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전방 사단 GOP 경계병들이 철책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애초부터 철책길이만 100km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의 경계를 사단 하나가 맡아온 게 화근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 '예고된 경계실패'였다는 것이다. 또 다시 귀순자가 철책을 건너 등장하는 사태가 재연될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직선거리로 서울에서 천안까지 거리를 한 부대가 관할하고 있는 것이다. 병력 규모는 다른 사단급 부대와 비슷하기 때문에 경계에 과부하가 걸려 있는 셈이 된다. 다른 사단은 전방전방사단을 기준으로 경계 책임구역이 25~40㎞선으로 알려져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09.24. [email protected]
경계 태세 부실 논란도 불가피해졌다. 합동참모본부는 군 당국의 자체조사 결과 '오리발 귀순'의 장본인인 북한의 민간인 남성이 우리 해안 상륙 후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부근까지 내려오는 동안 총 10차례 군 감시장비와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가운데 8번은 북한 남성이 포착됐음에도 군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9번째 포착 시점에서야 상황보고가 이뤄졌다.
결국 최초 포착부터 3시간여가 흐른 시점이 돼서야 동부전선 지역인 동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북방에서 우리 군이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조사 결과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바다에서 건너온 민간인으로 나타났다. 해안철책 아래에 있는 배수구를 통해 뭍으로 들어왔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합참은 이번 사태와 관련,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국방부·육군본부와 함께 22사단의 임무수행 실태를 진단하고 필요시 편성·시설·장비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합참은 "경계작전 수행요원의 작전기강을 확립토록 하고, 이번 사례를 통해 식별된 문제점을 기초로 과학화경계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조사를 통해 명확한 내용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철저히 하겠다"며 "장관으로서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