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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을 만나다] 박영진 "'개콘' 폐지 후 후유증…버텨보자는 유재석 격려 큰 힘"②

뉴스1 제공 2021.02.2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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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관 "강호동 선배님, 고기 사주며 격려도…감사"



[편집자주]지상파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미 실종됐다. 코로나19로 코미디언들의 행사나 공연 스케줄도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들이 웃음을 잃은 상황이 됐다. 지금은 TV나 무대에서 많은 코미디언을 볼 수 없지만, 이들의 웃음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자신들은 힘들어도 대중이 웃으면 행복해하는 코미디언들을 <뉴스1>이 만나, 웃음 철학과 인생 이야기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코미디언을 만나다]를 통해서다.

개그맨 권재관과 박영진(오른쪽) © News1 김진환 기자개그맨 권재관과 박영진(오른쪽)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코미디언을 만나다]의 세 번째 주인공은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지켜온 터줏대감 권재관(44·KBS 개그맨 21기)과 박영진(40·KBS 개그맨 22기)이다.

데뷔 이후 정통 코미디를 꾸준히 해온 이들에게 '개콘'은 개그의 터전이자 고향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개콘'은 폐지된 뒤, 이들은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 오랜 시간 애정을 쏟은 만큼 상실감이 컸던 터. 그때 '버텨보자'고 격려해주는 대선배 유재석의 말이 큰 힘이 됐다. 덕분에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분야와 프로그램에 도전 중이다.



이들은 최근 김대희 김준호와 함께 '포메디언'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있다. 시작은 급작스러웠지만 매주 회의에 참여하고 촬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웃음을 만드는 중이다. 물론 새 플랫폼에 적응하는 것이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다. 공영방송의 개그 프로그램을 10년 이상 해온 이들에겐 지켜야만 하는 '선'이 있었고, 이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이에 이들은 센 개그부터 리얼 버라이어티까지 다양한 아이템이 도전하며 자신 안에 세워진 벽을 허물어 가는 중이다. 또한 박영진과 권재관은 예능에서도 활약하며 도약을 노리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지만 개그에 대한 이들의 애정은 여전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어느새 개그 코너를 짜고 있고, 개그를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활로를 찾기도 한다. 허전함에 회의실을 찾기도 했다는 박영진은 희극인들이 모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활했으면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대중을 웃기는 것이 가장 즐겁다는 '개그 바보' 권재관과 박영진을 만났다.

개그맨 박영진과 권재관(오른쪽) © News1 김진환 기자개그맨 박영진과 권재관(오른쪽) © News1 김진환 기자
<【코미디언을 만나다】권재관·박영진 편 ①에 이어>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 사람 모두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오랫동안 애정을 쏟아온,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져서 아쉬움과 허탈함이 있었을 듯한데.


▶(박영진) '개콘'이 없어졌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 후유증이 오래가더라.

▶(권재관) 나는 '개콘'만 하던 사람이니까 더 그랬다. 개인적으로도 한 집의 가장으로서 고정적으로 들어오던 출연료가 사라지고 용병처럼 활동을 해야 하니까 안도감이 떨어지고… 지금은 '개콘'을 벗어나서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박영진) 처음 무대가 없어지고 나서는 '어디서 불러주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아니더라. 집에서 TV 채널을 돌리는데 이 프로그램 중 내가 나오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때 정말 '멘붕'이 왔다. 이러다가 (개그가 아닌)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더라. 그때 확 위기감이 와서 '존버'를 하다 보니 '포메디언'도 생기고, 다양한 예능에도 출연하게 됐다. '개콘' 폐지 이후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있다.

개그맨 권재관 © News1 김진환 기자개그맨 권재관 © News1 김진환 기자
-사실 수년 전부터 '개콘'의 위기설이 대두돼 왔다. 대중과 멀어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박영진) 시대가 바뀌었다. 예를 들어 개그를 하면서 상품명을 그대로 말해야 웃기는 상황이 있는데, 그걸 하지 않으면 젊은 세대들이 봤을 때 유치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재나 수위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개그맨들이 잘못한 것도 있다. 분명 다르게 웃길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 텐데 그걸 찾아내지 못한 것 같다.

▶(권재관) '개콘'을 할 때도 스스로 위기라는 것을 잘 알았고 '이걸 해볼까', '이렇게 짜 보면 어떨까' 하면서 대책도 많이 세웠다. 한때 '개콘'에 멘토-멘티 제도가 있었는데 코너 잘 짜는 친구들에게 후배들을 붙이는 거다. 선배들도 코너 살리는 법을 익히고, 후배들도 이를 통해 배우는 게 있으니까. 우리 나름대로는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런데 이렇게 짠 코너들 중에는 수위가 센 것도 많아서 '개콘'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또 우리는 방송 심의에 대해 잘 아니까 그 이상의 것을 갖고 오지 못한 것도 있었다.

▶(박영진)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개콘'이 인기 있을 때는 10대들도 유행어를 따라 했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대부분 유튜브를 보지 않나. TV는 어른들이 보니까 그 위주로 개그를 짜게 되고 거기에서 '갭'이 생긴 것도 있다고 본다.

▶(권재관) '코미디 빅리그'도 '개콘'보다는 센 개그를 했는데, 유튜브에서는 '코빅'보다 더 강한 걸 다루니까… 예전에 회의실로 출근할 때 여의도를 걸으면 직장인 분들이 전날 본 '개콘'이 재밌다고 이야기를 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정말 상황이 달라졌다.

▶(박영진) '개콘'이 사라지고 제대로 무대에 못 선 후배들이 많아 너무 미안했는데, 몇몇 친구들은 유튜브로 무대를 옮겨 흥하고 있다. '피식대학', '낄낄상회'에 출연하는 이들 중 '개콘' 후배들이 많다. 너무 잘할 수 있는 친구들이었던 거다. 무대가 없어진 위기가 기회가 된 친구들도 있다.

개그맨 박영진 © News1 김진환 기자개그맨 박영진 © News1 김진환 기자
-코미디언들이 인지도를 얻으면 예능 중심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은데, 두 사람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만큼 애정이 컸다는 게 느껴진다.

▶(박영진) 나는 항상 '개콘'을 1순위로 놨다. 코너가 인기를 얻어 잘 나갈 때 섭외가 많이 들어왔었는데, '개콘' 일정으로 인해 못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권재관) 나도 영진이도 '개콘'을 참 좋아했다. 코너를 짜는 것도 재밌고, 선후배들도 너무 좋고, 관객들이 웃어준 것도 참 즐거웠던 기억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예전 코너들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두 사람이 '개콘'에서 했던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코너나 유행어가 있다면.

▶(권재관) 제일 기억에 남는 코너는 '10년 후'. 코너가 없는 후배들을 모아 만든 것인데, 6개월 동안 하면서 인기가 좋았다. 그때 지방에 가면 '무서운 아저씨'들도 나를 좋아해 주셨다.(웃음) 이게 지난해부터 유튜브에 올라왔는데 여전히 인기가 좋다. 영상을 모두 합하면 조회수 800만 뷰는 넘을 거다. 하나 더 생각나는 건 '비둘기 마술단'. 오래 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는데 1년 6개월 동안 이어갔다. 하다가 진짜 마술도 보여주고. 재밌었고 고마운 작품이다. 이 역시 코너를 함께하는 멤버들과 합이 좋았다.

▶(박영진) 유행어는 '두분토론'에서 했던 '소는 누가 키워'를 많이 좋아해 주신 것 같다. 가장 애정을 가졌던 코너는 성광이와 함께했던 '박대박'이다. 그땐 둘이 주말에도 회의실에 나와서 아이디어를 낼 정도로 '올인'했다. 정말 머릿속에 개그만 가득 찼던, 열정이 넘쳤던 시절이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개그맨 박영진과 권재관(오른쪽) © News1 김진환 기자개그맨 박영진과 권재관(오른쪽) © News1 김진환 기자
-다시 또 공개 코미디를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권재관) 나는 지금도 코너를 짠다. 가만히 있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혼자 구상을 하고 있다. 공연을 해봐도 좋고, 유튜브를 통해 보여줘도 좋으니 이런 것들을 후배들과 함께해 대중에게 평가받아보고 싶다.

▶(박영진) 최근에 한 비대면 청소년 행사에서도 '박대박'을 짧게 해 보니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유튜브 등의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보여주고 싶다. 개그 콘텐츠 자체가 아예 꺼진 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플랫폼이 달라져도 재밌는 개그는 결국 통하지 않을까.

-'개콘' 종영 후 JTBC에서 '장르만 코미디'가 론칭했지만 이 역시 금세 종영해 아쉬웠겠다.

▶(박영진) 맞다. '장르만 코미디'는 새롭고 재밌는 작업이었다. 코미디언들이 모여서 공개 코미디가 아닌 새로운 작업을 하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 안에 '콘텐츠 거래소'라는 코너가 있어서 모든 재밌는 사람이 올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두기도 했다. 다만 시청률이 아쉬웠다.

개그맨 박영진과 권재관(오른쪽) © News1 김진환 기자개그맨 박영진과 권재관(오른쪽) © News1 김진환 기자
-'개콘' 멤버들은 워낙 끈끈해서 폐지 후 후배들이 눈에 밟히기도 했겠다.

▶(권재관) 나나 영진이는 인지도가 있으니 지금까지 버틴 거다. 그런데 후배들은 힘들다. 인지도를 못 쌓거나 가정이 있는 친구들은 '개콘' 폐지 후 직업을 바꾼 이들도 있다. 최근에 한 번 후배들을 집으로 초대에 밥을 해줬는데 세 명이 왔더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각자 생활이 있으니 모이기가 힘든 거다.

▶(박영진) 지난해에 KBS 연예대상이 하는 날 내가 막내들을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 자체적으로 신인상을 주면서 축하한다고 했다. 후배들을 생각하면 미안하다. 10 기수 넘게 차이나는 막내들 중엔 우리를 보고 꿈을 키운 친구들도 있는데 '개콘'이 없어져서 마음 한 편에 부채의식이 있다. 열심히 버티라고 응원해주고 있다.

-힘들 때 위로가 된 코미디언 동료들이 있었나.

▶(권재관) 준호 형이랑 대희 형이 후배들을 잘 챙긴다. 덕분에 코미디언들이 끈끈하다. 나도 그걸 보고 자라서 후배들이 힘들다고 하면 도와주려고 하는 게 있다.

▶(박영진) 준호 형, 대희 형이 정말 챙겨준다. 덕분에 '포메디언'도 같이 하고. 또 명절 때 유재석 선배님에게 안부 문자를 보냈는데, 선배님이 '많이 힘들겠지만 버텨보자'는 말씀을 해주셨다. '개콘'이 막 폐지됐을 땐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우러러보던 선배가 우리의 사정을 알고 그런 이야기를 해주니 '버텨야겠다' 싶더라. 이전에도 명절에 인사를 하면 '후배들이랑 꼭 개콘을 살려야 한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항상 감사했다. 또 얼마 전에 '아는 형님'에 나갔을 때 강호동 형님이 '다 해라. 다 받아줄게'라고 해주신 게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모른다.

▶(권재관) 강호동 선배님 미담이 또 있다. 언젠가 '개콘' 회의가 끝나고 후배들과 근처에 고기를 먹으러 갔는데, 강호동 선배님이 참여한 프로그램 회식 자리가 있더라. 우리는 다른 자리에서 고기를 먹고 있는데, 선배님이 우리를 보더니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라고 한 뒤 계산을 해주신 일이 있다. 그런 격려가 감사했다.

개그맨 권재관과 박영진(오른쪽) © News1 김진환 기자개그맨 권재관과 박영진(오른쪽) © News1 김진환 기자
-공개 코미디의 부활은 올까.

▶(박영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코미디를 사랑하는 PD님들도 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아직 많아서 희극인들이 뭉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

▶(권재관) 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다들 각자의 길을 걷고 있어서 사람을 모으기가 어렵지 않을까.

▶(박영진) 쉽지 않은 선택이긴 하다. 사실 힘든 부분도 있다. 재밌을 때까지 코너를 짜고 검사를 받고 하는 과정을 다시 하자고 하면 쉽지는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부활했으면 한다. 꼭 '개콘'이 아니더라도 코미디언들이 모인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다.

-두 사람에게 코미디란.

▶(권재관) 그리움. 개그가 하고 싶고, 후배들이 보고 싶다. 예전에 '개콘' 회의실에 가서 개그를 짜고 후배들과 함께하는 게 재밌었는데 그런 것들이 그립다.


▶(박영진) 집에 있으면 우울해도 '개콘' 회의실에 가면 다 잊게 된다. 회의도 하고 가끔은 헛소리도 하면 그게 너무 즐거운 거다. 아직 KBS에서 '개콘' 회의실을 비워뒀다. 코미디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오라고 배려해준 거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한 번 갔더니 사람들이 안 와 온기가 안 느껴졌다. 동료들과 함께 했던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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