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세리브로 "양자역학 신약 SW, 美 슈로딩거보다 자신"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이유미 기자 2021.03.0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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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성 인세리브로 대표/사진제공=인세리브로조은성 인세리브로 대표/사진제공=인세리브로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 바이오벤처 슈로딩거(SDGR)는 빌게이츠가 대주주로 참여해 유명세를 탔다. 핵심 아이템은 양자역학 계산을 적용한 신약 개발 소프트웨어. 슈로딩거의 창업자는 컬럼비아 대학교의 화학교수 '리처드 프리스너'다.

조은성 인세리브로 대표와 '리처드 프리스너'의 인연은 깊다. 조 대표가 2007년 고려대학교 생명정보공학과 교수로 부임하기까지 공동연구를 활발히 진행해와서다. 슈로딩거가 갖춘 양자역학 기반의 신약 개발 소프트웨어는 그의 손을 거쳐 개발됐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그간의 연구를 고도화하기 위해 설립한 게 바로 인세리브로다. 이 때문에 조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기술력만큼은 슈로딩거보다 앞서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배경에는 2005년 조 대표가 컬럼비아 대학과 슈뢰딩거에서 양자역학 기반 신약 개발용 소프트웨어 'QPLD'에 관련한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과 관련 있다.



때는 20여년 전. 조 대표가 미국 브라운대학교 박사 과정을 밟던 때로 거슬러간다. 우연히 만난 프리스턴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와 창업을 접목해 얘기했다. 학계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학자가 사업에 심취라니 너무 상업적인 것 아니냐며 다수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것이다.

하지만 뜻밖의 인연이 둘을 이어주었다. 2년 뒤 조 대표가 컬럼비아 대학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다. 당시 양자역학을 적용한 신약 개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프리스너는 그가 쌓아온 연구를 두고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진보된 방법론'이라며 극찬했다. 그길로 슈로딩거에 스카우트됐다. 그 당시 분자 모델링 기술이 실제 제약회사에서 어떻게 이용되는지 직접 겪어본 계기가 됐다고 조 대표는 회상한다.

이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게 바로 인세리브로의 신약개발 플랫폼 '마인드'(MIND)다. AI(인공지능) 및 양자역학 계산을 십분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슈로딩거의 분자 모델링 기술은 약물과 타깃 단백질이 결합했을 때의 화학적 성질을 지도화하는 수준이라면, 인세리브로의 경우 파마코포어 모델링이 가능하다. 결합 가능한 화합물(신약 물질)의 형태나 구조를 유추하는 기술이다.


능동학습 기반의 AI도 플랫폼 완성도를 더했다. 통상의 AI 기반 신약개발은 방대한 약물 데이터를 학습해 맞춤형 약물을 예측하는 역할을 한다면, '마인드'는 약물이 작용하는 타깃 단백질 구조 정보를 두고 새로운 화학물을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게 가능하다. 가뜩이나 데이터가 부족한 새로운 기전의 신약을 빠르게 디자인하게 돕는다.

조 대표는 "인세리브로는 슈로딩거를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양자역학 계산을 제대로 활용한 신약 개발 소프트웨어 회사"라면서 "회사가 갖춘 AI 및 양자역학 분자모델링으로 혁신 신약 개발 과정을 최대 80% 앞당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회사는 5개의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3개는 공동연구로, 2개는 자체 개발 중이다. 자체 개발 중인 신약은 현재 후보물질을 발굴한 상태로 최적화 단계를 밟고 있다. 오는 2021년 중 전임상 진입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양자컴퓨팅 기반의 신약 개발이 꿈이다. 최근 이와 관련한 연구를 개시했다. 양자컴퓨팅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에 앞서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조 대표는 "양자역학계산 연구의 최첨단에 있는 인세리브로가 그 역할에 적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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