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두고 불륜카페 모이는 사람들…'금사'가 뭐길래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1.03.0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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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1/사진 = 뉴스1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불륜카페'가 성행하고 있다. 3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한 불륜카페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후기글이 게시된다. 일부 회원들은 새로운 상대방을 구하기 위해 불륜카페를 찾는다.

일각에서 불륜카페가 외도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불륜카페를 이용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애인과 헤어져 아내가 밉다"…불륜카페 채운 '막장' 사연들
2004년 개설된 한 '불륜카페' 회원수는 현재 3만4000여명이다. 매일같이 불륜과 관련된 글이 게시되며, 모든 글을 볼 수 있는 '정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기혼 여부와 불륜 상대방의 나이·사귄 기간 등 상세한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게시글의 대부분은 '불륜을 배우자가 알아채 괴롭다'는 상담글이다. 일부 회원들은 '고민을 함께 이야기할 분은 메시지 달라'며 상대방을 찾기도 한다. 한 회원은 "아내 몰래 한 달에 2번 정도는 외박할 수 있는 남자친구를 구한다"는 글을 올려 수천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카페에서 사용되는 단어는 주로 초성을 활용한 은어다. 불륜은 'ㄱㅅ'(금지된 사랑), 성관계는 'ㅈㅈㄹ'(잠자리), 아내는 'ㅇㅇ'(와잎-와이프)이라고 표현한다. 기혼녀·미혼남 불륜커플은 '기녀미남', 기혼남·미혼녀일 경우 '기남미녀'로 부른다.

충격적인 사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남성 회원은 '아내가 알게 돼 기혼 애인과 헤어졌는데 아내가 너무 밉고 보기 싫다'는 글을 적었다. 다른 여성 회원은 '기혼 애인의 아내가 임신하니 내게 더 잘해 줘 기분이 좋다'는 글을 올렸다.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는 글이 올라오다 보니 이 카페에서는 전속 변호사를 두고 무료 법률상담까지 제공한다. 전문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는 상담 게시판에는 '상간녀로 소송 송장을 받았다' '불륜을 들켰는데 내가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나'는 글이 게시된다.


'불륜카페'서 실제 일탈로 이어져도…"글 썼다고 처벌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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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카페'를 통한 외도가 깊은 관계보다 쾌락 중심의 가벼운 관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불륜카페'가 일시적으로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파트너를 찾는 일탈의 장소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소장은 "불륜카페에 글을 올리거나 온라인상의 대화가 실제 외도로 이어져 부부상담을 하는 사례가 흔히 발생한다"며 "불륜 상대방과의 관계가 깊지 않고 한때의 일탈, 호기심을 위해 불륜카페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이 카페를 사용하는 것을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른 사람과 애정이 담긴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불륜을 인정한 판례가 있지만, 단순히 카페에 글을 올리는 것은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불륜카페의 운영이나 이용만으로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없어 보인다"면서도 "육체관계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기만 했는데도 불륜에 해당하는 사례가 있어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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