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늘어난 ESG 펀드…뭐가 달라?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1.02.25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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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을 타고 국내에서도 ESG펀드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기금들도 ESG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다만 각 운용사별 ESG 투자전략은 보다 차별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 국내외서 자금 몰이…신규 펀드도 속속
국민연금, 2022년까지 책임투자 50% 확대
우후죽순 늘어난 ESG 펀드…뭐가 달라?


24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ESG 공모펀드(주식형·채권형)에는 총 3687억원이 순유입됐다. 공모펀드 자금 유출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금 유입이 눈에 띈다.

KBSTAR ESG사회책임투자증권ETF(상장지수펀드)에 1455억원이 유입돼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다.



NH-Amundi100년기업그린코리아A에 990억원이, TIGER MSCI KOREA ESG리더스증권ETF와 마이다스책임투자A1에 각각 500억원이 들어왔다.

ESG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신규 펀드도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 최근 1년간 ESG펀드는 총 9개가 출시됐다. 이달에 발표된 탄소효율 그린뉴딜 ETF까지 합하면 14개로 늘어난다.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기후변화·재택근무 등 기업들의 능동적 대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각국이 경제 부양책으로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 지원에 나선 점도 한몫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난해 4분기 ESG 펀드에 사상 최대 자금이 유입됐다. ESG펀드에는 전년 동기 대비 88% 급증한 1523억달러가 들어왔다. ESG 신규 펀드도 전세계적으로 196개가 출시되며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ESG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책임투자를 적용하는 자산은 직접 운용하는 국내 주식 26조9800억원과 위탁운용하는 국내 주식 5조1900억원이었다.

올해부터는 해외주식과 국내채권에도 책임투자를 적용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책임투자 적용 자산군 규모는 기금 전체 자산의 약 50%로 확대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운용사로 선정돼기 위해서는 공모펀드의 성과도 중요하다"며 "ESG 펀드가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운용사들에게는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최초·최고 '자랑'
구체적 ESG투자전략 투자설명서에 밝혀야
이러한 상황에서 자산운용사들은 '최초', '최고'의 수식어를 활용하며 ESG 마케팅에 앞장서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국내 최초 채권형 ESG펀드'인 미래에셋지속가능ESG채권펀드를 출시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ESG 채권 발행이 늘어나면서 펀드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 1월에만 국내 ESG 회사채 발행액은 1조원을 넘기도 했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TCFD(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권고안)에 가입한 바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해 트러스톤ESG레벨업을 출시하면서 "국내 자산운용사 중 가장 활발한 인게이지먼트 활동을 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이달 ARIRANG탄소효율그린뉴딜 ETF를 출시하면서 2017년 국내 최초 ESG ETF를 상장했다고 홍보했다.

다만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보다 구체적인 운용전략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ESG펀드는 운용사가 자체 판단하에 펀드 이름에 ESG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다른 점을 투자설명서, 운용보고서 등을 통해 전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ESG펀드도 투자인 만큼 수익률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 자금을 모은 ESG펀드들도 NH-Amundi100년기업그린코리아A를 제외하면 모두 2018년 이전에 출시된 펀드들이다.

KBSTARESG사회책임투자증권ETF(주식)의 3개월 수익률은 28.1%, 6개월 수익률은 43%로 벤치마크 수익률인 22.4%, 36.2%를 웃돌고 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와 공모펀드의 수익률 부진 등 불만으로 판매사에서도 신규 펀드는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ESG펀드도 장기적인 수익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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