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돼 숨진 구미 3세아, 복지시스템 제때 작동했으면 살았을까

뉴스1 제공 2021.02.2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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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서 3살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 A씨가 19일 살인 등의 혐의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구미경찰서는 이날 A씨에 대해 살인,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아동수당법 위반(아동수당 부정수령), 영유아보육법 위반(양육수당 부당수령)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2021.2.19/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경북 구미서 3살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 A씨가 19일 살인 등의 혐의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구미경찰서는 이날 A씨에 대해 살인,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아동수당법 위반(아동수당 부정수령), 영유아보육법 위반(양육수당 부당수령)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2021.2.19/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구미=뉴스1) 정우용 기자 = 경북 구미에서 20대 친모가 3살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 국가 복지시스템이 제때 제대로 작동했다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까?

25일 한국전력공사 경북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20일 방치돼 숨진 3살 딸이 친모와 함께 살던 빌라에 전기요금이 3개월간 체납돼 전류제한기를 설치했다.



전류제한기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주택용 전기에 한해 완전히 전기를 끊지 않고 최소한의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660와트(W)의 전기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로 흔히 '단전'으로 알려져 있다.

한전은 전류제한기 설치 후 곧바로 보건복지부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 단전한 사실을 올렸으며 이후 6월과 7월 두차례 더 연속해서 단전 사실을 알렸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은 단전, 단수 등 공공·민관 기관의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복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회취약계층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복지 지원을 돕는 장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는 한전이 단전 사실을 알린 지 4개월 지난 9월에야 해당 자치단체인 구미시에 이런 사실을 '행복이음시스템'으로 전달했다.

보건복지부는 2개월에 한번꼴로 단전 등의 자료를 수집해 해당 지자체에 복지사각지대 대상자들을 통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단전이 됐다고 바로 해당 지자체에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단전뿐 아니라 단수, 단가스, 건강보험·국민연금·통신비 체납 등 30여종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복지사각지대 대상자로 예상되는 명단을 통보해 준다"고 했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위기가구 적색신호를 유관기관에서 지자체와 바로 공유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이상징후가 나타나면 복지담당 공무원에게 강제 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복지부가 30여종이나 되는 자료를 수집해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전, 단수 등 인간의 생존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신호가 감지됐다면 바로 해당 지자체에 연락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4개월이나 지나서 조사하면 이미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 후일 것"이라고 했다.

오승환 성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기가구 발굴은 말 그대로 긴급한 상황에 대한 지원을 하기 위한 것인데 단전, 단수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한전 등에서 보건복지부에 알리는 동시에 해당 지자체에도 즉각 정보를 공유한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일이 많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 교수는 "지금은 복지담당 공무원이 아동학대 등이 의심돼도 부모가 '아무 일 없다'고 하면 병원 등에서 고발하지 않는 한 강제로 들여다 볼 수 없는데, 아동수당이나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경우 아이들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상징후가 있을 때는 복지담당 공무원에게 강제 조사권을 부여해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 경북본부 관계자는 "단전 등 위기가구 발생시 보건복지부에 연락하고 동시에 해당 지자체에 상황을 공유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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