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 자오 감독 © AFP=뉴스1
'노매드랜드'의 연출을 맡은 클로이 자오 감독은 작품상 뿐 아니라 감독상까지 품에 안았다. 이로써 주요 부문 2관왕을 차지한 '노매드랜드'는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데 이어 또 한 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또 이 영화는 전미비평가협회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고, 뉴욕영화비평가협회상 감독상 등 '오스카 레이스' 기간 주요 상들을 싹쓸이 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아시아 영화인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클로이 자오 감독 뿐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 감독인 정이삭 감독이 영화 '미나리'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미나리'는 영화에서 사용된 언어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한국어라 외국어 영화로 분류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주요 부문 후보로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제약이 없는 아카데미 시사식에서는 유력 수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영화 '미나리' 포스터 © 뉴스1
정이삭 감독(리 아이작 정)/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뉴스1
할리우드는 '화이트 워싱'(백인이 아닌 캐릭터에 백인을 캐스팅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돼왔을 정도로 인종차별이 극심했다. 유색인종 중에서도 특히 아시아인은 대중매체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실력 있는 아시아계 감독 및 영화인들이 등장하고, 아시아인 주인공을 앞세운 작품들이 부각을 받으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 다양성 확보를 위한 업계 내부의 자정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극영화상까지 총 4개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일어난 '기적'이었다. 중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페어웰' 역시 그해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아콰피나)을 수상하며 '아시아 파워'를 보여줬다. 두 작품의 약진은 올해까지 이어져 '미나리'로 연결됐다.
그 사이 새로운 위기가 닥쳐오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국 내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급증한 것. 지난달 27일(현지시간)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 폴리스퀘어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증오 범죄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고, 수백명이 이 시위에 참석했다.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스톱 APPI헤이트'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 사이에 아시아계 인종차별이 2808건 보고됐다고 밝혔다.
무료로 공개된 '윈드'의 한 장면 © 뉴스1
픽사 측은 "아시아인들과 아시아계 미국인들과 연대해 반아시아 증오에 맞설 것"이라며 "아시안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얼마만큼 (사회의) 포용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이 작품들을 공개하며, 무척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발표했다.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아시아계 감독, 배우들, 그리고 그들의 작품에 쏠리고 있는 스포트라이트는 이제는 막기 어려운 대세가 됐다. 지난해 100% 외국어로 채운 외국 영화에 최고상을 주며 '로컬 시상식'을 벗어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올해 또 한 번 '차별'이 아닌 '포용'의 결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게 되는 이유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4월26일(미국시간 4월2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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