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험 출혈 않겠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경쟁자는 빅테크"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1.03.02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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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 제공=삼성화재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 제공=삼성화재


1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가 ‘총성 없는 전쟁터’로 변한 장기보험 시장에서 더이상 출혈을 감수하지 않고 미래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형 IT(정보기술) 기업(이하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에 대비해 내실 성장의 기반을 다진다는 취지다. 최근 몇 년 간 손보업계의 과도한 외형확대 경쟁이 끝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은 최근 올해 장기보험 매출 목표를 하향 조정하라고 지시했다. 업계 공통의 영업 부진 사유가 있지 않은 한 연초부터 주요 수익원의 매출목표를 낮춰잡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장기보험은 크게 △생명이나 건강 등 사람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인보험 △물건이나 재산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물보험 △저축성보험으로 나뉜다. 이중 손보사들이 판매하는 인보험은 암보험과 질병·상해보험 등 건강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으로 장기보험 매출의 60~70%를 차지한다.



최근 몇 년간 손보업계는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유례없는 경쟁을 벌여왔다. 메리츠화재가 높은 수수료를 무기로 공세를 펴면 다른 보험사들도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이를 따라가는 식이었다. 이로 인해 GA(법인대리점) 등 판매조직 수수료가 높아졌다. 상품 간 가격비교를 할 수 있어 각 보험사들이 무리하게 진단비를 지급하는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업계 전반적인 손해율도 나빠졌다. 돈을 많이 투입해야 영업이 되고, 잘 팔아도 이익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삼성화재만해도 장기보험 위험 손해율이 2019년 84.2%에서 지난해 87.1%로 높아졌다. 사업비율도 2019년 23.3%에서 지난해는 24.0%로 늘었다.

삼성화재의 전략 변화는 이 같은 고민에서 시작됐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손해보험 고유영역인 재물보험이나 보장성보험은 평가절하되고, 손해보험업의 근간인 일반보험과 자동차보험이 이른바 ‘돈이 덜 된다’는 이유로 소외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최 사장은 올 들어 직원조회나 임원회의 등을 통해 “장기보험에서는 수익성 중심의 우량 매출을 확대하고 일반보험, 자동차보험을 포함한 종목별 균형 성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빅테크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업계 내 과도한 점유율 경쟁은 의미가 없다”며 “장기보험은 일시적 역성장이 있더라도 시장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빅테크가 주요 경쟁자로 부상할 것에 대비해 해외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디지털 전환을 서둘러 사업비를 효율화하면서 다른 수익원을 만드는데 역량을 쏟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삼성화재의 변화에 주목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언더라이팅(인수심사) 지침을 수시 변경할 정도로 단기 이슈 영업이 난무하는 장기보험 시장에서 삼성화재가 의미 있는 방향전환을 한 것”이라며 “손보업계의 과열 경쟁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시장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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