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UNIST 김진영 박사 "거듭된 실패에서 새 아이디어"

뉴스1 제공 2021.02.2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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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1기 입학생 출신…서울대 화학교육과 교수로 임용

3월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교수 임용을 앞두고 있는 김진영 박사(왼쪽)와 문회리 교수.(UNIST 제공) © 뉴스13월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교수 임용을 앞두고 있는 김진영 박사(왼쪽)와 문회리 교수.(UNIST 제공) © 뉴스1


(울산=뉴스1) 이윤기 기자 = UNIST 학부 1기 입학생 출신인 김진영 박사가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교수로 임용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9년 2월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UC 샌디에이고(San Diego) 연구원을 거쳤고 이번 3월부터 서울대 교수로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다음은 UNIST 김진영 박사와 일문일답.

-최근 서울대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소감을 전한다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처음 임용됐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 생각지도 못한 결과라 놀랐다. 한 시간쯤 뒤에 학과장께서 축하 메일을 보내 주셔서 그때서야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눈을 뜨면 메일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박사라는 호칭도 아직 어색한데, 교수라는 호칭을 듣게 돼 얼떨떨하다. 주변에서 많은 축하를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미국에서 돌아와 자가 격리를 마치고 부모님을 처음 만났을 때 기뻐하셨던 모습이 생생하다.



-2019년 2월 박사학위를 취득한 지 2년 만의 임용이다. 빠른 임용의 비결은?
▶UNIST의 슬로건이 'First In Change'다. 뭐든지 먼저 도전하고 부딪쳐보는 것이 학교의 정신이다. 마찬가지로, 교수 임용을 향해 과감히 도전하고 실패하며 성장했던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 UNIST 1기로서의 경험이 성장의 밑바탕이 됐다. 1기라는 것은 선배가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어떻게 연구해야하는지, 어떤 진로가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선배에게 물어볼 수 없다보니 궁금한 것은 직접 찾아보고, 찾을 수 없다면 스스로 해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감사하게도 교수님들께서 그 빈자리를 많이 채워주시기도 했다.

처음 개교한 학교에 입학해 공부했던 것, 연구실 셋업부터 실험 구상까지 UNIST에서의 시간들은 모두 처음 만나는 어려운 일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하나하나 해나가는 경험이 쌓이다보니 어떤 분야든지 새로 시작하고 적응하는 데 익숙해졌다. 교수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도, 직접 부딪치며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곳에 지원했고, 처음에는 부끄러운 시간을 많이 겪었다. 면접이나 발표에서 거듭 미끄러졌지만, 이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실전을 통해 경험을 쌓고, 면접에서의 실수나 잘못들을 복기하며 스스로를 보완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마지막 면접을 본 곳에서 좋은 성과를 얻었다.

-화학교육과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학위를 받기까지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UNIST에서 학비 걱정 없이 공부했고, ‘글로벌박사양성사업(GPF)’을 통해 장학금을 받으며 연구를 했다. 이렇게 나라와 학교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이를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면서 이 생각은 더 또렷해졌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학계에서 연구와 교육을 통해 후배 과학자들이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화학과, 응용화학과, 화학교육과 등에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화학교육과 교수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돌아보면 화학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화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좋은 선생님들이 많아진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화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 화학교육과는 단순히 선생님을 길러내는 곳만은 아니다. 교육에 중점을 두긴 하지만 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연구실을 꾸리고 지금까지 집중해 온 연구를 펼쳐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 진행해 온 연구와,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한다면?
▶무기화학을 전공했고, 그중에서도 금속 클러스터와 유기 리간드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기공 구조를 가진 다공성 물질인 ‘금속-유기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MOF)’를 만드는 연구에 집중했다. 어떤 금속 클러스터와 유기 리간드의 조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기공 구조를 디자인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수소 분리, 분자 검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매력적인 물질이다.

오는 3월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교수 임용을 앞두고 있는 김진영 박사.(UNIST 제공) © 뉴스1오는 3월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교수 임용을 앞두고 있는 김진영 박사.(UNIST 제공) © 뉴스1
미국에서는 MOF와 고분자 물질을 이용해 복합재료를 만드는 연구로 범위를 확장했다. MOF-고분자 복합재료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연구된 적이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분리막과 필름 구조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경험을 통해 기존의 다공성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공성 복합재료의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다공성 물질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다공성 복합재료 연구를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학위과정 중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석?박사통합과정을 밟으면 졸업까지 대략 5~6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 첫 논문이 5년차가 되던 해의 9월에 나왔다. 오랜 시간 연구에 매달리고 노력했지만 실적을 얻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이만큼 실적이 없다면 그냥 연구실을 나와야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했던 날들도 있었다. 그때마다 힘이 되어 주신 분이 지도교수이신 문회리 교수님이다. 대학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가면 늘 꼼꼼히 살펴주시고,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오랜 연구 기간 동안 실패만 거듭했고 또 연구 실적이 없는 학생이었기에, ‘나 같은 학생의 의견을 들어주시기나 할까’ 생각하며 교수님을 찾아뵐 때에도 언제나 새로운 의견을 경청해주시고 존중해주셨기에 힘내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 첫 논문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만큼 단단하게 트레이닝이 됐는지 그 이후로는 다양한 주제의 프로젝트들을 훨씬 수월하고 빠르게 진행해나갈 수 있었다. 늦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크게 자랐고,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지도교수님처럼 좋은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두 가지 역할을 하고 싶은데, 먼저 학생들에게 가까운 교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교수로서 고민과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진로를 지도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 한 가지는 여성과학자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교수가 되고 싶다. 학교에서 연구하면서는 과학계의 여성차별에 대한 경험을 겪지 못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며, 생각보다 여성과학자에 대한 많은 편견과 차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3월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교수 임용을 앞두고 있는 김진영 박사(오른쪽)와 문회리 교수.(UNIST 제공) © 뉴스13월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교수 임용을 앞두고 있는 김진영 박사(오른쪽)와 문회리 교수.(UNIST 제공) © 뉴스1
내가 그동안 학교에서 차별을 경험하지 않은 이유를 돌이켜 생각해보니, 지도교수님께서 훌륭한 여성 과학자로 옆에 계셨기에, 내 주변 사람들이 여성과학자에 관한 편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활발히 연구 활동하며 한 명의 여성 과학자로서 당당히 설 수 있다면, 누군가의 편견을 깨고, 또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 후배들에게 조언이나 당부의 말을 전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UNIST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감사함과 소중함을 학교 밖에서 많이 느꼈다. 때로는 ‘그동안 온실 속 화초처럼 행복하게 연구 했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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