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0년 배당 계획을 결의했다고 3일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말 은행권에 올 상반기 내내 배당성향 20% 내에서 배당을 단행할 것을 권고했다. 코로나19에 의한 만일의 사태에 은행이 자본충격 흡수력을 최대한 유지하라는 취지에서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이 허들을 넘지 못하는 바람에 배당성향 20% 지침을 수용했다. 100% 외국계 자본인 씨티은행조차 당국 지침을 받아들였다.
금융권은 신한금융이 당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주주 요구를 수용하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3조4146억원 순이익을 거뒀음에도 2019년 배당성향 25.97%를 밑도는 수준에서 이번 배당을 결정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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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지침을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59%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등 주주들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당국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주주들에게 성의를 보이는 절묘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7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도 결정했다. 하반기 추가배당을 예고한 상황에서 자본 규제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다. 부채를 제외한 순수 자기자본에서 자회사들에 대한 출자총액이 차지하는 비중, 즉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현재 신한금융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19.6%다. 금융당국 규제치 130%와 약 10%p 버퍼가 있다. 자본으로 분류되는 영구채를 발행해 배당 이후에도 이 수준의 버퍼를 가능한 유지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4대 금융 가운데 우리금융만 아직까지 배당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2019년 배당성향이 업계 최고인 27.0%에 달했던 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당국 지침을 벗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30.2% 급감한 1조3073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경쟁사들과 달리 증권 등 자회사를 거느리지 못한 탓이다. 우리금융은 5일 이사회에서 배당액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