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청 주관 경기도 국회의원 초청 정책협의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모두 공정, 역동성, 탈중앙 정치 등 시대 정신을 갖추고 지지층을 빨아들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전 총장이 야권에서 부상할수록 여권 지지층이 경쟁력을 갖춘 이 지사를 중심으로 결집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이달 5일 ‘차기 대통령 후보로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나’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이라는 응답이 32.4%로 가장 많았다. 지난 1월22일 실시한 같은 조사 대비 17.8%포인트(p) 급증한 수치다.(KSOI가 TBS 의뢰로 이달 5일 진행했다. 전국 18세 이상 10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응답률은 6.1%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같은 기간 다른 여권 인사와 달리 이 지사의 적합도가 소폭 줄어든 것도 특징이다. 이 기간 이 지사는 2.1%p 감소한 24.1%의 적합도를 기록했다. 특히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적합도가 2.8%p(25.8→23%) 감소했다.
임기를 4개월 여 남기고 물러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달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후 차량에 오르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정치권에선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은 상당 부분 유사한 정치적 이미지를 가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이 대표적이다. 이 지사는 2018년 7월 취임 후 ‘공정한 경기도’를 화두로 꺼낸 후 각 분야에서 ‘공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지사가 “(조달시스템) 문제는 독점·독식 구조에 있다”(2월16일), “공정경제 3법 후퇴, 재벌개혁 후퇴로 이어질까 우려된다”(지난해 11월15일), “진짜 기업 프렌들리는 유착이 아니라 공정”(2019년 7월8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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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으로도 구현한다. 보편 지원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COVID-19) 피해 규모와 대상을 면밀히 파악하는 국가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전도민에게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공정 시비를 최소화하고 지원 효과는 극대화된다는 취지다.
윤 전 총장도 마찬가지다. 윤 전 총장은 2019년 7월 취임하며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데 이어 ‘조국 수사’를 사실상 진두 지휘하며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공정 이미지를 떠안았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11월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 30명을 상대로 한 리더십 교육강의에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공정 이미지를 강화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참석자들이 이달 3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국회의원 초청 정책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판을 뒤흔드는 이른바 ‘사이다’ 행보도 공통점이다. 이 지사는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1차 유행 당시 ‘신천지 시설 강제역학조사’를 실시하며 국민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달에는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입법에 의사단체가 반발하고 백신 접종 거부의 뜻을 보이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윤 전 총장 역시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는 당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을 향해 “그것도 선택적 의심”이라며 맞받아쳤다.
윤 전 총장은 정부 정책을 점검하는 국감장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낸 셈이다. 중앙 정치와 거리가 먼 데에서 오는 신선함도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공통적으로 가진 장점이다.
與 지지층, ‘경쟁력’ 있는 후보 밀어준다
대선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결집한 여권 지지세가 이 지사를 향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공정, 역동성, 탈중앙 정치 등 시대 정신을 구현하는 데 이 지사가 강점을 보인다는 관점에서다.
실제 이 지사는 호남과 경륜 등을 앞세운 기성 정치와 차별화하면서 여권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달 5일 KSOI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진보 성향 및 민주당 지지 성향의 응답자에게서 각각 41.9%, 48.3%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경선 결과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박영선 후보는 지난달 26일~3월1일 진행된 경선에서 최종득표율 69.56%로 우상호 의원(30.44%)을 크게 이겼다.
박 후보는 일반 시민은 물론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득표율 63.54%(5만211표)를 얻으며 우 의원(2만8814표·36.46%)를 압도했다. 우 의원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반전을 노렸으나 권리당원들이 경쟁력을 후보 선발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을 주목하며 “대선이 1년 밖에 안 남았다. 갑자기 누가 혜성 같이 나타나서 뜨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도 “시간이 얼마나 안 남았다. 게임을 하려면 어느 정도 판돈을 갖춰야 한다”며 “갑자기 땅에서 새 인물이 솟지 않는다”고 봤다.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달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