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배민 잇는 'K유니콘' 쏟아진다…해외자본 '배불리기' 우려도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1.02.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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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배민 잇는 'K유니콘' 쏟아진다…해외자본 '배불리기' 우려도


지난해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예비 유니콘' 기업이 320곳으로 확인됐다. 해당 통계 집계 후 역대 최다규모다. 전체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들의 기업가치도 172조원을 넘겼다. 규모별로 보면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기업이 320개(7.1%), 10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 기업이 1969개(43.5%), 100억원 미만 기업이 2232개(49.4%)로 집계됐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코로나19(COVID-19) 발생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창업벤처생태계는 역동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창업·벤처기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회복과 재도약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부에서는 외형 중심의 벤처투자 확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정책과 민간 투자에 힘입어 기업가치가 수천억원에서 1조원 이상의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정작 기업 성장의 결실은 해외자본들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000억원 이상 '예비 유니콘' 320개
중기부는 2015년~2020년까지 최근 6년간 벤처투자를 유치한 중소‧벤처기업 4251개사의 기업가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00억원 이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기업이 2019년(235개)보다 85개 늘어난 320개사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320개사 중 3분의 1 정도는 바이오‧의료업종 기업(97개)으로 확인됐다.



2015년 51개사에 불과했던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기업은 2016년 83개, 2017년 115개, 2018년 158개를 기록한 이후 2019년 200개를 넘긴 데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300개 이상으로 불어났다. 특히 지난해 추가된 85개사 중 25개사는 첫 투자부터 기업가치를 1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나머지 60곳은 후속투자를 받은 경우다. 평균적으로는 기업가치 1000억원을 달성하는 데까지는 9.2년이 걸렸다.

투자 유치 4251개사 기업가치 172조원
벤처투자를 받은 중소‧벤처기업 4251개사의 전체 기업가치는 172조854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 385조5826억원의 44.8%에 해당한다. 코스피 기업들과 비교하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시가총액(483조 5524억원)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 시가총액(24조7450억원)보다는 7배가량 많다.

지난해 코로나19에도 평균 기업가치는 422억원으로 2019년(361억원)보다 16.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투자금액 대비 기업가치의 배수는 20.8배로 집계됐다. 전년(12.8배)보다 62.5% 증가한 수치다. 이 배수는 기업의 미래 성장가능성을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바이오·의료, 유통·서비스 평균 기업가치 높아
쿠팡·배민 잇는 'K유니콘' 쏟아진다…해외자본 '배불리기' 우려도
업종별 평균 기업가치를 살펴보면 게임이 826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바이오‧의료 639억원, 유통‧서비스 376억원, 화학‧소재 357억원 등 순이었다. 다만 게임업종은 기업가치 12조8000억원으로 평가받는 크래프톤의 영향이 컸다.

업력별로는 7년 이상된 후기기업의 평균 기업가치가 794억원으로 다른 초기(233억원)·중기(376억원) 기업보다 컸고, 기업가치 배수도 18.3배로 높았다. 후기 기업일수록 성장에 맞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후속투자를 받는 경향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4차산업·비대면 분야 성장가능성
4차산업 분야 기업들(2017년 이후)도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 4차산업 분야 중 5세대(G) 분야 기업의 평균 기업가치는 74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스마트헬스케어 657억원, 블록체인 520억원 순으로 높았다. 다만 블록체인 분야의 기업은 투자금액 대비 기업가치 배수가 19.9배로 5G(17.6배), 신소재(10.3배) 등 다른 분야보다 높게 평가됐다.

비대면 분야 관련 기업들은 대면 분야보다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비대면 분야 기업의 투자금액 대비 기업가치 배수(11.5배)가 대면 분야 기업(10.0배)보다 높았다.

실제로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 미래에셋벤처투자로부터 70억원을 유치하면서 기업가치를 6455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전자책 '리디북스'를 운영하는 리디 역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서 66억원을 유치하면서 4296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비대면 분야 중에서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평균 기업가치가 655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다른 분야는 스마트비즈니스‧금융 458억원, 생활‧소비 340억원 순이었다. 기업가치 배수도 엔터테인먼트(16.9배), 스마트비즈니스‧금융(12.3배), 교육(9.5배) 순으로 분석됐다.

제2의 쿠팡·배민 육성해도 해외자본 독식 우려도
쿠팡 / 사진제공=뉴스1쿠팡 / 사진제공=뉴스1
벤처투자 외형이 커지는 만큼 벤처투자생태계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종 정책·자금·인프라 등을 지원해 스타트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키워놓고, 정작 가장 수익성이 큰 단계에는 전부 해외자본들이 차지하게 될 수 있어서다.

쿠팡,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처럼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잇속은 해외자본이 대부분 챙길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자금 중 해외자본 비중은 90% 이상이다.

한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해외자본 투자유치는 글로벌 진출과 기업 성장에 꼭 필요한 요소지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도 현실"이라며 "창업부터 최장 7년간 '죽음의 계곡'을 넘길 수 있게 잘 육성시켜서 투자이익이 가장 큰 최종 단계에서 결실을 해외에 넘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예비 유니콘들이 다음 단계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한 국내 중소형 VC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도 1000억원 이상 쏘면서 '리드 투자자'(투자비중 30% 이상의 최우선 투자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형 투자자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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