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올라타더니…'같이 흔들리는' 테슬라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권다희 기자 2021.02.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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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올해 주가 수익률 '마이너스'로…기존 수익구조, 전기차 경쟁 격화 등도 지적돼

/사진=AFP/사진=AFP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연초 대비로 마이너스로 접어들었다. 테슬라가 대거 사들인 비트코인 가격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발언 등 영향으로 하락한 것이 악재로 꼽힌다. 이제 테슬라 주가는 비트코인 가격과 묶여 움직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존 자동차업체들이 줄줄이 전기차를 개발하는 점, 테슬라 수익구조의 단점 등도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 현금 8%를 비트코인에…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의는 4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하며 698.84달러를 기록했다. 883달러(1월26일 종가기준)까지 올랐던 주가가 한 달여 만에 20%가량 떨어졌을 뿐 아니라, 지난해 마지막 가격(705.67달러)보다 밑으로 내려가 올해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됐다.



테슬라 주가 하락세에 영향을 미친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비트코인이다. 지난 8일 테슬라는 15억달러(한화 1조667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테슬라 현금 보유액의 약 8% 수준이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랠리를 펼쳤지만 지난 20일 머스크 CEO가 트위터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높아 보인다"고 한 뒤 공교롭게도 가격은 떨어졌다. 한때 5만7400달러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22일 장중 17% 폭락하며 4만7000달러까지 내려갔고 현재는 5만달러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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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 테슬라의 주가도 급락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하락세와 테슬라 주가가 연동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니얼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머스크(테슬라)와 비트코인을 묶어서 보고 있다"면서 "테슬라가 비트코인 투자로 (한때) 수십억달러 수익을 거뒀지만 이번주 상황을 보면 위험도 가중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피터 간리 삭소뱅크 수석 주식전략가는 23일 마켓워치에서 "테슬라가 비트코인과 관련한 '리스크 덩어리'에 얽혔다"고 투자자들에 경고했다.

최근 테슬라를 비롯해 마스터카드, 페이팔,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투자하거나 관심을 보이면서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여전히 급등락하면서 안정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변동성 경고와 함께 '디지털 달러' 발행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테슬라 '경쟁력'에 대한 의심도 계속
테슬라 코리아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모델 Y'를 국내 최초공개한 가운데 시민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테슬라 코리아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모델 Y'를 국내 최초공개한 가운데 시민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날 CNN비즈니스는 테슬라 주가 하락 이유 중 하나로 '모델Y' 가격 문제를 꼽았다.

테슬라는 지난 18일 가장 저렴한 모델인 모델3와 모델Y의 최저가 트림(등급) 가격을 인하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 갑자기 자사 판매 홈페이지에서 모델Y 스탠다드 레인지(3만9990달러)를 없앴다. 한 등급 위 모델인 모델Y 롱레인지(4만9990달러)와 가격 차이가 1만 달러까지 벌어진 게 이유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지만, 판매중단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고든 존슨 GLJ리서치 애널리스트는 가격인하에 대해 CNN에 "테슬라는 가격인하 없이는 공장 가동을 지속할 수 없다"며 제품 수요에 대해 의심했다.

여기에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올인을 잇따라 선언한 것도 테슬라에는 과제로 떠올랐다. 2035년 이후에는 전기차만 판매할 계획인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시보레 볼트 SUV 버전을 모델Y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내놨다.

테크기업인 애플까지 자동차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고,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는 하루 전 "업계 다른 기업들이 앞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테슬라가 이런 속도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AFP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AFP
지난해 창사 후 첫 연간 흑자를 냈지만 '규제 크레딧 판매' 덕에 가능했다는 점도 일부 전문가의 비판 대상이다. 배기가스 배출이 적은 기업은 미국 정부가 규제한 것 이상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발생시킨 기업들에게 배출권 여유분을 팔 수 있는데, 테슬라가 이 정책으로 지난해에 번 돈은 16억달러로 순이익(7억2100만달러)보다 컸다. 크레딧 판매 수익은 다른 자동차기업들이 전기차 비중을 확대하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전한 낙관론도…떨어질 때 "많이 샀다"
물론 테슬라에 대한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 강세를 일찌감치 전망해 이목을 끈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창립자는 이날 블룸버그 라디오에서 자신의 펀드가 최근 하락한 테슬라를 '많이' 매입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그가 운용하는 아크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ARKK)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이다.

대니얼 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더 큰 변동성을 갖게 될 수 있는 테슬라 주식에 대해 '안전벨트를 맬 시간'"이라면서도 테슬라 12개월 목표주가로는 950달러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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