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형제에 '공짜 치킨' 준 가게…'돈쭐' 맞고 영업 중단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3.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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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왼쪽), '배달의민족' 앱/사진=이미지투데이(왼쪽), '배달의민족' 앱


가정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대가 없이 치킨을 대접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가 주문 폭주로 영업을 중단했다. 미담을 접한 누리꾼들의 '돈쭐'(돈+혼쭐) 주문이 쇄도해서다.



2일 배달의민족 앱(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박재휘 '철인 7호'의 서울 마포구 홍대점 점주는 "밀려오는 주문을 다 받자니 100% 품질 보장을 할 수 없어 영업을 잠시 중단한다"며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돌아오겠다. 여러분들의 관심 잊지 않고,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또 "저를 '돈쭐' 내주시겠다며 폭발적으로 주문이 밀려들었고, 주문하는 척 선물이나 소액이라 미안하다며 돈 봉투를 놓고 가신 분도 계신다"며 "전국 각지에서 응원 전화와 DM(다이렉트 메시지), 댓글이 지금도 쏟아지고 있는데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제가 특별하거나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그렇게 하셨을 것이라 믿기에 많은 관심과 사랑이 부끄럽기만 하다"며 "소중한 마음들 평생 새겨두고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김현석 철인7호 대표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지난 1월 본사로 온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에는 고등학생 A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하던 음식점에서 해고된 뒤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고백이 담겨있다. 편지에 따르면 A군은 어릴 적 부모를 잃은 뒤 할머니, 7살 어린 남동생과 함께 살며 가장 역할을 해야 했다. 그는 택배 상하차 업무 등으로 생활비를 벌었다.


A군은 치킨이 먹고 싶다는 동생을 데리고 집 근처 가게를 전전했지만, 주머니에는 5000원뿐이었다. 이 때 박재휘 점주는 가게 앞에서 쭈뼛거리는 형제를 가게로 들어오라고 했고, 2만원어치 치킨을 대접한 뒤 돈을 받지 않았다. 이후 박씨는 A군 동생이 형 몰래 몇 차례 더 찾아올 때마다 치킨을 대접하고, 미용실에서 머리도 깎아줬다.

A군은 "처음 보는 저희 형제에게 따뜻한 치킨과 관심을 주신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 성인이 되고 돈 많이 벌면, 저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 수 있는 사장님 같은 사람이 되고싶다"고 했다.
/사진='배달의민족' 앱/사진='배달의민족' 앱
이 사연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박씨에게 '돈쭐'내줘야 한다며 주문하기 시작했다. 또 선물, 성금, 응원 전화 등 박씨의 선행을 격려하는 물결도 이어졌다. 일부는 "멀리 살아서 주문만 한다. 치킨은 먹은 걸로 하겠다"며 리뷰를 남겼다.

프랜차이즈 대표는 "점주님의 선행에 감동받아 영업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 드렸다"며 "제보해주신 학생과 연락이 닿는다면 장학금 전달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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