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별의 순간' 임박?…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국민의힘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1.03.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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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고등검찰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3.3/뉴스1(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고등검찰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3.3/뉴스1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작심 발언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 총장과 함께 갈 수도 있다는 기대와 경쟁자로 남을 우려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정치 행보 아니다" 선 그으면서도 내부선 "함께 할 수 있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3.3/뉴스1(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3.3/뉴스1


정부·여당의 중수청 입법 추진에 윤 총장은 연이틀 언론사 인터뷰에서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 총장은 3일 대구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여권의 행보를 강도높게 질타했다. 정계 진출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윤 총장을 지원 사격하면서도 윤 총장의 발언을 정치적 행보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정치인 윤석열'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기자들과 만나 "헌법상 부여된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는 법을 만드는 데 조직의 수장으로서, 조직 수장 아니라 일반 국민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며 "그것이 어떻게 정치적 행보냐"고 반문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윤 총장 정계 진출 가능성에 "현직에 있는 사람이라 뭐라고 왈가왈부할 상황은 아닌 거 같다. 조금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서 대통령 후보를 내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 걱정된다고 했다. 윤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 안착해 대선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윤 총장이 소위 '적폐 수사'를 지휘하여 문재인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란 평을 얻은 것도 국민의힘에겐 부담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힘에 아직 친이·친박계 의원들이 많은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한 사람이 윤석열"이라며 "친이·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이 매우 심할 것이다. (윤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생각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에선 윤 총장이 정치권에 진출한다면 함께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나라의 형편과 상황이 윤 총장으로 하여금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방향으로 몰고 있다"며 "윤 총장이 국민에 의해 정치권으로 강제 소환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민의힘의 윤 총장 영입에도 "사람들이 그런 기대를 많이 한다"며 "(윤 총장이) 국민의힘 식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중수청 설치가 본격화하면 윤 총장을 필두로 많은 검사들이 사퇴할 것"이라며 윤 총장의 3월 사퇴설과 정계 진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어 "모든 가능성은 다 열어놔야 한다"며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우리(국민의힘)는 (윤 총장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국민의힘은 가릴 처지 아냐"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고등검찰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3.3/뉴스1(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고등검찰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3.3/뉴스1
전문가들은 윤 총장의 정계 진출을 확신하면서도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곤혹스런 상황이지만, 대선 후보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마땅한 선택지도 없다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국회에서 중수청 법안이 발의되면 (거대 여당에 의해) 통과될 것"이라며 "그때는 (윤 총장이)사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입당에는 "제3지대에 머무를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국민의힘은) 안철수마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선출직이) 전부 당 외부인사로 돼서 곤란해진다"면서도 "안철수는 이미 서울시장에 나갔고, 지지율 5%를 넘기는 홍준표에게 기댈 수도 없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선택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 소장도 "(윤 총장 정계 진출 가능성에) 국민의힘이 지금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잘 모르는 일이지만 국민의힘이 그걸 가릴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총장의 제3지대 진출이 오히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좋다는 분석도 있다. 범야권에 흥행을 불러와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윤 총장의 정계 진출이 범야권에는 흥행이 되니까 좋다"며 "과거 안철수-문재인 후보가 1년 내내 단일화로 부딪쳤듯이 (국민의힘과 윤 총장이) 서로 후보 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펼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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