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국가는 무엇을 해줄 것인가

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1.03.1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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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국가는 무엇을 해줄 것인가


코로나19(COVID-19)와 인류의 전쟁이 1년을 넘게 진행되고 있다. 기습을 당한 인류는 속수무책이었다. 상대를 격퇴할 무기를 가지지 못한 인류는 마스크와 거리두기 등의 수비전술을 사용해 대응했으나 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국가는 소수에 그쳤다. 희망이 없어 보이던 전쟁은 2020년 말 연이은 백신개발을 계기로 반전을 맞게 됐다. 소극적으로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근본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백신 생산과 유통, 접종을 둘러싼 여러 가지 혼선과 잡음, 국가간 갈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인류가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전쟁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승리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전쟁 이후도 고민해야 한다. 당장의 문제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미래 일을 논한다는 것은 엉뚱해 보이지만 전쟁에서 이기고 난 다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생각해놓지 않으면 남는 것은 전쟁의 피해와 상처뿐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매일 독일 공군의 폭격으로 시달리던 런던 방공호에서 도시계획가들은 폭격피해 장소를 확인하고 단순한 복구를 넘어 미래 도시를 어떻게 계획할 것인지를 제도판 위에서 그렸고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최악의 시기에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후 피와 땀으로 희생한 국민들에게 어떠한 미래를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해 만든 것이 1942년 발표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어로 요약되는 복지사회의 전망을 담은 베버리지 보고서다. 미국 역시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들에게 대학교육 혜택과 더불어 저금리 주택융자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대군인법을 1944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영국 사회는 종전 이후 대폭적인 변화와 번영을 맞이할 수 있었다.
 
2021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유례없는 코로나19와 싸움에서 가장 큰 희생을 감내한 곳은 자영업 부문이다. 재난지원금과 같은 직접지원과 대출확대 및 상환유예 조치 등을 취했지만 영업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상쇄할 수는 없었다. 코로나19가 일단락되는 시점에 이들의 재기를 돕고 손해를 만회할 수 있는 지원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한시적으로 이들 업종의 부가세를 감액하거나 면제해주는 수준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의료진과 병원에 도 그에 상응하는 지원과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전염병이 다시 발발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지원과 보상은 절대 과도하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는 행정기관의 손에 쥐어진 과도한 권한과 통제와 감독 마인드를 내려놓는 작업도 필요하다. 긴박한 사태라는 명분으로 프라이버시에 대한 보호와 개인의 활동에 대한 자유를 일시적으로 유예했지만 빠르게 원상태로 회복해야 한다. 행정명령이라는 이름으로 휘두른 권한의 행사가 과연 적합했는지에 대한 분석과 평가 역시 병행해야 한다.
 
코로나19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높은 백신접종률에도 확진자가 증가하는 이스라엘 상황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이후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국가는 무엇을 해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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