맞을까?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1.03.1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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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유니콘 '성장판' vs 재벌 증여 '뒷문'

(서울=뉴스1) =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11일 공모가보다 81.43% 급등한 63.5달러에 거래를 개시했다.  쿠팡은 이날 오후 12시27분(한국시간 12일 오전 2시27분)쯤부터 거래가 시작됐다. 최고가는 공모가 대비 97.1% 급등한 69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이는 공모가의 약 2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사진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쿠팡 상장기념식에서 김현명 쿠팡 직원(왼쪽부터),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가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담. (쿠팡 제공) 2021.3.12/뉴스1(서울=뉴스1) =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11일 공모가보다 81.43% 급등한 63.5달러에 거래를 개시했다. 쿠팡은 이날 오후 12시27분(한국시간 12일 오전 2시27분)쯤부터 거래가 시작됐다. 최고가는 공모가 대비 97.1% 급등한 69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이는 공모가의 약 2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사진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쿠팡 상장기념식에서 김현명 쿠팡 직원(왼쪽부터),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가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담. (쿠팡 제공) 2021.3.12/뉴스1


김범석 쿠팡 의장이 11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NYSE) 장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벨’을 울렸다.오프닝벨은 통상 그날 상장한 회사 임원에게 주어지는 생애 단 한번의 기회다.

쿠팡이 모회사 쿠팡LLC를 미국에 만들어 뉴욕 직행을 결정한 배경은 복합적이다. 쿠팡의 뉴욕행과 함께 주목받은 제도가 차등의결권이다. 김 의장도 뉴욕주재 특파원과 인터뷰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 외에 차등의결권 역시 한국 대신 미국행을 선택한 배경중 하나라고 밝혔다.



쿠팡LLC는 클래스A와 클래스B, 두 개의 주식을 발행하는데 김 의장 전량 보유하고 있는 ‘클래스B’ 주식은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갖는다.

정부도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의 국회 논의도 시작됐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오는 16일 첫 현장 행보로 강남 ‘팁스타운’에서 창업자들과 벤처기업협회, 벤처캐피털협회와 만나는데 이 자리에서 차등의결권을 논의한다.

차등의결권, 유니콘 '성장판'
창업 6년차인 벤처 A사는 2019년 매출액 250억원을 기록했다. 추가 연구개발(R&D)과 생산을 위한 자금 유치가 절실했던 A사는 이듬해 150억원 펀딩에 성공한다. 이 때 창업자 지분은 48%로 감소했다.

수출과 시장 확대를 위한 추가 자본이 필요한 데 창업자 지분율이 30% 밑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직 영업이익을 내지 못한 처지여서 대출도 쉽지 않다. 10년 미만 벤처·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대부분 공통적으로 겪는 현실이다.


차등의결권은 주주 자본주의(1주에 1의결권)에 예외 조항을 두는 제도다. 차등의결권 가운데 1주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 1보다 적은 소수점으로 부여하는 부분의결권으로 나뉜다.정부 여당이 도입을 추진하는 건 복수의결권이다

'차등의결권'…쿠팡의 미국行 티켓이 맞을까?


벤처·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적극 환영한다. 이들은 차등의결권, 특히 복수의결권 도입에 대해 ‘생존’ 문제가 아닌 ‘폭발적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복수의결권의 성공 사례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구글이다. 2004년 구글 지주사 알파벳이 상장할 때 일반용 클래스A와 경영자에 주당 10개 의결권을 부여하는 클래스B를 발행했다.

수익모델이 정확하지 않던 2000년대를 지나 2010년 이후 다양한 혁신기술 개발과 여러 인수합병으로 주당 2000달러 시대를 열 수 있던 건 경영 방침을 지키게 해준 복수의결권 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벌 증여 ‘뒷문’ 가능성…기업가치 하락 요인
물론 복수의결권이 벤처기업의 ‘마술봉’은 아니다. 쿠팡 사례에서 보듯 복수의결권 도입 회사들은 IPO 단계부터 경영권 프리미엄이 높다는 점을 공개해야 한다.

당장은 달콤한 사탕일 수 있지만 시장의 혹독한 채찍과 평가를 피할 수 없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제한적으로 도입하더라도 VC(벤처캐피탈)의 투자 유치, 지분 협상 때 기업가치 할인을 감수해야 한다.

'차등의결권'…쿠팡의 미국行 티켓이 맞을까?


아예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정부안에서 (복수의결권 발행 주체가) 중소기업이어야 한다는 내용만 빼면 재벌이 비상장 계열사를 만들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고 세습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도 “복수의결권 주식 유효기간이 10년이지만 이에 맞춰 새 회사를 만들어 인수·합병하면 세습이 가능해진다”며 “상속, 양도 때 복수의결권 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재 조항도 쓸모 없어지게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3.8/뉴스1(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3.8/뉴스1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인 중기부는 복수 의결권 발행 절차와 요건을 강화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용순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은 “회사를 직접 경영하는 창업주만 복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발행토록 하고 발행 요건도 대규모 투자유치에 따른 창업주 지분 보호 상황(지분율 30% 등)으로 한정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편법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의 악용되지 않도록 상속·양도나 이사 사임 때에는 복수의결권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하는 의무조항도 있다.

박 정책관은 “영구적 지배권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복수의결권의 존속기간도 최장 10년 한도로 제한된다. 또 주식시장에 상장한 후에는 복수의결권 주식을 모두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 다만 3년의 유예기간이 있다”며 "회사를 상속하거나 주식을 양도할 경우 보통주로 전환되고 재벌총수가 세운 회사는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나 벤처기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재벌 세습 가능성은 없다"이라고 반박했다.



해외 ‘복수의결권’ 도입 문 열었지만
쿠팡이 선택한 미국을 비롯 덴마크, 프랑스, 아일랜드 등 유럽 주요 국가도 복수의결권을 허용한다. 그 방식이 나라와 제도에 따라 조금씩 다를 뿐이다.

미국의 경우 정관에 따라 종류별 의결권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중 검색엔진업체 바이두는 클래스B에 의결권 10개를, 온라인몰 찡뚱닷컴(JD.com)은 의결권 20개를 부여했다. 프랑스는 정관에서 배제하지 않는 한 2년 이상 같은 사람이 주주명부상 지위를 유지하면 2배 의결권을 부여한다.

홍콩과 상하이거래소는 창업주가 아니더라도 10% 이상 주식을 가진 경우 복수의결권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예를 들어 IPO시점에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면 복수의결권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일본 동경증권거래소도 상장 규정으로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필요성과 적정성을 설명하면 가능하도록 열었다. 단, 보통주로 전환하는 조항이나 기간 일몰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
'차등의결권'…쿠팡의 미국行 티켓이 맞을까?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국가는 많지만 가장 활성화한 시장은 미국 뿐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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