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으면 학교도 못 가는 나라"…반도체 대란에 동맹 꺼낸 바이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2.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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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기 전에 반도체 칩을 들고 연설을 하고 있다. /AFP=뉴스1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기 전에 반도체 칩을 들고 연설을 하고 있다. /AFP=뉴스1


"미국은 자가용이 없으면 애들 학교도 못 가는 나라잖아요. 반도체가 없어서 차를 못 만든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경제 손실과 함께 생활의 위협으로 느낄 수 있는 문제인 거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재검토 행정명령이 나온 배경을 업계는 이렇게 압축한다. 겉보기에는 반도체 외에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의료용품 등 4개 핵심소재 및 부품의 공급망을 일괄 재검토, 재편하려는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당장 공장 가동을 멈춘 자동차업계와 이를 촉발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이번 행정명령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5일(미국 현지시간 24일)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에 앞서 반도체 칩을 꺼내 손에 든 장면에서 미국이 이번 사태를 대하는 인식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이 연말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GM(제너럴모터스)와 포드의 연간 실적이 3분의 1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포드는 멕시코 공장 2곳과 독일 공장 1곳을 지난 1월 가동중단했다.

"차 없으면 학교도 못 가는 나라"…반도체 대란에 동맹 꺼낸 바이든
행정명령이 차량용 반도체만이 아니라 반도체 전반과 배터리, 희토류, 의료용품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103,800원 ▼2,400 -2.26%) 등 국내 업체들도 미국 정부의 후속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행정명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견제론을 어느 정도 계승한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후속 발표에 따라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 초반부터 내건 한·미·일·대만 반도체 4자 동맹론을 두고 안심보다는 팽팽한 긴박감이 먼저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속 발표는 공급망 평가기간 100일 안팎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 이후 화웨이 이외의 중국업체 주문이 늘면서 충격이 덜한 편이지만 미국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SK하이닉스의 연간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각각 25%,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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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쉽지 않은 시나리오지만 미국이 동맹의 가치를 내세우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 등을 요청할 경우에도 생산전략이나 수익구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수익성은 두 업체가 주력 생산하는 스마트폰이나 서버용 제품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앞으로 구체적으로 타깃을 어디까지 확장할지 봐야 한다"며 "어떤 결정이 나오느냐에 따라 훈풍이 될 수도, 불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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