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뷰티에서 이니스프리까지…화장품 값도 '인플레이션'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1.03.0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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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비용·원료비 상승에 화장품 가격 인상…생필품·식품과 인플레 대열 합류

샤넬 뷰티에서 이니스프리까지…화장품 값도 '인플레이션'


초고가 샤넬부터 저가 이니스프리까지 화장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뷰티업계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더마 코스메틱'을 비롯한 자외선 차단·주름 개선·미백 등 기능성 화장품 라인업이 확대되면서 화장품 단가 상승이 뒤따르고 있다.



3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로드숍 자회사 이니스프리는 최근 제품 가격을 6~14% 가량 인상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새로운 콘셉트로 리뉴얼 출시된 '그린티 씨드 세럼'은 2만4000원에서 12.5% 오른 2만7000원으로 올랐다. 그린티 씨드 세럼은 이니스프리의 대표 제품이다. 이 제품은 2018년 리뉴얼되면서 가격을 올렸는데 약 3년 만에 다시 가격을 올리게 됐다. '그린티 바이옴'이라는 신규 원료를 도입해 기능성을 강화한 것이 가격 인상의 근거다.



이니스프리 측은 "세럼과 크림 제품 원료의 원가 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부득이한 가격 조정"이라고 밝혔다. 그밖에 3월1일자로 이니스프리 아토 수딩 크림이 3만3000원에서 6.1% 오른 3만5000원으로, 아토 수딩 젤은 1만4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약 14.3% 가격이 올랐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그룹의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 제품도 리뉴얼과 함께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연구 개발로 성분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대표 제품 중 하나인 트리트먼트 엔자임 필 클렌징 파우더는 6만원에서 6만8000원으로 올랐다. 아모레퍼시픽 폼클렌저도 리뉴얼과 함께 7.6% 오른 4만2000원이 됐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의 천연 화장품 브랜드 빌리프도 1월 초 스킨케어·바디케어 등 전 품목의 가격을 10% 가량 올렸다. 앞서 LG생활건강의 대표 럭셔리 브랜드인 더 히스토리 오브 후와 숨37, 오휘는 지난해 8월에 스킨케어 기초 세트 가격을 5000원~1만원 가량 일제히 인상한 바 있다.

매년 가격을 줄기차게 올려 온 수입 명품 화장품 브랜드는 올해도 가격 인상을 이어갔다.

샤넬 뷰티는 2월 1일자로 화장품 및 향수 가격을 1~5% 인상했다. 에스티로더·맥·조말론·바비브라운도 지난달 1일부터 5% 내외로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SK-Ⅱ도 면세점 채널에서 판매가격을 평균 9.7% 인상했다.

화장품 기업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가격 인상을 통한 이익률 제고 △환율 변동 △원가 상승 △인건비 및 임대료 상승 등이 거론된다.

과거 수입 명품 화장품 업체들은 환율 상승으로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2021년 3월 현재 달러화 환율은 안정적인 상황이다. 때문에 명품화장품 브랜드들은 환율보다는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고 이익률 제고를 위해 가격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기술력을 앞세운 '더마 코스메틱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능성 원료 사용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는 추세다. 기능성 화장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비용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 기능성 화장품 생산비중이 계속 늘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9년까지 기능성화장품의 생산실적 평균 성장률은 8.5%에 달했다. 2013년 3조9000억원이던 기능성 화장품 생산실적은 2019년에 5조3000억원까지 증가했다. 기능성 화장품의 증가에 따라 화장품 가격도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연초 수입 명품화장품을 필두로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이 앞장서 총대를 메고 가격 인상을 단행한 만큼 중저가 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화장품 기업 전반의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이익률 제고를 위해서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억눌린 뷰티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돼 가격 인상에 따른 매출 감소 충격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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