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간판 임효준, 태극마크 떼고 '오성홍기' 다는 이유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3.0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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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징계·소송으로 베이징올림픽 출전 불투명…빅토르 안 코치로 있는 中 대표팀 선택

임효준이 2018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시상대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임효준이 2018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시상대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 쇼트트랙 간판 스타로 활약하다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에 이어 이번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효준(25)이 중국으로 떠난다. 성희롱 징계로 선수생활이 위기에 처한 데 따른 결정이다. 이에 따라 임효준은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오성홍기'를 달고 빙판에 설 전망이다.

6일 임효준 측에 따르면 임효준은 중국 빙상경기연맹의 제안을 받아 중국 특별귀화절차를 밟고 있다. 임효준의 사정을 알고 있는 관계자는 "임효준이 중국 귀화를 결심했다"며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합류해 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고양시청과 재계약하지 않은 임효준은 소속팀 없이 개인 훈련을 이어왔는데, 현재 훈련하던 장소에 있던 개인장비도 모두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효준의 이번 귀화는 선수생활 연장을 위한 결정이란 설명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 500m 동메달을 수확하며 정상급 에이스로 발돋움한 만큼 태극마크를 달기 위한 실력엔 손색이 없지만 징계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임효준 측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임효준이 징계로 올림픽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걱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효준은 2019년 진천선수촌에서 암벽 등반 훈련을 하는 도중 후배 남자 선수의 바지를 잡아당겨 다른 선수들에게 신체 일부를 노출하게 만들어 논란을 빚었다. 피해 선수는 대한체육회에 임효준을 성희롱으로 신고했고,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제기한 재심 청구도 기각되며 징계가 확정됐다.



임효준은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징계무효확인 소송을 냈고, 2019년 12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징계는 중단된 상태다. 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5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오로지 피고인이 반바지를 잡아당긴 행위만 가지고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도덕 관념에 반한다기에는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2심 무죄 판결히 뒤집힐 경우 징계가 다시 시작돼 자연스럽게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된다. 해당 사건 이후 2년 동안 소속팀과 국가대표 활동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올림픽을 1년 남겨두고 징계 리스크를 감수하느니 귀화를 통해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에서 적응도 어렵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현재 중국 대표팀은 임효준이 활약했던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김선태 감독이 총감독을 맡고 있다. 또 귀화 선수로 올림픽 메달을 딴 경험이 있는 빅토르 안이 지난해 중국 대표팀에 코치로 합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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