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엄마 된다"…장애학생, 일반학교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21.03.0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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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대체 장애아를 왜 일반고에 보내시나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와 파장을 일으켰다. 장애 학생이 수업에 방해되고 교내에서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특수 학교 및 학급이 여전히 부족해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7년 서울 25개 자치구에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특수학교 설립은 제자리 걸음이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자치구 25곳 중 동대문·중랑·금천·영등포·용산·양천·성동·중구 등 8곳에는 특수학교가 없다.

이곳에 사는 장애학생들은 특수학교를 가기 위해서 다른 지역으로 원거리 통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통학하는 서울 특수학생(4227명) 중 왕복 통학 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는 학생은 1629명으로 38.5% 수준이다.



'장애아를 왜 일반고에 보내냐'는 물음에 대해 장애인 가족이 있는 A씨는 "근본적인 문제는 장애인 수에 비해 장애인 학교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학교까지 가는 시간이 많게는 3시간 걸린다"며 글을 올렸다.

장애학생 학부모인 B씨도 현실적으로 장애 아이를 일반 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B씨는 한 커뮤니티를 통해 "우리 아이가 특수학교에 당첨되면 더 중증인 아이가 특수학교를 못 가는 상황이 된다"며 "특수학교를 지원하면 내 자식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엄마가 되고, 일반학교를 지원해도 비장애 아이들 학습권을 침해하는 이기적인 엄마가 된다"고 했다.

"이기적인 엄마 된다"…장애학생, 일반학교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
조 교육감은 2017년 "모든 자치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발표 이후 당시 논의되던 동진학교 등을 제외하면 서울엔 단 한 곳의 특수학교도 추가로 설립되지 못했다. 부지 확보, 주민 반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다.


2024년 9월 중랑구에 개교할 예정인 동진학교도 당초 개교 목표일이 2017년 3월이었으나, 학교 부지 선정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다. 강서구 서진학교는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주민토론회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한 이후 가까스로 설립됐다.

특수학교 설립 논의 상황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가 감소하는 추세라 폐교·이전하는 학교를 활용해서 특수학교를 세우는 방안 등을 포함해 올해 안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초 발표와 달리 모든 자치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방향보다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역을 파악해 점차적으로 특수학교 수를 늘려가겠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이미 특수학교가 있는 자치구에 추가로 설립을 추진할 것이고, 없는 곳이라도 (수요가 적다면 설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반대 등에 부딪쳐 사립학교의 특수학급도 부족한 상태다. 서울시내 사립 고등학교 200곳 중 5.5%에 해당하는 11곳만 특수학급이 설치됐다.

이 관계자는 "특히 사립 유치원과 고등학교에서 특수학급 설치가 저조하다"며 "새롭게 특수학급을 신설한 학교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면서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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