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유화 제스처' 보내는 중국…"反中 연대 '약한 고리' 겨냥"

뉴스1 제공 2021.03.0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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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매체, FTA 2차 협상에서 "상호간 신뢰도 높아져" 긍정 평가
전문가 "中, 약한 고리 '한국' 전략적으로 목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2.24/뉴스1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2.24/뉴스1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중(對中)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한국을 향한 잇단 유화 제스처를 보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비롯해 문화교류, 다자주의 실현, 기후변화 대응 등 각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40여 분간 통화를 하며 이같은 내용을 주고받았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6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과 관련 양국은 큰 진전을 거뒀다고 했다. 상무부는 2단계 협정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둬 서비스 투자와 자유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環求時報)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FTA 2차 협상에 대해 "양국간 불협화음에도 상호 정치적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하는 등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중국의 이 같은 행동은 최근 미국이 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등을 앞세워 동북아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자 미국의 반중 연대에서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3일 뉴스1과 통화에서 "중국의 주변국에 관한 외교가 유화적으로 변한 이유는 미국과 전략적 경쟁 구도가 심화되면서 전략적 경쟁 영역이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 경제·군사 영역에 이어 인권과 체제에 관한 논쟁도 커질 것"이라며 "중국은 주변국과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 미국과 전략적 경쟁에서 받는 압박에서 벗어나려 한다. 일각에서 한국은 미국 동맹국 중 약한 고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중국으로서는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좋은 목표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최근 한국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 양국은 인접한 전략적 동반자로서 서로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한반도 문제에 한국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왕 부장은 올해가 한중수교 30주년으로 문화교류를 강조하는 등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금지 한 한한령 해제 가능성도 내비쳤다.

중국 봉황망 등에 따르면 중국이 투자하고 한국 그룹 엑소의 멤버가 주연을 맡은 판타지 영화 '캣맨'의 개봉을 허가 하는데 이어 순수 한국 영화인 '승리호' 개봉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 중문판은 지난 22일 한국 KBS와 중국 CCTV가 업무협력 양해 각서를 맺은 것에 대해 한한령 해제의 신호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동북아 동맹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의 한한령 해제에 대해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지적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중국이 (한한령을) 오픈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한중 양국의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이 한국의 문을 틀어쥐고 있는 가운데 상식적으로 (일부 항목을) 열어주는 것을 상징적인 제스처라고 보기보다는 중국이 유화적 정책 방향이 나올 때 불균형을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미중 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할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 "기계적인 균형보다는 우리의 원칙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대응 방법을 확립해야 한다"며 "강대국 사에서 우리의 입장을 강조하고 때로는 적정선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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