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 두 그릇 시켰는데, '쓰레기'가 20개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21.03.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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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거절'해 줄이는 사람들…비닐 넣어주려고 하면 거절, 배달 반찬과 일회용 젓가락 등 "빼주세요"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주문이 늘며 불가피하게 급증한 일회용 쓰레기들. 안 먹는 밑반찬을 미리 빼는 것만으로도 쓰레기를 조금이나마 더 줄일 수 있다./사진=남형도 기자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주문이 늘며 불가피하게 급증한 일회용 쓰레기들. 안 먹는 밑반찬을 미리 빼는 것만으로도 쓰레기를 조금이나마 더 줄일 수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카레 두 그릇을 최근 배달시켰다. 카레·돈까스·국·단무지·김치 등이 왔다. 다 먹은 뒤 용기를 씻어 말리느라 나열했다. 주방 싱크대 위가 빼곡하게 가득 찼다. 다 세어 보니 플라스틱 쓰레기가 총 20개. 고작 두 명의 밥을 시키는데 나온 게 그랬다.

그날 이후 배달 주문을 할 때 안 먹는 반찬은 "빼달라"고 요청했다. 카레를 시킬 땐, 밑반찬 중 단무지만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쓰레기가 확연히 줄었다.



이른바 '쓰레기 거절하기', 애당초 쓰레기를 안 만들겠다는 거다. 이를 실천하는 이들 이야길 담아봤다. 기사 조회 수만큼 함께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면서(댓글로 노하우 공유해주세요).

만두 포장할 때 "단무지는 안 먹으니 빼주세요"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주문이 늘며, 플라스틱 일회용 쓰레기도 어쩔 수 없이 급증하고 있다./사진=독자 제공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주문이 늘며, 플라스틱 일회용 쓰레기도 어쩔 수 없이 급증하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먼저, 앞서 든 사례처럼 '음식 배달·포장' 때 안 먹는 음식은 빼는 방법이다. 최근엔 코로나19로 배달과 포장이 많으니 쓰레기를 줄이는데 유용한 방법이다.



장수연씨는 "음식은 딱 먹을 것만 싸온다"고 했다. 예컨대, 만두를 포장하면 으레 주는 단무지, 나무 젓가락은 빼달라고 하는 거다. 장씨는 "전 밑반찬을 먹지 않으니, 안 받으면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용기, 작은 비닐 쓰레기도 만들지 않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 뿌듯하다고.

포장할 때 용기를 미리 챙겨가는 방법도 있다. A씨는 "반찬가게서 반찬통을 미리 주고, 조리한 반찬을 담아달라고 한다"며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환경을 위해"라고 했다. 식재료 배달시 완충 포장재(일명 뽁뽁이)가 너무 많이 필요한 계란은 오프라인에서 산단다.

"일회용 젓가락이나 숟가락을 빼달라"고 배달앱에 남긴 메시지./사진=독자 제공"일회용 젓가락이나 숟가락을 빼달라"고 배달앱에 남긴 메시지./사진=독자 제공
배달 주문할 때도 마찬가지. 김연희씨는 "메뉴 설명과 후기 사진을 보고 함께 나오는 밑반찬을 미리 확인한 뒤, 안 먹는 건 빼달라고 메시지에 요청한다"며 "안 그러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엄청 나온다"고 했다.


"쓰레기 줄이자", 가게들도 고민
일회용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는 가게도 있다. 사진은 카페 얼스어스./사진=남형도 기자일회용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는 가게도 있다. 사진은 카페 얼스어스./사진=남형도 기자
불가피하게 쓰레기를 만들 수밖에 없는 가게들도 고민한다.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B씨는 집 근처 카페서 컵 대여 서비스를 이용한다. 카페 여러 곳이 함께 진행하는데, 한 곳에서 대여한 컵을 다른 곳에 반납할 수 있다. 가게 앞엔 바구니가 있어, 문 닫은 시간에도 넣을 수 있다. 그는 "컵 대여시 음료값 할인도 된다"며 "이런 업체와 서비스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카페 '얼스어스(Earth us)는 일회용 냅킨 대신 손수건을 둔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스푼을 비치했다. 텀블러·용기가 없으면 테이크 아웃도 할 수 없다. 지구를 배려하는 생각에 손님들도 깊이 공감한다. 게다가 맛도 좋다.

더 나아가면…'소비 방식'의 변화
유리 빨대와 파우치./사진=제로웨이스트샵유리 빨대와 파우치./사진=제로웨이스트샵
뭣보다 생활·소비 방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게, 쓰레기를 줄이려 실천하는 이들의 꿀팁이다.

일회용 대신, 다회용 물품으로 쓴다. C씨는 "커피머신을 장만해 사 마시는 대신 집에서 해먹으면 플라스틱이 줄고, 생리대를 사는 대신 생리컵·면생리대를 써서 쓰레기를 줄인다"고 했다. D씨는 "일회용 기저귀 때신 천기저귀, 휴지 대신 면손수건, 그리고 비닐 대신 면 가방을 쓴다"고 했다.
텀블러는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게 핵심이다./사진=남형도 기자텀블러는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게 핵심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정리를 자주 한다. D씨는 "장롱·서랍 정리를 하며 필요했던 물건도 찾고, '아, 이걸 왜 샀지'하며 아깝게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물건마다 눈도장을 찍어두면 '아, 그게 저기 있었지' 할 수 있어 쉽게 사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엄마 장롱을 뒤지면서 30년 된 재킷·니트·블라우스도 발견했다. 그는 "돈 주고 사면 40만원은 들었을텐데, 훨씬 기분이 좋다"며 "유행은 역시 돌고 돈다"고 했다.

음식 재료를 서로 공유한다. 박정희씨는 식재료를 산 뒤 회사 동료와 나눈다. 예컨대, 박씨는 멸치 볶음을 하고 남은 멸치를 주고, 동료는 콩나물국을 한 뒤 남은 콩나물을 준다고. 그는 "냉장고에 남은 재료들이 방치됐으면 음식물 쓰레기가 됐을텐데, 좋은 나눔도 되고 환경도 지켜서 좋다"고 했다.

'원플러스원(저렴한 물건 사기)'을 경계한다. E씨는 "싸다고 현혹돼 산 물건은 결국 끝까지 다 못 쓰고 버리는 게 많다"며 "다 써서 떨어지면 사거나, 한 두 번 쓸만큼 떨어질 양이 남으면 그때 사는 게 소비 원칙"이라고 했다. 그러면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쓰게 된다고. 그는 "치약을 가위로 잘라서 파내서 다 썼다"며 "여분이 있었으면 그냥 버렸을 것"이라고 했다.
가방에 달고 다닐 수 있도록 돼 있는 장바구니./사진=독자 제공가방에 달고 다닐 수 있도록 돼 있는 장바구니./사진=독자 제공
최대한 오래 쓴다. 유예영씨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 옷을 안 산다고. 그는 "질 좋고, 유행 안 타는 튼튼한 옷을 사서 오래 입는다"며 "한 번 의식하니 계속 신경을 쓰게 되더라"라고 했다.

특히 환경 보호를 위해 산 제품은 더 그렇다고. F씨는 "텀블러·에코백은 최소 수백번 이상 써야 효과가 있단 글을 봤다"며 "이런 걸 오래 안 쓰고, 크기와 색깔이 다른 여러 제품을 사면 오히려 일회용 컵보다 더 많은 온실 가스가 나온다고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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