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LS그룹 회장(왼쪽)이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한국무역협회 정기총회'에서 제31대 회장으로 선임된 후 김영주 전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황기선 기자
2018년 사상 첫 6000억달러 수출을 돌파한 후 2년 연속 역성장한 수출업계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15년만에 민간기업 총수인 구자열 LS 그룹 회장을 한국무역협회 회장으로 24일 선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기에는 심상치 않은 역성장인데다, 전세계 시장의 변화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무역협회는 이희범(전 산업자원부 장관), 사공일(전 재무부 장관), 한덕수(전 국무총리), 김인호(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김영주(전 산업자원부 장관) 회장 등 지난 15년 동안 퇴직 관료들이 회장을 맡으면서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이날 지난해보다 많은 500명을 훌쩍 넘는 회원사들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며 각 회의장에 나눠 앉아 총회에 참석하는 열기만 봐도 수출 시장의 위기감을 짐작할 수 있었다.
2018년 6000억달러를 넘었던 수출액이 2019년 5424억1000만달러로 10.3% 줄어든 데 이어 2020년엔 5128억 5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4%로 감소, 2년 연속 역성장한 것은 무역업계에는 '적색경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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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수출 자체가 줄어든 것을 심각한 위기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어 무역정책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무역협회의 변화를 필요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의 경험과 연륜으로 업계가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이번 무역협회 수장 교체로 나타났다.
신임 구 회장은 인사말에서 "능력도 없는 제가…"라며 겸양을 표했지만, 그는 1978년 평사원으로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에 입사, 15년 동안 전세계 무역현장을 경험한 바 있다.
또 1995년 LG증권(현 NH투자증권) 국제부문 총괄임원으로 일하는 등 무역·금융 전문가로서의 경험에 더해 공공 분야에서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공동위원장, 발명진흥협회장 등을 지냈다.
이런 경륜이 위기에 직면한 무역업계의 돌파구를 여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친인 고 구평회 제22·23대 무역협회장의 뒤를 이어 무역협회장을 맡게 된 것에 대해선 "저희 집안의 영광이다"며 몸을 낮추기도 했다.
이날 총회에 이어 점심 겸 회장단 운영회의가 끝난 후 기자와 만난 구 회장은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짧게 결의를 밝혔다. 선친의 뒤를 이어 22년만에 회장직을 맡은 구 회장이 수출 한국을 다시 빛내는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