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K콘텐츠에 5500억 투자"…생태계 육성vs종속 우려(종합)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오상헌 기자 2021.02.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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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올해 6억달러 투자해 한국 신작 13편 제작..."韓크리에이터 입문 창구될것" OTT업계선 우려도

넷플릭스 한국·아태지역(일본·인도 제외) 콘텐츠 총괄 VP /사진=넷플릭스넷플릭스 한국·아태지역(일본·인도 제외) 콘텐츠 총괄 VP /사진=넷플릭스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가 올해 한국 콘텐츠(K-콘텐츠) 에 5억 달러(약 5540억 원)를 투자해 13편의 신작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5년 간 연평균 투자액(1540억 원)의 4배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올해 5억 달러 투자 K-콘텐츠 13편 제작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동남아·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콘텐츠 총괄은 25일 오전 유튜브로 생중계된 넷플릭스 콘텐츠 로드쇼 'See What's Next Korea 2021'에서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에 약 5500억 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한국 콘텐츠를 함께 느끼고 제작자들과 동반 성장하며 후방 효과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겸 콘텐츠 책임자도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저희의 믿음은 확고하다"며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7억 달러(약 7700억원)를 투자했고 창작 생태계와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란도스 CEO는 특히 "지난 2년 동안 전세계가 한국에서 제작된 놀라운 작품들에 열광했다"며 "'스위트홈'은 2200만 가구가 시청했고 전세계인이 '킹덤'과 '#살아있다'의 좀비에 열광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전세계 유료 구독 고객이 2억 가구를 넘는 세계 최대 OTT 서비스다. 한국의 유료 가입자도 280만 가구를 넘는다. 막강한 오리지날 콘텐츠 파워를 앞세워 글로벌 영상·콘텐츠 제작·플랫폼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공룡으로 성장했다.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해 전세계에 공개한 한국 작품은 80여개에 달한다.

넷플릭스는 올해 제작할 새로운 K-콘텐츠 13편도 상세히 공개했다. 드라마는 모두 9편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공유·배두나 주연의 '고요의 바다', 이정재·박해수의 서바이벌극 '오징어 게임', 유아인·박정민 주연의 초자연적 현상을 그린 '지옥', 김소현·정가람·송강 주연의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 죽은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를 휴머니즘 관점으로 풀어내는 이제훈 주연의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 군을 배경으로 한 정해인 주연의 '디.피.'(D.P.), 한소희·박휘순·안보현의 누아르극 '마이네임',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전지현 주연의 '킹덤: 아신전'이다.

대학 국제기숙사에 사는 다국적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백종원과 손잡고 한국의 술·음식·문화를 소개하는 리얼리티 예능 '백스피릿', 이수근의 스탠드업 코미디 '이수근의 눈치코치'도 준비했다. 박훈정 감독의 영화 '낙원의 밤'도 선보인다. '고요의 바다' 제작에 나서는 정우성은 “에스에프 장르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다. 달 기지 등 세트에 큰 공을 들이고 있고, 무중력과 저중력 촬영 등을 처음 시도했다”고 말했다.


"韓콘텐츠 생태계 육성" vs "넷플릭스 종속화 심화"
넷플릭스 "K콘텐츠에 5500억 투자"…생태계 육성vs종속 우려(종합)
김 총괄은 "한국 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어떤 역할을 할지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제작할 수 있는 대안이 되려고 한다"며 "넷플릭스가 새롭게 떠오르는 크리에이터들의 입문 창구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그간 콘텐츠 제작 전 과정에 이르는 인프라를 구축해 한국 창작 생태계의 선순환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스토리 발굴과 콘텐츠 제작, 현지화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국내업계와 지속적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편집 기술과 특수효과 등의 분야에서 한국 기술·인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작가 육성에도 집중하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넷플릭스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위기에 내몰린 한국 콘텐츠 제작산업의 구세주를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 확대가 K-콘텐츠 생태계의 경쟁력을 끌어 올려 전세계에 전파하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반면, 넷플릭스가 콘텐츠 생태계 최상위에 위치한 포식자로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교란해 '넷플릭스 종속화'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크다.

국내 미디어 관련 사업자들이 원천 IP(지적재산권)와 제작·유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미디어 밸류체인을 구축하려는 것도 넷플릭스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이다. 국내 OTT업체들의 경우 내수 서비스의 한계로 콘텐츠 업체들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여력도 제한적이다. 네이버(IP)와 CJ(제작·유통)·JTBC(제작·유통) 연합이나 SK텔레콤(제작·유통)·카카오(IP)·지상파(제작·유통) 동맹 등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배경이다. KT의 경우 최근 콘텐츠사인 스튜디오 지니를 설립하고 OTT 서비스 '시즌'의 분사를 검토하는 등 미디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성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협상력이 약화되고 K-콘텐츠가 벌어들이는 수익을 넷플릭스가 독식할 것"이라며 "넷플릭스발 제2의 한류 붐이란 말이 있지만 국내 미디어 산업은 글로벌 OTT 플랫폼에 완전히 잠식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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