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팔까요?" 불안한 서학개미에…전문가가 강조한 투자원칙 [부꾸미TALK]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1.02.25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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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미시간투자자문 대표②



증권가 격언 중에 '매수는 기술이고 매도는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주식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시점에 수익을 실현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단 의미다.



테슬라나 애플 같은 성장주에 투자한 이들이라면 요즘 이런 고민이 깊어진다. 그동안 많이 오르긴 했는데 최근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차익실현을 고민할 시점이 온 것이다.

미시간투자자문의 김태훈 대표는 머니투데이 증권 전문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에 출연해 아직은 성장주를 팔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성장주 집중 투자로 유명한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김 대표는 "성장주 투자의 원칙은 '그 기업이 성장하고 있는 한 팔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차익실현을 일찍 하면 이후 주가가 더 오르면서 생기는 기회비용 손실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주 매도 타이밍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매출이 역성장하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테슬라의 경우 전기차 사업 발전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아직도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며 "지금 매도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주 판단하는 4가지 기준
"테슬라 팔까요?" 불안한 서학개미에…전문가가 강조한 투자원칙 [부꾸미TALK]


▶김사무엘 기자


성장주는 기존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는데요. 대표님만의 성장주 밸류에이션 방법이 있나요?

▶김태훈 대표

저의 성장주 투자 원칙은 '그 기업이 성장하는 한 팔지 않는다'입니다.

성장성을 판단하는 첫번째 기준은 매출 성장률이에요. 두번째는 매출액 대비 R&D(연구·개발) 비중이고, 세번째는 에비타(EBITDA, 법인세 등 차감 전 영업이익) 성장률, 네번째는 ROE(자기자본이익률) 성장률입니다.

이 중에 하나만 꼽으라면 매출 성장률입니다. 기업이 사업을 하면서 매출 성장이 없다면 이익도 없고 밸류에이션 할 수도 없거든요.

아마존 같은 경우 2000년대 초반에는 이익이 안 났거든요. 당시 PER(주가순이익비율)도 60~70배 수준으로 높았고요. 그런데 상장 이후 주가는 2만% 넘게 올랐고 지난해에도 많이 올랐습니다.

PER 같은 정형화한 밸류에이션 지표에 얽매이다 보면 좋은 기업에 투자하기 어려워요.

'매도는 예술'…언제 팔아야 하나
▶김사무엘 기자

사는 것 만큼이나 파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성장주의 매도 시점은 언제라고 보시나요?

▶김태훈 대표

증권가 격언 중에 '매수는 과학이고 매도는 예술이다'라는 말이 있죠. 그만큼 매도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제가 성장주 투자에서 강조했던 게 매출 성장률이잖아요. 매도도 마찬가지에요. 매출이 역성장하면 파는 겁니다.

1~2개 분기 역성장했다고 파는게 아니라 성장성이 내려가거나 1~2년 이상 지속적으로 역성장 할 것 같은 요인들이 보이면 그때 차익실현을 고민해 봐야 하는 거죠.

성장은 하는데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전세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3% 정도고 예금 이자가 1%대, 코스피 배당수익률이 2%대라고 하면 적어도 주식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그 이상이어야 하죠.

성장주의 기대 수익률은 이보다 더 높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매출이 적어도 매년 15% 이상씩 성장하고 전방 산업도 그 정도 성장해야 하죠.

테슬라, 계속 들고 가도 되나요?
▶김사무엘 기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종목이 테슬라인데요. 최근에 많이 조정 받으면서 매도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김태훈 대표

저희 고객분들에게는 아직 팔라는 말씀은 안 드리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여전히 성장성이 풍부하거든요.

지난해 4분기 실적만 봐도 매출이 50% 넘게 올랐고 이익도 처음 턴어라운드(반등) 했어요. 기업 가치는 한 번 턴어라운드하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거든요.

전기차 시장은 이제 막 침투율이 한 자릿수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더 높고요. 테슬라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서비스 매출, 위성을 통한 네트워크 비즈니스까지 영위하기 때문에 과거의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이 영위했던 비즈니스 모델과는 좀 다릅니다.

에비타 기준으로도 한 60% 넘게 성장하고 있고 에비타 마진도 보통 GM(제너럴 모터스)이나 포드, 현대·기아차처럼 낮은 한 자릿수가 아니라 한 17~18%까지 나오거든요.

테슬라는 지난해 전기차 50만대를 팔았고 올해 베를린과 텍사스 공장이 완성되면 생산량은 100만대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현재 모델 S·3·X·Y가 있는데 내년에는 2세대 모델이 나와요. 2세대 모델은 보통 완성도가 더 높고 시장성도 좋아지기 때문에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그동안 계속 실적 서프라이즈를 냈고 주가 상승률도 높았기 때문에 올해는 쉬어가는 구간이 있을 거에요. 그래도 일론 머스크의 역량과 전기차 시장의 높은 성장성, 회사의 실행 능력을 믿으신다면 계속 들고 가시는 게 맞다고 봅니다.

쿠팡의 기업 가치는?
▶김사무엘 기자
또 하나 요즘 관심을 받는 종목이 쿠팡이잖아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기업가치가 30조원이다 50조원이다 예상이 많은데요. 쿠팡은 어떻게 보시나요?

▶김태훈 대표
성장성이 높지 않은 국내 유통업에 뛰어들어 단 기간에 매출 13조원까지 달성했다는 건 굉장한 일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쿠팡의 TAM(Total Addressable Market, 전체 시장 규모)은 국내 시장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죠. 지마켓이나 11번가, 쓱닷컴, 네이버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고요.

유통업의 본질이 좋은 상품을 싸게 들여와서 고객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높은 마진을 남기기 어렵습니다. 한정된 시장에서 박한 마진을 받으며 다양한 경쟁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은 좋게 볼 수 없죠.

매출이 성장하면 마진도 좋아져야 하는데 증권신고서를 보니까 지난해 매출총이익률은 2019년과 거의 변화가 없어요. 그만큼 시장 경쟁 강도가 굉장히 높다고 할 수 있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이커머스 사업자가 물품의 보관, 포장, 배송, 재고관리까지 일괄 처리하는 서비스)예요.

풀필먼트를 통해서 고객들에게 빠른 배송의 경험을 제공하는 건 상당히 좋은 부분이죠. 최근 GMV(상품 총 거래량)가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뿐만 아니라 유료회원 모델인 와우클럽,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쿠팡플레이 처럼 아마존의 사업 모델을 따라가는 건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동종업계 대비 저평가 상태라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어요. 이커머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 중에 EV/GMV(기업가치 대비 상품거래대금)가 있습니다.

현재 싱가포르의 SEA, 남미의 메르카도리브레, 중국 핀둬둬 같은 기업이 쿠팡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들 기업의 EV/GMV는 평균 15배 정도 됩니다.

쿠팡이 기업가치 40조원에 상장된다고 하면 EV/GMV는 약 3배 정도인데요. 동종업계 대비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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