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조 던진 외인·기관, 3.8조 담은 개미…코스피 3000 지켰다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1.02.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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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루 사이에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널뛰기 장세다. 전날 3100선을 눈앞에 뒀던 코스피가 하루 만에 3000선 붕괴를 걱정할 처지가 됐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 여파가 증시를 뒤흔들었다.

개인투자자는 증시 하락에 맞춰 3조8000억원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장기적 추세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86.74포인트(2.80%) 내린 3012.95로 마감했다. 전날 상승분(3.5%) 대부분을 반납하며 3010선으로 돌아왔다. 장중 한때 2988.28까지 내려가며 3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전날 1조9000억원을 팔아치웠던 개인이 하루 만에 대규모 순매수로 돌아왔다. 개인이 3조7822억원 순매수했는데 사상 사상 3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1위는 지난달 11일 기록한 4조4921억원.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조8305억원, 1조306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역대 최대 규모다.

개인 자금은 특히 대형주로 몰렸다. 삼성전자가 1조1478억원으로 순매수 금액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4448억원), 카카오(2790억원), LG화학(195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KODEX 레버리지도 1777억원 순매수했다.

이날 코스피에서는 특정 업종을 가릴 것 없이 일제히 하락했다. 전날 외국인 매수세에 큰 폭으로 올랐던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는 각각 3.28%, 4.71% 하락했다. LG화학 (373,500원 ▲500 +0.13%)(-6.63%), 삼성SDI (408,500원 ▼5,000 -1.21%)(-4.26%),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3.52%) 등 2차전지 관련주도 크게 빠졌다.


시가총액 30위 내에서는 전날 액면분할을 발표한 카카오 (47,300원 ▼100 -0.21%)(0.72%), 애플 협력설이 다시 불거진 기아차 (118,200원 ▲1,600 +1.37%)(3.12%)를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피 종목 중 상승 종목은 153개로 하락 종목(729개)에 크게 못 미쳤다.

코스닥은 22.27p(2.38%) 내린 913.94를 기록했다. 개인이 3973억원 순매수, 외국인과 기관이 2289억원, 1576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시총 상위주 중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3.90%), 셀트리온제약 (89,900원 ▼800 -0.88%)(-4.83%), 카카오게임즈 (21,100원 ▲200 +0.96%)(-3.74%), 알테오젠 (173,700원 0.00%)(-4.55%) 등 상위주가 하락했다.

100% 무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에이치엘비 (110,100원 ▲500 +0.46%)는 8.72% 올랐다. 원/달러 환율 역시 미 국채금리 급등 영향으로 15.7원 오른 1123.5원으로 마감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하루에 100포인트가 오가는 큰 변동성 탓에 투자자들의 피로감도 더해간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연이은 비둘기파적 발언에도 변동성이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점이 투자심리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1.6%를 넘었고 단기 채권금리도 함께 상승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금리 상승이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은 방향성이나 레벨이 아닌 속도의 문제"라며 "오히려 경제지표 부진에 따라 금리가 하락한다면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경기 회복세가 가팔라질 전망인 만큼 금리 상승 변수 역시 적응기를 거친 이후 펀더멘털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 하락 추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 전망치는 계속 오르는 반면 주가는 지난달 중순 이후 조정을 겪고 있어 1분기 실적 시즌을 기대해볼 만하다"며 "지금은 채권시장이 연준을 이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적으로 최종 승자는 연준이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때 지금의 변동성은 감내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이경민 팀장은 "코스피 3000선 이하에서는 최근 낙폭이 큰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인터넷 업종을 위주로 비중을 확대하고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시클리컬, 은행주를 매수하는 방안을 권고한다"며 "매수 관점에서 시장 변화에 주목하고 단기 충격이 커질수록 대응 강도를 높여가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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