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복잡한 고층빌딩…엘리베이터가 옆으로 움직인다

머니투데이 천안=최민경 기자 2021.03.1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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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복잡한 고층빌딩…엘리베이터가 옆으로 움직인다


# VR(가상현실) 장비를 장착했더니 보이는 건 복잡한 고층빌딩 안. 엘리베이터에 타고 목적지를 펜트하우스로 설정했다. 엘리베이터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다 갑자기 옆으로 움직인다.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에 나오는 투명 엘리베이터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TK엘리베이터의 자기부상 기술이다. 로프와 케이블 대신 자석의 힘을 이용해 수직뿐만 아니라 수평까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TK엘리베이터(TKE)는 지난 9일 충남 천안공장에서 새 브랜드 선포식을 열고 이 같은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TKE는 독일 티센크루프그룹에서 엘리베이터 사업부를 분사시켜 만든 기업이다. TKE는 지난해 8월 기업 소유권 변화에 따라 독립회사로 거듭난 뒤 이번에 사명을 바꾸고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발표했다.



차세대 모빌리티 솔루션을 선도하고, 사람 중심의 서비스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이 TKE의 목표다. TKE는 차세대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자기부상 엘리베이터 '멀티' △하나의 승강로에 두 대의 엘리베이터를 운영하는 '트윈' △기존보다 3배 빠른 에스컬레이터 '엑셀' △AI(인공지능) 유지보수 서비스 '맥스' 등을 제시했다.

앞서 언급했던 자기부상 엘리베이터 '멀티'의 경우 2016년부터 TKE 본사가 있는 독일 로트바일 테스트타워에서 시험이 진행 중이다. 동일 승강로 내에서 여러 대의 엘리베이터를 운행할 수 있으며 케이블과 로프를 사용하지 않아 무게를 약 50% 절감할 수 있다.

고객 운송능력을 50% 이상 개선하고 승강로 공간은 50% 절감해 건축 비용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 TKE는 "상용화 시점은 아직 밝힐 수 없지만 높이가 300m 이상인 고층 빌딩에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독일 티센크루프그룹 본사에 설치된 트윈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모습/사진제공=TKE독일 티센크루프그룹 본사에 설치된 트윈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모습/사진제공=TKE
하나의 승강로에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독립적으로 운행하는 TKE의 특허제품 '트윈'은 이미 국내 곳곳에 적용 중이다. 여의도 파크원, 용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구로 넷마블 신사옥 지타워 등에 도입됐다. 트윈은 층간 이동이 잦은 초고층 오피스 건물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고층과 저층으로 나눠 엘리베이터 두 대가 움직이면서 공간·운행 효율이 높아졌다. 기존 한 대만 운영하던 승강로에도 추가적으로 설치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서득현 TKE 대표이사는 "트윈은 승강로 하나에 엘리베이터 두 대가 움직이면서 건설시 건축비와 인건비가 줄어들고 운용할 때도 전력소비가 적다"며 "(건물주 입장에선) 승강로를 추가로 만드는 비용이 빠지고 임대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비용면에서 5배 정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윈은 TKE에게도 캐시카우다. 서 대표는 "트윈은 TKE만의 특허제품이라 독점 공급하고 있다"며 "트윈을 공급할 때 일반 엘리베이터 한 대를 설치할 때보다 2.5배 정도 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열세번째 트윈 프로젝트 수주를 목표로 세웠다. 서 대표는 "파크원에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전체 260대인데 그중 트윈이 100대"라며 "파크원만 700억원 규모인데 그 정도의 수주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KE가 야심차게 내놓은 에스컬레이터 '엑셀'은 정상 보행속도로 발을 딛게 되면 속도가 차츰 높아지는 기술이 적용됐다. 최대 시속 12km까지 안전하게 가속으로 이동할 수 있다. 기존 무빙워크는 270m 거리를 415초만에 이동하지만, 엑셀은 같은 거리를 단 140초에 이동할 수 있어 이동 시간을 70% 단축할 수 있다. 시간당 승객 7300명을 수송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엔 도입되지 않았지만 유럽에선 상용화된 기술이다.

TKE는 코로나19를 대비한 신제품도 내놓았다. △비접촉식 층 등록 방식 시스템 △에어 터치 △터치리스(touchless) 홀버튼 등이다. 비접촉식 층 등록 방식은 층수를 누르고 휴대폰을 승강기 버튼과 연동시키면 다음부턴 휴대폰만 갖다대도 층이 저절로 입력된다. 에어터치와 터치리스 기술은 각각 적외선 센서와 레이저 센서를 이용해 버튼을 직접 누르지 않아도 층을 입력할 수 있다. 올해 상용화되면 접촉 감염 방지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TKE가 제작한 '해를 품은 달' 모델/사진제공=TKETKE가 제작한 '해를 품은 달' 모델/사진제공=TKE
이밖에도 TKE는 서비스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디자인에도 획기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항균성이 뛰어난 나전옻칠과 자개를 이용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최근엔 전통예술가인 전용복 칠예가와 협업해 나전옻칠 디자인을 출시했다. 대표 디자인은 '해를 품은 달'로 엘리베이터 안쪽 벽면에 자개로 해와 달을 표현한 액자를 붙여둔 형태다. 엘리베이터 도어(door)도 자개와 옻칠을 이용해 작품처럼 꾸몄다.

서 대표는 "TKE가 업계 최초로 금속 엘리베이터에 자개 작품을 적용해서 출시했다"며 "굉장히 유명한 작가와 협업했기 때문에 자개를 잘 알고 작품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은 상당히 값어치 있게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개 작업 자체가 사람이 직접 해야 해서 어렵지만 이미 상당 부분을 자동화해서 작품 2000장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했다"며 "두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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