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부터 통제, 학식은 포장…개강 맞은 대학 가봤더니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최민지 기자 2021.03.03 20:20
글자크기
3일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 강의실 모습./사진=한민선 기자3일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 강의실 모습./사진=한민선 기자


대학들이 코로나19 유행 중에도 개강을 강행했다. 대면수업에 참여한 소수의 학생들에게서는 낭만보다는 불안이 엿보였다.

캠퍼스에는 학생보다 청소인력들이 더 많아보였고 식당에선 학식을 포장해가는 이색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일부 대학은 캠퍼스 정상화를 위해 코로나 진단검사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면수업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반반으로 엇갈렸다.



텅 빈 버스, 불 꺼진 강의실… 출입도 엄격 통제
3일 서울 성북구 한성대학교 구내식당 모습.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됐다./사진=한민선 기자3일 서울 성북구 한성대학교 구내식당 모습.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됐다./사진=한민선 기자
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 본관 앞에는 아무도 타지 않은 1164번 버스가 도착했다.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이전만 해도 대부분 학생들이 언덕에 있는 학교로 오기 위해 타는 버스였다. 당연히 늘 만석이었다.

이 날은 승객이 거의 없는 버스가 계속해서 올라왔고, 이따금 너덧명 정도의 학생이 하차했다.

강의실 사정도 비슷했다. 대규모 강의를 위해 마련된 강의실은 불이 꺼진 채로 텅 비어있었다. 몇몇 강의실에서 소규모 수업이 진행됐지만 복도에는 적막만 감돌았다.


예년 같았으면 붐볐을 학생 휴게실에도 아무도 없었다. 건물 전체를 돌아봤지만 마주친 학생들은 2명에 불과했다. 학생보다 청소 노동자나 강의실 보수를 위한 인력이 더 많았다.

다만 각 건물 1층엔 동선 체크를 담당하는 학생들이 한명씩 자리하고 있었다. 건물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QR코드를 제시하고 발열 체크를 해야 했다.

같은 시간 서울 성북구 한성대학교 역시 입학을 맞아 설레는 신입생들의 설레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날씨가 풀렸지만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은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한성대의 경우 후문은 막혀 있었고, 정문으로만 출입이 가능했다. 방역 인력들이 모든 사람의 학생증을 확인했기 때문에 외부인은 출입이 불가능했다.

정문에서 한차례 신원 확인을 거쳤지만, 각 건물을 들어갈 때도 또한번 학생증을 제시해야 했다. 모든 건물 입구마다 학생들이 1~2명씩 앉아 발열 증상을 확인했다.

친구들과 함께 학식을 먹는 소소한 행복도 누릴 수 없었다. 이 학교 구내 식당에는 좌석마다 칸막이가 다 설치돼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취식이 금지된 상태였다. 학생들은 배식판에 음식을 받는 대신 포장된 도시락을 사갔다.

지방대는 더 허전… 인적 없는 운동장에 노인들이
3일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 운동장 모습./사진=한민선 기자3일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 운동장 모습./사진=한민선 기자
수도권을 벗어나면 대학 공동화 현상은 더욱 눈에 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올초 강원도에 있는 한 대학을 찾았다가 관리 안 된 캠퍼스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학교에 들어섰는데 사람은 아무도 없고 강의실 책상은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었어요. 그나마 운동장에 사람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동네 어르신들이 게이트볼을 치고있더라고요. 이미 문을 닫은 학교처럼 관리 안 된 모습이 역력했어요. 서울 유명 사립대 주변 상권이 다 무너지고 학내 학생 식당마저 장사가 안 돼 외주업체가 빠진 곳들이 종종 있다곤 들었지만 지방대의 모습은 더 휑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교들은 등교 수업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서울대는 학내 신속 유전자증폭(PCR) 검사 도입을 추진, 캠퍼스 정상화 준비에 나섰다.

서울대는 지난해 1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체 과목을 A~D 4개 군으로 분류해 대면수업일수에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대면·비대면 혼합수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교양이론 수업의 경우 D군에 포함해 전면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어 학습권 침해 우려가 제기돼 왔다.

서울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으로부터 PCR 검사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며 본격적으로 시범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학생들은 대면 수업을 실시하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날 대면수업을 들은 대학생 김모씨(20)는 "지난해에 비대면 수업만 하다가 올해 처음 대면 수업이 생겼다"며 "대면 수업이 너무 생소해서 어제 친구들한테 수업에 뭘 가져가야 할지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수업 때는 잠도 많이 잤는데 교수님이 앞에 있으니 확실히 집중도 잘 됐고, 동기들 얼굴도 봐서 좋았다"며 "점차 대면수업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학생 이모씨(22)는 "거의 비대면인데 1개 과목이 대면 수업이라 오늘 학교에 왔다"며 "대면 수업 뒤에 바로 온라인 실시간 수업이라 어쩔 수없이 학교에 오래 있어야 해서 불안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