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무역협회장에 거는 기대[오동희의 思見]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1.02.2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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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열 LS그룹 회장(왼쪽)이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한국무역협회 정기총회'에서 제31대 회장으로 선임된 후 김영주 전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황기선 기자 구자열 LS그룹 회장(왼쪽)이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한국무역협회 정기총회'에서 제31대 회장으로 선임된 후 김영주 전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황기선 기자


절박함의 표현일까.

2018년 사상 첫 6000억달러 수출을 돌파한 후 2년 연속 역성장한 수출업계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15년만에 민간기업 총수인 구자열 LS 그룹 회장을 한국무역협회 회장으로 24일 선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기에는 심상치 않은 역성장인데다, 전세계 시장의 변화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날 총회를 마치고 나온 협회 회장단의 일원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퇴직 관료보다는 현장에서 치열한 사업 경험이 있는 기업인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구 회장의 선임배경을 설명했다.

무역협회는 이희범(전 산업자원부 장관), 사공일(전 재무부 장관), 한덕수(전 국무총리), 김인호(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김영주(전 산업자원부 장관) 회장 등 지난 15년 동안 퇴직 관료들이 회장을 맡으면서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관료들의 장점 중 하나이기도 한 업무 진행의 치밀함은 뛰어났지만, 치열한 무역 전쟁터에서 직접 사업으로 돈을 벌어본 경험이 없어 업계의 어려움을 실감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수출 한파를 피부로 느끼는데, 협회에서 체감하는 온도 차가 있다는 것.

이날 지난해보다 많은 500명을 훌쩍 넘는 회원사들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며 각 회의장에 나눠 앉아 총회에 참석하는 열기만 봐도 수출 시장의 위기감을 짐작할 수 있었다.

2018년 6000억달러를 넘었던 수출액이 2019년 5424억1000만달러로 10.3% 줄어든 데 이어 2020년엔 5128억 5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4%로 감소, 2년 연속 역성장한 것은 무역업계에는 '적색경보'다.


기업들은 수출 자체가 줄어든 것을 심각한 위기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어 무역정책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무역협회의 변화를 필요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의 경험과 연륜으로 업계가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이번 무역협회 수장 교체로 나타났다.

신임 구 회장은 인사말에서 "능력도 없는 제가…"라며 겸양을 표했지만, 그는 1978년 평사원으로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에 입사, 15년 동안 전세계 무역현장을 경험한 바 있다.

또 1995년 LG증권(현 NH투자증권) 국제부문 총괄임원으로 일하는 등 무역·금융 전문가로서의 경험에 더해 공공 분야에서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공동위원장, 발명진흥협회장 등을 지냈다.

이런 경륜이 위기에 직면한 무역업계의 돌파구를 여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친인 고 구평회 제22·23대 무역협회장의 뒤를 이어 무역협회장을 맡게 된 것에 대해선 "저희 집안의 영광이다"며 몸을 낮추기도 했다.

이날 총회에 이어 점심 겸 회장단 운영회의가 끝난 후 기자와 만난 구 회장은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짧게 결의를 밝혔다. 선친의 뒤를 이어 22년만에 회장직을 맡은 구 회장이 수출 한국을 다시 빛내는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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