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수사권 없이 재판만? 유력인사 무죄 속출할 것"

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2021.03.0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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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수사·기소 분리 법안 분석]②늘어난 수사기관 통제 보완은 법안에 안담겨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검찰 수사권 박탈 이후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현직 검사들 뿐만 아니라 대다수 법률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공소청법안은 수사와 기소 분리에만 신경 쓴 나머지 범죄 대응력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평가다.

범죄대응력은 약화되고 수사기관 권한만 커져
"검찰은 수사권 없이 재판만? 유력인사 무죄 속출할 것"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경 수사권 조정 결과로 올해부터 검사는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검찰이 6대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갖는 이유는 수사경험과 역량이 상대적으로 높아서다.



그러나 공소청법안은 검사의 수사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권력형 비리나 대규모 금융경제사건의 경우 수사와 기소를 별개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유력인사의 경우 단순히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것으로는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형 경제사범이나 정치인의 경우 수사를 받으면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수사에 대응하는 논리를 개발하는데 전력을 다한다"며 "지금도 이들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은데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이들을 상대로 유죄를 이끌어내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검찰 관계자 역시 이날 "중요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않으면 소추가 어려워 재판에서 무죄가 속출할 것"이라며 "수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재판을 위한 준비활동이므로 수사와 기소는 분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공소청법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해 이를 이관한다는 게 여당의 계획인데, 경찰, 공수처, 중수청 등 기관에 대한 통제장치가 법안에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성기범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시민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기본권 침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이 수사기관"이라며 "그 수사기관 직무수행의 합법성을 통제하는 검사의 권한을 빼내고 중수청이 서게 됐다. 검사는 물론 아무도 통제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차관급 검찰총장·검사 신분보장 폐지…"검찰 무력화 위한 법안"
공소청법안은 검찰 조직에 대한 행정부의 개입 여지는 늘려놨다. 검찰총장에 대한 예우를 격하하고 검사의 신분보장을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검찰총장은 장관급에 준하는 예우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검찰청은 법무부장관 소속이지만 준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검찰청의 특성을 감안한 대우로, 검찰총장에게 일정한 독립성을 부여하려는 취지다.

검사에 대한 신분보장 조항도 삭제됐다. 법관은 헌법에 따라 신분보장을 받는 반면 검사는 검찰청법에 의해 신분이 보장돼왔다. 징계처분 등에 의하지 않고는 해임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쉽게 말해 외압에 지지 않고 수사하도록 신분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은 "신분보장이 안 되면 바람 앞 낙엽"이라며 "언제든 바람이 불면 떨어질 생각이 들면 인간인 이상 약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 간부 출신 한 변호사도 "검찰 수사권 뿐만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위험한 법안"이라며 "한 마디로 검찰을 갈기갈기 찢어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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