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1등 아닌데 세계 최고 주식부자 된 버핏의 비결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21.03.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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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345>버핏의 또 다른 투자 성공 비결

편집자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역사상 세계 최고 주식부자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인덱스에 따르면 6일 기준으로 버핏의 순재산은 약 965억 달러(107조원)에 달한다. 아마존(Amazon)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나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 등과 같은 사업가 중에는 버핏보다 재산이 많은 이도 있지만, 본업이 주식투자인 사람 가운데 버핏을 능가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래서 버핏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주식투자자의 우상이다. 수많은 사람이 버핏처럼 성공하기를 꿈꾸며 그의 투자 법칙과 전략을 배우고 따라 하려고 노력한다. 그의 투자 철학이나 기법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버핏의 투자 성공은 일반적으로 그가 연평균 22%의 성적을 기록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버핏은 10살 때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고 하고 그의 나이가 올해 90세이니 그 누구도 감히 뛰어넘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성과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착각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버핏이 세계 최고 주식부자이니까 그가 거둔 연평균 22%의 투자수익률이 1등이겠거니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



“투자 성적만으로 보면 버핏은 최고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는 세계 최고 주식부자가 됐습니다.”

작년에 출간된 ‘The Psychology of Money: Timeless lessons on wealth, greed, and happiness’의 저자 모건 하우젤(Morgan Housel)은 세계 최고 주식부자인 버핏이 투자수익률만으로 따져보면 세계 최고는 아니라고 말한다.

하우젤에 따르면, 르네상스테크놀로지스(Renaissance Technologies) 창업자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제임스 사이몬스(James Simons)의 투자수익률은 1988년 이래 연평균 66%에 달해 버핏의 투자성적보다 3배나 높다. 하지만 사이먼스의 순재산은 245억 달러(27조원)로 버핏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하우젤의 의도는 버핏의 투자 성적을 폄하하려는 게 절대 아니다. 사실 버핏이 거둔 연평균 22%의 수익률은 보통사람은 물론이고 웬만한 투자고수도 달성하기 어려운 훌륭한 성과인 게 맞다. 단지 어느 해 운이 좋아서 거둔 단기 수익률이 아니고 버핏의 투자 평생 거둔 인생 수익률이다.

하우젤이 진짜 궁금한 것은 사이몬스는 1988년부터 연평균 66%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하며 버핏의 투자성적을 훌쩍 뛰어넘었는데도 왜 순재산이 버핏보다 월등히 적은가에 있었다. 반대로 버핏은 사이몬스보다 훨씬 적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하면서도 어떻게 세계 최고 부자가 됐을까?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속담)

하우젤이 주목한 것은 버핏의 투자 기간이었다. 버핏은 주식투자를 10살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30살에 됐을 때 그의 순재산은 100만 달러로 늘어났다. 물가상승을 감안한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면 약 930만 달러(103억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버핏이 보유한 순재산의 상당 부분은 그가 50살이 넘어서 축적됐다. 그의 순재산 가운데 약 70%에 달하는 700억 달러(78조원)는 60대 중반 이후에 늘어난 것이다.

버핏의 순재산 증가 추이는 복리효과를 떠올리게 한다. 버핏은 10살 때부터 일찍 투자를 시작했기에 시간이 갈수록 복리효과로 인해 그의 순재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만약 버핏이 보통사람들처럼 나이 30살 무렵 투자를 시작했다면 연평균 22%의 투자수익률을 거둔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순재산을 축적할 수 없다. 버핏보다 3배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한 사이먼스는 버핏보다 훨씬 늦은 나이에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에 버핏 만큼 복리효과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

속담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있는데, 버핏의 성공은 왜 일찍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다. 버핏은 ‘일찍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 부자가 된다’는 투자격언을 한평생 실천한 사람이다.

“가장 높이 사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서)

하우젤이 터득한 버핏이 세계 최고 주식부자가 된 또 다른 이유는 나이가 90살이 됐는데도 계속 투자를 하고 있다는 데 있었다. 버핏은 남들처럼 60~70대에 은퇴하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투자를 해오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만약 버핏이 30살에 투자를 시작해서 60세에 투자에서 은퇴했다면 그의 순재산은 고작 1190만 달러(132억원)에 그치고 만다. 현재 그의 순재산보다 99.99%나 적다.

버핏은 남들보다 훨씬 일찍 투자를 시작하고 남들과 달리 60~70대에 은퇴하지 않고 90살이 넘어서까지 계속 투자를 하고 있기에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난 복리효과를 오로지 누리고 있는 것이다.

리차트 바크(Richard Bach)의 베스트셀러 소설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 Seagull)에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유명한 문구가 나오는데, 버핏의 성공은 왜 길게 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버핏은 ‘가장 길게 투자하는 사람이 더 큰 부자가 된다’는 투자격언을 이론이 아닌 실제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수익률 1등 아닌데 세계 최고 주식부자 된 버핏의 비결
우리도 얼마든지 버핏의 투자 법칙을 실천해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예컨대 바야흐로 100세 시대이니까, 나이 20살에 5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해 연복리 10%의 수익률로 80년간 꾸준히 투자를 한다면, 100억원을 모으는 게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 우리의 투자금은 10년, 20년 후엔 1300만원, 3300만원으로 불어나지만 시간이 갈수록 증가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55년 후엔 10억원을 넘어서고 67년 이후엔 30억원, 그리고 72년 후엔 50억원을 초과하게 된다. 79년 후엔 최초 500만원의 투자금이 100억원으로 불어난다.

위의 복리효과 예시 그래프에서 보듯이 일찍 그리고 길게만 투자를 한다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복잡한 투자 기법이나 투자 전략 없이도 가능하다. 이게 바로 복리의 마법이다. 그래서 상대성이론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알버트 아이슈타인(Albert Einstein)은 복리효과를 가르켜 '세계 8대 불가사의'(the 8th wonder of the world)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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