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균등배정에…큰손들 청약 대신 '여기' 투자한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1.03.04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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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의 아파트 단지 주변에 위치한 지점들은 2일 아침 일찍부터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하려는 고객들로 붐볐다. 삼성증권은 청약고객을 위해 각 지점에 방역전담직원과 자동체온기 등을 운영했다. / 사진제공=삼성증권삼성증권의 아파트 단지 주변에 위치한 지점들은 2일 아침 일찍부터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하려는 고객들로 붐볐다. 삼성증권은 청약고객을 위해 각 지점에 방역전담직원과 자동체온기 등을 운영했다. / 사진제공=삼성증권


올해 첫 IPO(기업공개) 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을 앞두고 바뀐 '큰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공모주 균등배정 물량으로 '머니게임'이 어려워지면서 일반 청약보다 다른 수단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4~5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나선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금액은 최대 1조4918억원(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2017년 셀트리온헬스케어(1조88억원) 이후 첫 조 단위 공모다.

하지만 지난해 SK바이오팜 (83,400원 ▼1,600 -1.88%)(30조9899억원)이나 카카오게임즈 (21,000원 ▼50 -0.24%)(58조5543억원)처럼 수십조원에 달하는 청약증거금이 몰릴지는 미지수다. 공모주 청약제도 개편으로 청약 증거금에 비례해 받는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IPO 개편안에 따르면 공모주의 50% 이상을 균등배정한다. 균등배정은 최소 청약주수(통상 10주) 이상을 신청한 투자자 전원에게 청약 물량을 균등하게 배정하는 방식이다. 균등배정을 하고 남은 물량은 청약 증거금에 따라 비례배정한다.

예를들어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가 상단 기준 최소 청약금액은 65만원, 청약증거금은 청약금액의 50%인 32만5000원이다. 32만5000원의 청약금액만으로 최소 1주는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인기 공모주 청약 당시 1억원을 넣어도 단 몇 주밖에 받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


이에따라 올해부터는 공모주 일반 청약의 변수는 '증거금'보다 '청약계좌 수'가 됐다. 소액 공모주 투자자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이 주관사가 여럿일 때 주관사별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 친인척까지 동원한다.

한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는 "1억원을 청약하던, 1000만원을 청약하던 배정 물량이 거의 동일해지면서 계좌 수 싸움이 됐다"며 "일부 투자자는 사돈의 팔촌 등 친인척까지 동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존 공모주 수요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큰손'들은 청약이 아닌 다른 우회수단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공모주펀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공모주펀드(공모펀드) 설정액은 최근 일주일 새 2583억원이 증가했다. 새해 들어 1조2521억원이 유입됐다. 공모주펀드 전체 설정액(4조3590억원)의 20.6%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모펀드뿐만 아니라 공모주 관련 사모펀드 수요도 늘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공장 안동 L하우스 / 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공장 안동 L하우스 / 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한 대형증권사 PB센터 관계자는 "기존에 일반 청약을 넣던 고객 상당수를 공모주펀드로 유도하고 있다"며 "펀드는 개인 청약물량이 아니라 기관 물량에서 배정받기 때문에 이번 제도 개편과 상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달부터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오히려 큰손 입장에서는 물량 배정에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김동선 유진투자증권 챔피언스라운지 팀장은 "자산가들은 공모주에 투자하기 위해 등 떠밀려서 사모펀드를 가입하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일반 청약 당일보다 기관 수요예측 이전에 펀드를 가입하기 위해 증권사를 찾는 고액자산가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자산가는 전문투자자 등록도 한다. 전문투자자는 투자금액 제한 없이 사모펀드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투자자의 자격요건은 필수요건과 선택요건으로 나뉜다. 필수 요건은 투자경험 요건으로, 최근 5년 중 1년 이상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월말 평균 50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선택 요건은 △소득요건(연 소득 1억원 또는 부부합산 1억5000만원) △전문가 요건(회계사, 변호사, 변리사 등 전문가 자격증 또는 투자자산운용사, 금융투자분석사 등 금융자격증 보유) △자산 요건(거주 부동산 관련 금액 제외 부부합산 순자산 5억원 이상) 등 3가지 가운데 하나를 만족하면 된다.

김 팀장은 "최근 공모주 투자를 위해 증권사를 찾는 자산가들을 보면 사모펀드 3억원 이상 투자자나 전문투자자로 나뉜다"며 "올해부터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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