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시법 발동에 동맹 외면까지…백신 사활 건 서구권

뉴스1 제공 2021.03.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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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국인 백신 접종 보장부터"…멕시코·캐나다 공급 거부
영국, '개도국' 대상 백신 계약…유럽, 미승인 중·러 백신까지

지난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LA통합교육구 교육감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 AFP=뉴스1지난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LA통합교육구 교육감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우연 기자 =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동맹국의 백신 공급 요청을 거절하고 전시법을 발동하면서까지 백신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은 개발도상국에 주로 백신을 공급하던 인도 공장에 눈을 돌리고, 중국·러시아 백신에도 적극적이다.



2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은 미국에서 생산된 백신을 자국민에 먼저 공급하겠다는 원칙을 확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 제약회사들이 다른 나라를 지원하기 이전에 미국 정부에 먼저 백신을 공급할 것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조도 다르지 않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일 미국 코로나19 백신 공급의 일부를 동맹국과 공유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하며 "행정부는 모든 미국인의 백신 접종을 보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멕시코가 미국에 백신 물량 일부를 요청하고 추후 제약업체로부터 백신을 전달받으면 갚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거절한 셈이다.


미국의 인접국인 캐나다도 가까운 미국에서 생산되는 백신이 아닌 벨기에 공장에서 생산하는 화이자 백신 등을 계약했다.

전시법도 발동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일 국방물자생산법(DPA)를 발동해 제약사 머크가 존슨앤드존슨(J&J)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협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물자생산법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군수물자 보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인도 세룸인스티튜트(SII)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 로이터=뉴스1인도 세룸인스티튜트(SII)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 로이터=뉴스1
영국과 유럽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에 공급되던 백신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국제 백신협력 프로그램 '코백스(COVAX)'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공급하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인도 세룸인스티튜트(SII)에 이들 국가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영국은 2일 SII에서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회분을 공급받는다고 밝혔고, EU도 올 2분기 내 1억8000만 회분을 공급받는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부유한 서방 국가가 개발도상국의 희생으로 백신을 공급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백신 확보 각개전투도 시작됐다.

오스트리아와 덴마크는 EU의 백신 확보가 너무 느리다며 이스라엘과 백신 개발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EU 내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 백신 주문 의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슬로바키아는 러시아 백신인 스푸트니크V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스푸트니크V 백신을 승인한 헝가리는 중국 시노팜 백신도 도입해 접종에 들어간 상태다.

체코도 러시아와 백신 계약을 위해 개별 접촉 중이다.

지난달 24일 가나의 수도 아크라의 코토카국제공항에 도착한 '코백스'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 로이터=뉴스1지난달 24일 가나의 수도 아크라의 코토카국제공항에 도착한 '코백스'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 로이터=뉴스1
한편 백신 확보 경쟁이 강대국만에 한정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대다수 국가는 올해 후반 광범위한 접종을 완료할 예정이지만, 아프리카 등에 속하는 가난한 국가 대부분은 광범위한 접종이 2023년에나 본격화될 전망이다.

주요 선진국은 올해 주요 제약사의 예정된 물량인 125억 회분 중 절반인 65억 회분을 선주문해놓았다고 EIU는 밝혔다.

미국 NBC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코백스에 40억 달러를 공여하기로 했지만 이는 전혀 코로나19 백신 불평등을 고치지 못한다고 지난달 26일 보도했다.

정작 중요한 백신 공급을 다른 국가에 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서구의 백신 국수주의와 대조되는 사례로 중국을 들었다.

백신 외교를 택한 중국은 미국보다 더 많은 백신 주사를 수출하고 코백스를 통해 1000만 회분의 백신을 기부하는데도 앞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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