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함국앤컴퍼니 조현식 부회장, 조양래 회장, 조현범 사장.
24일 조현식 부회장은 이날 대리인을 통해 자료를 내고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한국앤컴퍼니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절차를 마무리하고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앞서 지난 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한국앤컴퍼니 이사회에 제출했다.
조양래 회장 지분양도에 장녀·장남 성년 후견 소송…불거진 3세 갈등 일단락 되나
조 부회장이 이처럼 공식적으로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지난해부터 발생했던 한국타이어 3세들의 경영권 분쟁은 당장은 막을 내리게 될 것으로 가능성이 높아졌다. 형제간 분쟁은 지난해 6월 조양래 회장이 막내인 조현범 사장에게 한국앤컴퍼니 보유 지분 전체(23.59%)를 양도하면서 본격화됐다. 조 사장은 이를 통해 지분 42.9%로 조 부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 자리에 등극했다.
이후 지난해 7월 조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며 갈등을 공식화 했다. 조 이사장은 "(조 회장의 지분 양도가) 자발적 의사결정을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조현범 부회장 역시 성년 후견절차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장남·장녀' 대 '막내'의 분쟁 구도가 형성됐다. 차녀인 조희원씨는 해당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32%의 지분을 보유 중인 조 부회장과 달리 지분이 조 이사장은 보유 지분이 0.83%에 불과하다. 조 부회장이 사임으로 경영권 분쟁에서 손을 떼면 조 이사장 역시 반발을 지속할 동력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이한상 "경영권 분쟁 상황 없다"지만…분쟁 잔재 여전하다는 시각도
하지만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여전히 남아 있다. 대표이사직 외에 겸직하고 있는 이사회 의장직 및 부회장직, 보유 지분 등에 대한 거취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아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이 조 부회장 본인의 등기임원 사퇴를 의미하는지 아직 불분명하다"며 "아직은 경영권에 손을 뗐다고 속단하긴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회장이 추천한 이 교수는 지난해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의 M&A(인수합병)과 관련해 정면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조 부회장은 이 교수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전문성과 독립성 등에 있어 국내 정상급 전문가"라며 "세간의 부정적 평가를 일소하고 진정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움을 줄 적임자"라고 했다.
이 교수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시 조현범 사장의 경영체제에 대한 견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도 직접 목소리를 냈다.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조현식 부회장의 대리인으로 경영권 분쟁을 돕는게) 절대 아니며 그런 제안이었다면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지금의 소유구조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 경영진을 대체할 세력이나 시도가 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경영권 분쟁 상황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 부회장이 표 모아 경영권 대결에 나서겠다는 것도 아니라고 알고 있다. '주주로서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경영권 분쟁 상황으로 비추는 현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키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한국앤컴퍼니는 25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의 채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해당 사항에 대해 공식적으로 전달 받지 못한 것으며 앞서 이사회가 열린 적도 없다"며 "25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등 추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