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경상흑자 12배'의 빛과 그늘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유효송 기자 2021.03.1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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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 '경상흑자 12배'의 빛과 그늘


1월 경상수지 흑자가 70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코로나19(COVID-19)발생 이전인 지난해 1월보다 12배 커졌다. 비대면 산업 활성화 등 구조적 변화로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이 크게 늘면서다. 다만 수입 증가폭은 크지 않고 입국자수가 큰 폭으로 줄어 여행수입도 감소하는 등 국민들이 체감할만한 경상수지에서도 'K'자형 회복세를 보였다.

경상흑자, 5.8억달러→64.8억달러…"반도체·車, 쌍끌이"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 흑자는 전년동월(5억8000만달러)대비 64억8000만달러 늘어난 70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기 시작했지만 봉쇄조치 등으로 산업까지 영향을 받지는 않던 때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경상수지가 명절연휴 조업일수 감소와 수출입품목 단가 하락의 영향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에서 기여도가 가장 높은 상품수지는 당시 20억7000만달러 흑자로 수출은 427억8000만달러, 수입은 407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1년 뒤,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57억3000만달러로 2.5배 이상 증가했다. 수출이 477억6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9.1% 늘면서다. 올해 설 연휴가 2월이었던 영향도 있지만 승용차와 정보통신기기, 반도체의 상승세가 가팔랐다. 반도체 수출이 89억1000만달러로 20.6% 늘어났고 승용차 수출도 38억2000만달러로 42.8% 증가했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각국의 봉쇄조치로 오히려 수혜를 봤다. 재택근무·수업 등으로 인한 노트북, 스마트폰 등 교체 수요나 대형 IT회사의 서버교체 수요 등이 폭발하면서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대형 파운드리 고객을 수주하면서 시장을 더욱 확대했다. 자동차산업은 팬데믹 영향으로 글로벌 시장 자체가 14.9% 가량 위축됐지만 틈새시장인 고급SUV와 친환경차 시장에 집중하면서 수출액은 늘어났다.

공장 안 도니 원자재도 안사온다…외국인 감소에 서비스업도 울상
지난해 9월 충남 청양 비봉면에 위치한 김치공장/사진=뉴스1지난해 9월 충남 청양 비봉면에 위치한 김치공장/사진=뉴스1
반면 그밖의 업종은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했다. 수입액수가 이를 보여준다. 1월 수입은 409억3000만달러로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본재 수입은 29.6% 증가했지만 소비재 수입이 7.2% 증가에 그쳤고 원자재 수입은 13.1% 감소했다. 원자재는 유가를 감안해 물량만으로 집계해도 17%가 감소했다. 국내 기업의 생산이 그만큼 침체됐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그나마 공장기계·장비 등을 포함한 자본재 수입이 증가하는 것은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업 업황은 여행수지에서 드러난다. 1월 여행수지는 5억5000만달러 적자로 적자폭을 8억6000만달러 줄였지만 '불황형'이다. 코로나19로 전년동월대비 입국자수가 96%, 출국자수가 97% 감소하면서 여행수입과 여행지급이 모두 줄었다. 내수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실제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 중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전년동월대비 36.9%, 예술스포츠여가업 생산은 48.8% 감소했다.


이처럼 산업별 격차를 보이는 이른바 'K자형 회복세'에 경상흑자 12배 증가는 경기회복으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수지 흑자가 수출에서만 늘었고, 특히 반도체 등 특정산업의 호조에서만 힘입은 바가 크다"며 "지표 자체의 선전에도 국민들이 경기회복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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