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톤급 엔진 시험대
오랜 기간 준비해서 대형 로켓에 대형위성(1000kg 이상) 하나를 우주로 보내는 것보다 짧은 기간에 소형위성 여러 개를 군집형으로 쏘아 올리는 것이 위성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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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발사된 위성이 1500기 수준인 반면 향후 2028년까지 발사될 소형위성(첨두부 무게 500㎏ 이하)은 8500개로 추정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통신‧지구관측 등 군집위성을 활용한 소형위성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앞으로 발사될 위성의 80%는 소형위성일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규모가 2020년 3조원에서 2027년에는 5조6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2020~2027년 누적 시장규모는 37조원대에 달한다.
국내 스타트업인 이노스페이스는 이 같은 시장 트렌드를 읽고 소형위성 발사체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2017년 9월 설립한 신생 기업이지만 국내에서는 최초로 하이브리드 로켓 발사체 개발에 나서며 우수한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이브리드 로켓은 이런 단점을 해소한다. 연소실에 고체연료를 넣어놓고 별도의 탱크에 액체 상태의 산화제를 저장한 상태에서 중간의 펌프를 통해 산화제를 흘려보냄으로써 연료를 연소시켜 추력을 얻는 방식이다.
특히 이노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발사체는 미국·호주·노르웨이·독일 등 대표적인 4곳의 경쟁사와 비교하면 보다 고성능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연료-산화제를 연결하는 별도의 전기 펌프를 개발해 제작비용을 더욱 절감했다.
독일 Hylmpulse의 경우 고성능의 고체연료를 사용하지만 액체로켓에서 사용하는 가스발생 펌프를 하이브리드 로켓에도 적용했다. 이들 업체와 비교하면 이노스페이스는 고성능 고체연료와 전기모터 펌프를 사용해 기술력이 한 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액체로켓 펌프를 그대로 사용하면 하이브리드 로켓의 장점인 구조 단순화와 저렴한 제작비용을 모두 없앤다”며 “우리의 펌프는 컴팩트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특허 등록을 완료하고 해외 출원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성능 고체연료 조성 설계 및 제조 기술
고체연료 조합을 위한 별도의 ‘레시피’를 갖고 있지만 특허 등록을 하지는 않았다. 특허 등록 시 오히려 외부로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대신 기술임치(보관) 제도를 통해 독자적인 권한을 지키고 있다.
충남 금산 연소시험장 전경
이노스페이스는 이 같은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박수경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경쟁력 있는 민간기업’으로 언급하고,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직접 로켓엔진 연소시험을 참관할 만큼 관심도가 높아진 스타트업이다.
김수종 대표는 항공우주 분야에서 성공한 ‘한국 기업’으로 남겠다는 각오다. 그는 “국내 로켓 분야는 저변이 너무 부족하다. 해외투자 제안도 있지만 차선책으로 놓고 '국내에서 로켓으로 상업화에 성공했다'는 사례를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세계 1·2위 부자, '마지막 블루오션'에 빠졌다우주서 돈버는 '뉴스페이스' 시대…기술·시장 선점이 관건
버진갤럭틱 우주여행선 내부/사진=버진갤럭틱
스페이스X 펠컨9/사진=스페이스X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년 내 우주왕복선 궤도 운송비용이 킬로그램(kg)당 500달러(약 55만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는 kg당 2만 달러(2200만원)에 달한다. 이밖에 위성 부품의 소형화·표준화 등도 우주산업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블루오리진 뉴셰퍼드 우주캡슐 발사 장면/사진=블루오리진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는 온라인으로 우주여행상품 예약을 받고 있다. 블루오리진은 약 3억원에 지구 대기 끝인 카르만 선까지 다녀오는 여행상품을 내놨다. 이르면 오는 4월 첫 여행에 나설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2023년을 목표로 ‘달 여행패키지’를 내놨다. 버진갤럭틱은 올해 상공 100㎞ 정도까지 올라가는 우주 관광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저스틴 비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 상품 예약자 명단에 올라있다.
타이거/사진=현대차
금융투자상품도 속속 등장한다. 2019년 뉴스페이스를 테마로 한 ETF(상장지수펀드)가 처음 출시된데 이어 글로벌 ETF 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가 우주 탐사기업에 투자하는 ETF 를 내달 출시할 예정이다. 모건스탠리는 오는 2040년 우주산업 시장이 1조 달러(1110조원)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우주’=우주에서 미래 동력을 얻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대표적 방위산업체인 한화·한국항공우주(KAI)는 최근 ‘뉴스페이스 TF’(태스크포스)를 출범하며 우주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도 뛰어들 채비를 서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유튜브에 달·화성 탐사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이동로봇 ‘타이거’를 최초로 공개하며 우주에 대한 원대한 꿈을 살짝 드러냈다. 한글과컴퓨터그룹 우주·드론 전문 계열사인 한컴인스페이스는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클라우드 기반 위성 지상국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우주 쓰레기 청소선 상상도/자료=ESA
이노스페이스는 연료는 고체, 산화제는 액체를 쓰는 ‘하이브리드 추진체’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뉴 스페이스를 통해 발사체·위성 등 하드웨어 중심의 전통적인 우주산업의 영역이 바이오, 의료장비 등 일반 산업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류준영 기자
송중기·김태리의 ‘승리호’가 롤모델…우주 쓰레기 진짜 돈 된다우주여행부터 쓰레기 청소까지…본궤도 오른 우주산업
SF영화 ‘승리호’에서 등장한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사진=넷플릭스
이 같은 특이한 설정은 영화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현재 우주를 떠도는 1mm 이상 우주 쓰레기는 약 1억개 이상. 이 때문에 실제로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장에선 ‘우주 쓰레기’ 청소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으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일본의 우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애스트로스케일’은 자석을 이용해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기술로 1억9100만 달러(약 211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전 세계 우주 궤도 스타트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주 고객층은 위성을 통한 통신·지형 관측·인터넷 사업을 하는 대기업, 발사체·위성을 쏘아 올리는 각국 정부기관이다.
스위스 스타트업 ‘클리어스페이스’는 4개의 로봇팔을 이용해 100kg급의 쓰레기를 움켜쥔 뒤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마찰열로 소각하는 방식의 우주 쓰레기 청소선을 오는 2025년 쏘아 올릴 예정이다.
‘애스트로스케일’은 자석을 이용해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위성을 개발중이다/사진=애스트로스케일
부르는 게 값이던 발사대행 시장에선 로켓을 재활용한 초저가 발사 대행서비스 업체가 속속 나오고 있다. 초창기 이 시장을 거의 독점하던 스페이스X에 이어 로켓 제작사 유나이티드런치얼라이언스(ULA)는 오는 2023년을 목표로 재사용 로켓 ‘벌컨’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재사용 로켓과 다른 점은 1단 로켓 전체를 재사용하지 않고 ‘엔진만 회수’한다는 것. 발사 후 분리된 엔진이 낙하산을 통해 지상으로 귀환하면 헬리콥터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미국 스타트업 릴레이티비티 스페이스는 세상에서 가장 큰 금속 3차원(D) 프린터로 발사체를 만든다는 목표로 2019년부터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최단기간 로켓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점으로 내세운다. 예컨대 1000kg대 위성을 실을 수 있는 로켓 제작에 약 두 달 정도 걸린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미국 스타트업 릴레이티비티 스페이스는 금속 3차원(D) 프린터로 발사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사진=렐러티비티 스페이스
이 같은 지구 관측 서비스는 ‘초소형위성 군집시스템’ 개발로 더 활기를 띤다. 기존 대형 위성은 지구 자전에 따라 원하는 지점을 하루에 3분 정도 관측 가능하다면, 여러 대의 소형 위성을 지구 궤도에 일정 간격을 둬 운용해 24시간 지켜볼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은 ”소형위성을 통한 지구관측은 국방 정찰과 함께 위치기반서비스, 환경·해양생태계 관측 등에서 이용률이 차츰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류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