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보급에 성장세 꺾인 K키트…변수는 변이바이러스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1.02.2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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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진단키트 수출 잠정치 4584만달러…1월 대비 30~40% 감소 추정

백신 보급에 성장세 꺾인 K키트…변수는 변이바이러스


코로나19(COVID-19) 진단키트 수출액이 올 1월부터 1억달러를 밑돌며 성장 추이가 급격하게 꺾였다. 세계 각 국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진단키트 수요가 대비 감소, 전반적으로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 또한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관세청 수출입실적에 따르면 올해 2월(20일 잠정치 기준)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금액은 전월(9252만달러) 대비 50.5% 감소한 4584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1월 전체 실적과 2월 20일까지의 잠정치를 비교한 값이다. 2월 전체 수출 실적과 비교하면 30~40% 가까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월 진단키트 수출금액은 전년 대비로는 542.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진단키트 품목의 월간 수출 추이는 지난해 4월 1억4617만달러로 처음 1억 달러를 돌파한 뒤 지난해 9월 1억6732만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11월 1억5991만달러를 기록한 뒤 △12월 1억2836만달러 △1월 9252만달러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시장에서 진단키트 기업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같은 하향세는 백신이 개발되면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도 덩달아 감소할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진단키트 기업인 씨젠 (21,450원 ▼50 -0.23%)의 경우 지난 19일 이후 25일까지까지 5거래일동안 26.7% 하락하는 등 증권시장에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씨젠의 주가 하락 요인에는 진단키트 성장세와는 무관하게 회사의 4분기 실적이 시장 추정치를 18.5% 밑돌고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과징금이 부과되는 등 신뢰가 하락한 영향도 있다. 씨젠의 4분기 판관비 집행은 다른 분기 대비 4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최근 씨젠의 주가하락과 관련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미국·유럽 등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수가 고점 대비 70~80% 가까이 감소하면서 진단키트 시장도 대세 하락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적인 펜데믹 감소세와 함께 진단키트 수출이 감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감염학 전문가들 "올해 내 코로나19 종식은 어려워…변이종 출현이 관건"
그러나 감염학 전문가들은 올해 내로는 세계적인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완전히 종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올해 팬데믹 종식으로 진단키트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진단은 과도한 추정이라는 판단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적어도 올해 안에 완전한 의미의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코로나가 있기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장은 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의 경우 11월 집단면역의 수치로 제시한 것은 초기에 평가됐던 기초감염재생산지수를 가지고 계산한 값"이라며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면서 전염력이 조금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업계 바이오담당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팬데믹은 종식되고 더 이상 진단키트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진단키트 기업들이 더 이상 지난해와 같은 실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변이바이러스 출현 등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언제든 추세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단키트 기업들은 연내 변이바이러스에 대비한 신규 제품 승인을 추진하는 등 지난해 역대 최대의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2월 수출액이 주춤했지만 신제품 출시나 추가 계약 소식은 연이어 전해지고 있다.

씨젠은 올 1분기 내 변이바이러스 진단이 가능한 진단제품을 출시해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유전자를 한 번의 검사로 검출 및 구분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 진단 제품이다.

씨젠 관계자는 "1분기 내 변이바이러스 관련 진단키트 신제품을 연달아 출시할 예정"이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 발생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백신 역시 변이바이러스 발생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진단키트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GC녹십자엠에스는 이날 최근 루마니아 의료기기 유통업체와 코로나19(COVID-19) 신속항원진단키트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계약에서 확정된 물량인 61억원 규모의 진단키트는 다음 달 초 선적될 예정이다. 회사는 오는 9월까지 공급 물량을 5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바이오니아 (27,200원 ▼150 -0.55%)도 이날 신규 분자진단검사 장비인 '아큐로더'를 출시하는 등 지난해 5배 이상 성장한 세계 분자진단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가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니아는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원재료, 핵산추출장비 및 실시간 PCR 진단장비, 진단키트 등을 모두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차세대 분자진단 장비들이 출시되면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니아 관계자는 "지난해 실시간 PCR 진단장비 및 핵산추출장비를 90여개 국가에 판매하는 등 중저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고객층을 대폭 확대했다"며 "올해는 차세대 분자진단장비 양산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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