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 자는 숙소서 성폭행" 폭로…기성용 "명백한 허위"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3.0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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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기성용이 지난달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K리그1 개막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성용은 "확실히 말씀드리면 (성폭행은)저와 무관한 일"이라며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다. 피해자 쪽에서 나오는 증언에 대해 절대 인정할 수 없다" 며 최근 불거진 성폭행 논란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사진=뉴스1FC서울 기성용이 지난달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K리그1 개막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성용은 "확실히 말씀드리면 (성폭행은)저와 무관한 일"이라며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다. 피해자 쪽에서 나오는 증언에 대해 절대 인정할 수 없다" 며 최근 불거진 성폭행 논란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사진=뉴스1


초등학교 시절 축구선수 기성용(32·FC서울)과 모 대학 외래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A, B씨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기성용 측은 "완벽한 음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A씨와 B씨는 지난달 27일 중앙일보에 성폭행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0년 1~6월에 최소 10회 이상 유사 성행위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1월쯤 B와 같이 불려 간 날을 잊을 수 없다"며 "20여명이 같이 자는 축구부 단체 숙소에 그들(기성용과 외래교수)이 사물함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 있었다. 숙소에 다른 부원들도 여러 명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나는 그날 하기 싫어서 핑계를 댔다"며 "마침 구단 관계자였던 아버지가 해외 전지훈련을 간 날이라 '아버지가 탄 비행기가 추락할까 봐 걱정된다'고 울었더니, 다른 선배가 그럼 오늘은 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서 옆에서 혼자 하던 B와 눈이 마주쳤다"고 부연했다.



B씨는 "그날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 이유"라며 "당시 'A만 혼자 빠져나갔다'고 생각해 배신감을 느꼈다. 나중에 A와 두고두고 그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거절하지 못한 이유로 A씨는 싫다고 표현했지만 폭행이나 괴롭힘을 당했고, B씨는 집 사정이 어려운 데다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해 빠져나갈 수 없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2004년 중학교 시절 후배들을 폭행했다는 다른 폭로가 나온 것에는 "가해 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사과드린다. 찾아가서 직접 사과할 것"이라며 "당시 동기 10명의 가해 사실이 다 똑같은 건 아니었지만, 다 같은 명목으로 처벌받고 징계를 받았다. 그 일로 나는 전학 처분을 받고 해외 유학을 갔다"고 사과했다.


B씨는 "우리가 행한 폭력이 당한 폭력보다 덜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가해자라고 해서 2000년에 당한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며 "어느 쪽이든 가해자는 그에 마땅한 벌을 받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 주장 이후) 기성용과 약 25분간 통화했다"며 "기성용은 가해 사실을 부인하며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는 기사를 내라고 하면서 나에게 '기회를 준다'고 했다. 나는 '형이 우리에게 기회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된다'고 했다. 서로 얘기가 어긋났다"고 설명했다.

A씨는 '성폭행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한 것에는 "증거에 관한 부분은 모두 변호사에게 일임했다. 변호사가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끝으로 두 사람은 기성용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A씨는 "상대편에 '돈 필요 없다, 사과만 하라'고 일관되게 요구해왔다"며 "공소시효도 지났고 20년 전 일로 소송할 수도 없다. 상대편이 무고죄나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할 위험만 있음에도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B씨는 "우리는 적어도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왜 상대편은 인정하지 않고 있냐"며 "당시 성폭력은 숙소에 다른 선수들도 있던 상황에서 이뤄졌다. 목격자나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FC서울 기성용 지난해 9월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스1FC서울 기성용 지난해 9월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스1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기성용은 "명백한 허위사실이자 완전한 음해"라며 "반박 증거를 모아 법적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성용은 "초등학교 5~6학년 사이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납득할 수 없다"며 "동계전지훈련 기간부터 그런 일이 시작됐다고 하는데, 이 기간은 새벽부터 시작해 지옥 같은 스케줄이 끝나면 녹초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밤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었고, 감독님의 눈을 피해 그런 충격적인 가혹 행위가 발생할 환경도 안 됐다"며 "이를 입증할 증거들이 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또 "당시 여러 명의 선후배가 모인 장소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말이 안 나올 수 있었겠나. 당사자들이 입 다물어도 누군가는 감독님에게 고발했을 것"이라며 "또 A씨 아버지는 축구업계 높은 지위에 있어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초등학생인 내가 어떻게 그 친구를 골라서 건드렸겠냐"고 반문했다.

양측의 진실공방이 가열되자 피해를 주장한 이들의 법률 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현의)는 지난 1일 "소모적인 여론전을 멈추고 하루빨리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자"며 "기성용이 가급적 속히 피해자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박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2000년 1~6월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A씨와 B씨가 선배인 C씨와 D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C씨가 기성용 선수로 특정됐고, D씨는 현재 광주 모 대학에서 외래교수로 재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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