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집유'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 1년만에 이사회 복귀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1.03.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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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맡지 않고 투명경영 강화키로… "경영 총괄은 그대로라 진실성 의문"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사진= 삼양식품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사진= 삼양식품


김정수 삼양식품 (271,000원 ▲2,500 +0.93%) 총괄사장이 이사회에 복귀한다. 지난해 1월 횡령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1년 만이다. 일각에서 회사에 피해를 끼친 만큼 김 총괄사장의 이사회 복귀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양식품은 책임경영을 통해 투명경영을 강화해 지속 가능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입장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주총회 안건에는 김정수 총괄사장과 문용욱 상임고문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정태운 밀양사업단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이 올라왔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으로 유죄를 확정받았을 때 형 집행 기간은 물론 형 집행이 종료된 후에도 5년간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사면·복권되거나 법무부 장관의 특별승인이 있다면 취업제한이 풀린다.

김 총괄사장은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자재 일부를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해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창업주의 아들이자 김 총괄사장의 남편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은 같은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김 총괄사장의 삼양식품 취업이 제한됐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총괄사장으로 다시 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 삼양식품이 법무부에 "경영 성과가 있다"며 취업 승인을 요청했고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여서다. 횡령 사건으로 지난해 3월 오너 일가가 삼양식품 이사회에서 물러났는데 이번 주주총회로 다시 이사회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삼양식품 전경/사진= 삼양식품삼양식품 전경/사진= 삼양식품
김 총괄사장은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은 맡지 않고 투명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은 분리하고 사외이사를 1명에서 4명으로 늘린다. 이사회 산하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한다. 김 총괄사장은 ESG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지난달엔 내부회계관리와 준법지원을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준법지원인을 선임했다.

김 총괄사장이 대표를 맡지 않는다지만 경영 총괄은 여전히 그가 수행하게 된다. 대표이사는 정태운 전무와 진종기 전무가 각자대표 형태로 맡는다.

기업지배구조 컨설팅업체 네비스탁의 엄상열 수석연구원은 "횡령으로 회사에 피해를 입힌 사람이 친환경·사회적 책임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표방하는 ESG경영을 강화하겠다면서 다시 등기이사로 재직하려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라며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경영진들이 다시 이사로 선임되며 면죄부를 받게 되면 과연 범법 행위를 진정으로 반성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오너일가가 횡령금액을 다 배상했고, 김 총괄사장은 삼양식품의 매출 증가를 이끈 불닭볶음면 기획·수출 등에 공헌이 있다"며 "오너의 책임경영이 필요해 김 총괄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사위원회 등으로 투명 경영을 펴고 회사를 발전시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9월 분기보고서 기준 삼양식품의 최대주주는 지분 33%를 보유한 삼양내츄럴스다. 삼양내츄럴스는 김 총괄사장이 42.2%, 전인장 전 회장이 21%를 보유한 회사다. 삼양식품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6.0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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