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 그래도 서울 아파트값 떨어져요"[부릿지]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이상봉 기자, 신선용 디자이너, 김세용 PD 2021.03.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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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릿지TALK]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1 대전망' 저자



집값이 대체 언제까지 오를까. 지난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률이 1.17%를 기록, 2008년 6월 이후 1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처음으로 9억원을 넘어섰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 하는지,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실수요자의 고민이 깊어진다.

지금 서울 집값은 소득, 물가 대비 어느 수준에 놓인 걸까. 지금 집을 사도 괜찮을까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에서 빅데이터로 부동산 시장의 투자 지표를 제시하는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급 부족? 그래도 서울 아파트값 떨어져요"[부릿지]




▶조한송 머니투데이 부동산부 기자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이 나타나는 시점을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라고 하셨습니다. 변곡점이 될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1 대전망' 저자
많은 분들이 서울의 2021~2022년의 입주 물량이 없기 때문에 (집값이) 계속 상승할 거라고 주장을 해요. 그런데 제가 AI(인공지능)로도 분석을 해보고 다양하게 해 본 결과 수도권은 입주 물량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별로 크지 않아요. 지방은 입주 물량이 많으면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부족하면 올라갈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수도권은 다르다는 거죠.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보여드릴게요. 전국 입주 물량 데이터에요. 입주 물량이 평균보다 살짝 적지만 많이 적지 않죠? 수도권만 따로 떼서 볼게요. 2017년~2019년 입주 물량 많았죠? 이때 신문 기사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말이 '수도권 입주 폭탄' '아파트 가격 올라가기 힘들다'였어요. 정부가 2017년 8·2대책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규제에 나선 데다 입주 폭탄이 있어서 부동산 전문가의 80%가 집값이 못 올라간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무슨 소리냐, 지금 (집값은) 굉장히 저평가 돼 있고 입주 물량이 있어도 (집값은) 올라간다'고 주장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어떻게 됐어요? 입주 물량이 많지만 아파트 가격은 엄청나게 올랐잖아요. 2001~2003년은 어떤가요. 수도권 입주 물량이 많았지만 집값이 엄청 올랐잖아요. 반대로 2010~2013년은 어떤가요. 수도권의 입주 물량이 적었지만 대세 하락이 왔어요. 결과적으로 입주 물량이 적을 때도 (집값이) 하락했고, 많을 때도 상승했단 거예요. 그러면 지금 수도권의 입주 물량을 볼게요. 2021~2023년은 2010~2013년, 즉 대세 하락장이 있었던 시기보다 입주 물량이 더 많아요. 그 얘기는 입주 물량이 적다고 (집값이) 떨어진다거나 더 올라간다고 주장하는 건 코끼리라는 부동산 시장에서 코 하나만 가지고 전망을 하는 것과 같다는 거죠.

다만 제가 변곡점이 올 거라고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인천 입주 물량이에요. 2022~2023년 연속으로 인천에서 역사상 최고의 입주 폭탄이 예정돼 있습니다. 만약에 수도권에서 좀 싸게 전세로 살고 싶다면 내년부터 인천으로 가세요. 인천에 입주 물량이 이렇게 몰리면 매맷값이나 전셋값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공급 부족? 그래도 서울 아파트값 떨어져요"[부릿지]
▶조한송 머니투데이 부동산부 기자
앞서 수급과 집값의 흐름이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었다고 하셨어요. 그런데도 인천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보시는 건 워낙 양이 많아서 인가요.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1 대전망' 저자
네 맞습니다. 아마 집값이 올라가기 쉽지 않을 거예요. 입주 물량이 적당히 많으면 괜찮은데 2년 연속 엄청난 물량이 쏟아지거든요. 그래서 인천 집값이 내려갈 가능성이 상당히 많고요. 수도권 시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봅니다. 인천은 빠르면 올해 가을부터 매맷값과 전셋값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조한송 머니투데이 부동산부 기자
서울 집값이 고평가됐다고 주장하는 근거를 추가로 설명해주시죠.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1 대전망' 저자
전세 대비한 저평가 인덱스를 보면 지금 근래 6년 중 가장 고평가된 국면이고요. 소득 대비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볼게요. 고점이 2008년이었어요. 이때가 소득 대비 아파트값이 가장 비쌌습니다. 반면 2014~2015년이 가장 쌌어요. 그런데 지금 어때요? 역사상 지금 (집값이) 소득 대비 가장 고평가됐어요. 소득 대비해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비싸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물가 대비 저평가 인덱스도 볼게요. 과거에 2007~2008년 이때가 굉장히 높았잖아요. 반면 2013~2014년 이때가 가장 저평가됐고요. 2018년 중순부터 고평가로 접어들었고요. 그리고 지금은 -34.8%입니다. 즉 물가 대비에서 서울 아파트값이 지금 35% 정도 가량 고평가됐다. 이 수치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가장 높습니다. 2008년 이때보다 더 심각해요.

주택 구매력 지수는 대출을 일으켜서 집을 사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중위 소득 가구가 표준 대출을 받아서 중간 정도 가격의 집을 샀을 때 대출을 상환하는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에요. 2007~2008년은 굉장히 안 좋았고요. 반면 2014~2015년이 가장 좋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껴서 집을 사는 게 이렇게 부담스러운 상황이에요.

금리가 높아도 집값이 싸면 이자 부담이 적잖아요. 집값이 저평가된 거고. 그런데 지금은 사상 초유의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이 숫자가 굉장히 안 좋아요. 서울아파트 가격이 굉장히 고평가 돼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만든 저평가 데이터들이 공통으로 '2007~2008년은 고평가, 2014~2015년은 저평가다, 지금은 또다시 고평가돼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보면 당장 뭔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보이진 않지만 점차 에너지가 약화하고 있고 머지않아 변곡점으로 나타날 거라고 봅니다.

"공급 부족? 그래도 서울 아파트값 떨어져요"[부릿지]
▶조한송 머니투데이 부동산부 기자
앞서 저희 채널에 출연한 엘리엇(필명) 님이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대폭락할 거라고 주장했는데요. 이 주장에 동감한다는 의견을 밝히셨습니다. 대세 하락 시 예상보다 깊은 조정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1 대전망' 저자
사실 부동산 전문가 중에서 지금 변곡점이나 하락을 얘기하는 분이 거의 없어요. 좀 빠르면 2023년 정도에 변곡점이 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상당수는 앞으로 4~5년 동안 (집값이) 더 간다고 보고요. 저처럼 올해나 내년 정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는 분은 극소수에요.

그런데 제가 엘리엇이 쓴 책을 보고 참 독특한 분석 방법이나 전체적인 맥락이 제가 데이터로 분석한 것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꼈어요. 엘리엇은 2021년 상반기부터 서울 아파트의 대세 폭락이 시작될 거고 바닥은 2029년에 올 거라고 했어요. 제가 보기에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아요. 저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정도에 변곡점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요. 그런데 부동산은 이런 게 있어요. 금융위기 이후에도 집값이 확 내려간 게 아니라 떨어졌다가도 잠깐 올랐다가 몇 년을 떨어졌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도 그런 패턴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올해랑 내년 상반기 사이에 변곡점이 올 거라고 했지만 좀 떨어졌다가 다시 또 올라갈 수 있다는 거예요. 어찌 됐건 큰 흐름으로는 지금은 거의 변곡점 부근에 온 것이 틀림없다는 거죠.

▶조한송 머니투데이 부동산부 기자
엘리엇은 서울 아파트값이 5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는데요, 이 부분도 동감하시나요?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1 대전망' 저자
네. 저는 금융위기 이후보다 더 큰 하락장이 올 거라고 봐요. 개별 단지에 따라서는 거의 60%까지 하락을 할 수 있다고 보고요. 왜냐하면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하락장이 마무리되는 2024~2026년에 수도권 입주 폭탄이 쏟아져요. 그래서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거죠.

"공급 부족? 그래도 서울 아파트값 떨어져요"[부릿지]
▶조한송 머니투데이 부동산부 기자
그런데 과거 하락기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경제적인 위기 상황이 있었잖아요. 앞으로 올 하락장은 경제적인 위기 상황이 없더라도 재현될 수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1 대전망' 저자
네.
▶조한송 머니투데이 부동산부 기자
대규모 입주 물량으로도 대세 하락이 가능하다고 보는 건가요?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1 대전망' 저자
아니요, 입주 물량이 뿐만 아니죠. 부동산은 심리거든요. 계속 (집값이) 올라간다고 하면 그 힘 때문에 가지만 한번 떨어지면 분위기가 확 바뀌어요. 아무도 사지 않아요. 부동산이 무서운 게 뭐냐면 올라갈 때는 집주인이 더 비싸게 팔려고 매물을 거둬요. 매물이 없으니 가격은 더 오르고요. 반면에 대세 하락이 오면 물건을 내놔도 안 팔려요. 그런데 지금 거의 이런 변곡점 부근에 왔다는 거죠. 한 2~3년만 지나도 분위기는 지금이랑 정말 많이 달라질 겁니다.

그리고 위기까지는 아니지만 경제에도 지금 변곡점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어요. 미국에서 2023년까지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지금 미국채 10년물이 어떤가요? 이미 실질 금리가 올라가고 있잖아요. 결국에는 기준 금리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거고요. 점점 자산 시장에는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많을 거고요. 지금 자산 시장도 굉장히 고평가 돼 있고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미국 주택시장이 본질적인 가치에 대비해서 너무나도 많은 거품이 껴 있었기 때문에 터진거예요. 우리나라도 이번에 대세 하락장이 오면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질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부동산에 대한 의사결정은 인생을 뒤바꿀 정도로 너무나도 큰 사건이잖아요. 한번 떨어지면 1억~2억원 떨어지는 건 우스워요. 본격적인 대세 하락장이 오면 30%에서 많게는 50% 가까이 떨어져요. 올해냐 내년이냐의 문제지 변곡점은 분명히 옵니다. 만약 집값이 내려갔을 때를 생각하면 당장 1~2년 행복해지자고 공황구매 하는 게 맞냐는 거죠. 지금 아파트를 사는 건 전세, 물가, 소득 대비해서 그리고 금리를 고려해도 지난 17년 동안 가장 고평가될 때 사는 거예요. 당장은 모르겠지만 앞으로 3~4년만 지나도 상황은 지금과는 매우 다를 거예요.

출연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조한송 머니투데이 부동산부 기자
촬영 이상봉 기자, 김세용 PD
편집 이상봉 기자
디자이너 신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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