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쿠팡 뉴스에 자사주 전량 매도한 내부자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21.03.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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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칼럼]

애플카·쿠팡 뉴스에 자사주 전량 매도한 내부자


올해 초 증시를 후끈하게 달군 두 가지 테마를 꼽자면 애플카 협력과 쿠팡 상장 뉴스다. 해당 뉴스가 전해지고 관련주들은 모두 급등했다.



예컨대 기아차는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애플카를 생산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오면서 주가가 10만원을 넘었고, 구영테크 등 기아차 납품업체의 주가도 급등세를 이어갔다. 국내 1위 이커스 플랫폼인 쿠팡이 뉴욕 증시에 직상장 계획을 발표하자 KTH, 동방 등 관련주들은 2거래일 이상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형 호재로 주가가 급등하면 모멘텀을 이용하려는 신규 매수가 늘어나고 동시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도 물량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때 자사주를 보유한 회사 내부자들도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지면서 매도 여부를 고민할 수 있다.



실제로 애플카 협력과 쿠팡 상장 뉴스가 터지고 관련 기업의 주가가 연일 급등하자 보유했던 자사주를 매도한 회사 내부자들이 속출했다. 특히 회사의 대표이사 등 임원이 자사주를 전량 매도한 경우도 나왔다.

쿠팡 물류전담 운송사인 동방 (2,345원 ▼55 -2.29%)은 올해 1월 중순과 2월 중순에 뉴욕 증시 상장 뉴스가 흘러나오면서 주가가 2거래일 이상 연속 상한가까지 치솟았는데 이때 회사 대표와 부사장, 상무이사, 감사 등 임원들이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매도했다. 특히 성경민 대표는 1월 중순과 2월 중순 두 번에 걸쳐 보유한 자사주 총 9만1501주를 모두 처분해 눈길을 끌었다.

쿠팡의 OTT ‘쿠팡플레이’에 콘텐츠를 공급한다는 소식에 1월 중순 이틀 연속 상한가에 오른 KTH (5,080원 ▲20 +0.40%)도 두 명의 임원이 보유 자사주를 전량 매도했고, 2월 중순에 또 다른 임원이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처분했다.


애플카 협력 소식에 주가가 급등한 기아차는 일부 임원들이 8만~10만원 사이에서 보유한 자사주를 처분해 차익을 실현했다. 그러나 이들 중 자사주를 전량 매도한 사람은 없었다.

기아차에 프레스 판넬 등을 납품하는 구영테크 (2,760원 ▲10 +0.36%)의 이희화 대표는 2월 초 자신이 보유한 자사주 409만4335주 가운데 약 12%에 달하는 50만주를 매도했다. 이로써 이 대표의 지분은 15.51%에서 13.61%로 낮아졌다.

회사의 주요 정보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al asymmetry) 상황에서 내부자의 자사주 매매행위는 회사의 숨은 정보를 외부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상장법인 대표이사 등 내부자의 자사주 매매행위는 항상 시장의 주목을 받고 때때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예컨대 작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현대차 주가가 11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을 때 당시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임원 200여명이 대거 자사주를 매입했고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급반등했다. 주가 방어를 위해 오너와 임원들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개인 돈을 투자한 책임경영의 모습은 외부자에게 강력한 신뢰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반대로 2019년 7월 신라젠이 개발 중인 항앙제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 결과 발표가 지연되면서 임상 실패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한 고위 임원이 보유 주식 전량을 매도했고 해당 공시가 나오자 주가는 급락했다. 무용성 결과가 좋지 않아 내부자가 미리 손털기를 한 것으로 외부자들은 의심했다.

애플카 협력이나 쿠팡 상장이라는 대형 호재로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할 때 일부 내부자들이 자사주를 매도한 경우는 임상 실패라는 악재를 앞두고 내부자가 주식을 매도한 신라젠의 경우와 엄연히 다르다. 따라서 자사주를 매도한 해당 기업의 내부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비난할 수 없다.

다만 공교롭게도 해당 기업의 주가는 내부자들이 자사주를 매도한 시점 이후 대체로 떨어진 상태라 '배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는 속담을 다시금 생각나게 만든다. 3일 오전 기아차 주가는 8만원 아래로 떨어져 내부자들의 자사주 매도단가를 하회하고, 동방의 주가는 성경민 대표의 2월 자사주 매도단가에 비해 17% 가량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KTH도 2월 중순 내부자의 자사주 매도단가보다 15% 이상 낮다. 구영테크만 이희화 대표의 자사주 매도단가보다 4% 가량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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